소개팅을 위한 노력
어쩌다 보니 이 매거진에서 소개팅에 대한 글을 연달아 쓰고 있다. 그건 아마 '소개팅을 해야 하긴 하는데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날 지배하고 있는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난 보통 내 머리를 계속해서 맴도는 생각들을 기반으로 글을 쓰니까.
소개팅을 주선하면서 느낀 것, 내가 소개팅을 끊었던 경험, 소개팅도 배제할 필요는 없단 글을 쓰는 과정에서 문득 소개팅이 어색한 분들을 위해서 소개팅할 때 염두에 두면 좋은 것들에 대해서 몇 가지를 정리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라] 라던지 방법론적인 접근을 좋아하진 않지만, 소개팅의 특성상 몇 가지는 기억하고 나가는 게 좋을 듯해서 정리해 봤다.
이런 종류의 글을 쓸 때 항상 하는 말이지만, 내가 아래에 쓴 내용이 정답은 아니다. 사람들마다, 아니 같은 사람도 상대에 따라서 소개팅에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본인이 가장 편하고, 상대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소개팅에 반드시 아래 내용처럼 접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락하기
소개팅은 통상 주선자가 양쪽에 연락처를 넘기고 한쪽이 연락을 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리고 먼저 연락하는 것은 많은, 아니 대부분 경우에 남자들이다. 그런데 연락을 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분들이 어떻게 연락할지 잘 모르는 경우들이 있다.
사람들마다 첫 만남 이전까지 상대와 어떻게 연락을 하는지가 다르겠지만 난 최대한 예의 바르게 연락하고, 상대가 만날 수 있는 일정을 확인하고 직장이나 집이 있는 지역을 확인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너무 멀지 않은 지역들 중에 내가 상대를 만나기에도 부담스러지 않은 거리의 장소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만나는 장소를 일방적으로 지정 해버리거나 상대에게 결정을 미뤄버리기도 하는데, 그건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닌 듯하다. 상대의 동선을 대략적으로 확인한 후에 본인도 괜찮고 상대도 멀지 않을 곳을 중심으로 2-3곳 정도 추천하고 상대가 장소를 선택하게 하는 게 가장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그 결정은 형식적으로는 상대가 내리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사람이 같이 내리는 것이 되니까.
이런 접근은 만나는 장소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본인이 무조건 식당을 지정하거나 상대에게 알아서 고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얼굴도 보지 않은 사람에게 무례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보통 어디에서 만날지가 정해지고 나면, 그 장소 인근에 있는 식당들을 찾아본 이후 마찬가지로 3-4가지 정도에서 상대에게 선택권을 주는 편이다. 이유는 장소를 선택할 때와 마찬가지다. 그렇게 내리는 결정에는 두 사람의 의사가 모두 반영되어 있으니까.
처음 연락하는 방법 역시 사람들마다 방식이 다른데 난 소개팅 초기에는 문자를 했고 (그때는 카톡 등이 없었다), 다른 글에서 설명한 '기계적으로 소개팅하는 시기'에는 전화를 했었지만, 이젠 카톡으로 연락을 먼저 한다. 내가 어느 순간서부턴가 전화를 하지 않은 건 소개팅에서 인위적인 노력을 배제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난 소개팅을 매우 많이 하던 시기에 문자로 통화 괜찮으시냐고 묻고 전화를 했는데, 내가 그렇게 했던 것은 사실 내가 외모보다는 목소리가 낫단 것을 알기에 첫인상을 좋게 심기 위해서, 그리고 상대와 잠시라도 통화하면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전화를 하는 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는 전화로 연락을 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을 뿐 아니라 얼굴도 보지 않고 통화를 끌어나가려면 본인이 말을 어느 정도 이상 편하게 잘하는 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얼굴도 보지 않고 통화를 하는 과정에는 인위적인 노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난 전화를 하는 게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은 듯하다.
첫 만남까지...
그렇게 약속을 잡고 처음 만날 때까지의 며칠. 지인 중에서는 그 사이에도 계속 연락을 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 내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난 만나기 전날 다시 한번 일정을 확인하는 것 이외에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건 첫 번째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함이고, 두 번째로는 그래야 처음 얼굴을 보고 할 대화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두 사람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미 몇 년을 알았던 것처럼 편해지지 않는 이상 얼굴을 보지 않고 너무 많은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나면 정작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눌 대화가 없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편하게 대화를 이끌어 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없다.
그리고 첫 만남은 식당을 예약하고, 그 식당에서 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듯하다. 예전에는 지하철 역 밖에서 만나거나, 조금 걸어가야 하는데서 만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렇게 만날 경우 나는 상대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어색하고, 얼굴을 보면서 대화에 집중할 수 없다 보니 대화가 이상하게 꼬이기도 하더라. 그래서 첫 만남은 안정적이게, 서로 얼굴을 보면서 하는 게 가장 안전한 듯하다. 물론 어디에나 예외는 있고, 두 사람 모두 전혀 낯을 거리지 않고 처음 만난 사람과도 대화를 굉장히 잘할 수 있으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소개팅의 복장에 대해서도 인터넷에 여러 가지 말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스타일대로, 그리고 연애를 시작해도 챙겨 입을 수 있는 수준에서 가장 깔끔한 옷' 정도가 적당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처음 만나는데 상대가 너무 차려입고 나와도 불편하고, 어쨌든 연애하는 것을 고려하고 만나는 관계에서 서로 알아가다 보면 '원래 그렇게 입는 사람이 아니었구나' 싶을 정도로 처음에만 유난히 차려입으면 만나는 과정에서 그것 자체가 다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서 잘 안된다면? 그것 때문에 서로 이성적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인해 생긴 감정도 결국엔 언젠가 식게 되어있지 않을까?
그리고 가능하면 소개팅을 할 때는 그래도 주위에 밥을 먹고 갈 수 있는 곳을 후보군은 알고 가는 게 좋다. 남자든 여자든.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자리를 어디로 옮길지를 정하다가 또 어색해질 수 있으니까.
애프터 잡는 법
그렇게 첫 만남을 한 이후에 애프터를 잡는 법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말이 많은데, 나 같은 경우에는 상대와 더 알아가고 싶단 마음이 들면 첫 만남 이후 헤어질 때 아예 다음 일정을 잡는 편이다. 어떤 이들은 시간을 들이고 밀당을 하라고 하지만, 상대가 정말 괜찮다면 상대에게도 '난 당신에게 관심이 갑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난 그래서 꼭 얼굴을 보면서가 아니더라도, 집에 가면서 혹은 그다음 날에는 연락을 해서 다음 약속을 잡는 편이다.
주선자를 생각해서라도 얼굴에 대고 '난 당신이 별로라서 만나고 싶지 않다'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일정을 잡으려고 할 때 상대가 반복적으로 힘들 듯하다거나, 나중에 확인해 봐야 하겠다거나, 나중에 정하자고 미루자고 한다면 그걸 문맥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넘긴 후에 주선자에게 상대가 첫 만남 이후 뭐라고 했는 지를 물어보는 게 서로 덜 민망할 것이다. 정말 일정이 안됐을 수도 있지만 그건 거절의 완곡한 표현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애프터를 잡고 난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사실 일상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알아가고 썸을 타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내가 소개팅 주선자의 책임은 첫 만남까지이고, 두 사람이 두 번째 만남까지 가졌다면 주선을 받은 사람은 불평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 번 보고 어떻게 사람을 판단하냐며 처음에는 마음이 안 가도 두세 번은 만나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사실 첫 만남에서 최소한의 호감도 생기지 않은 경우에는 둘 중 한 사람이 엄청나게 낯을 가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 만나본다고 많은 게 달라지지 않는 게 사실은 듯해서 난 첫 만남에서 최소한의 호감이 느껴지는 경우에만 그다음 약속을 잡는다.
이 글을 써놓고 이 글을 발행할 지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다. 연애에 대해서만큼은 '방법'에 대해 쓰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기에. 그리고 사실 요즘에는 밥을 먹지 않고 차만 마시는 형태로 첫 만남을 갖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너무 고지식한지는 몰라도 난 그래도 밥을 같이 먹고 차 또는 술 한잔 정도는 해야 두 사람이 긴장감과 어색함을 조금은 풀고 본인의 진짜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차 한잔 마시는 시간 안에 상대를 판단하는 것은 조금 너무 잔인한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소개팅을 하는 방법에 정석이 어디 있겠나? 중요한 것은 자신이 최대한 편하면서도 상대는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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