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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사랑

사랑, 인간 감정의 종합예술

'사랑'이라는 단어는 남녀관계를, 그리고 연인을 떠올리게 하지만 사랑은 그러한 관계에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다. 사랑은 인간의 모든 관계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심지어는 자신 스스로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들 하니 '나와 나'라는 가상적 관계에서도 의미가 있고, 물건에 대해서도 때로는 '사랑'이라는 표현을 우리는 사용하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사랑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시도들은 그 논의가 복잡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심리학적으로는 사랑을 Eros(낭만적 사랑), Ludus(유희적 사랑), Storge(우정), Pragma(논리적인 사랑), Mania(소유적 사랑), Agape(이타적 사랑)으로 분류하는데 그러한 '심리'들이 어떻게 다른지는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사랑을 이와 같이 분류하지 않고 사랑을 하면 나타나게 되는 현상들로 사랑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성경은 사랑을 하면 오래 참음, 온유함, 질투하지 않음, 자랑하지 않음, 교만하지 않음,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음 등과 같은 열매가 맺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사랑은 설명하려고 들면 끝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이를 스스로 단순화한 것이 결국 이 모든 복잡한 분류와 논의는 '상대를 나 자신처럼 아끼는 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래서 나 자신을 먼저 아끼고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관계적인 사랑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성 간의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성 간의 사랑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감정적인 움직임, 또는 보기에 따라서 흥분과 설렘이 동반되어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사랑'은 완성되지 않는다. 아름다운 여성, 잘생긴 남성이 길거리에 지나가면 순간 설렐 수는 있지만 그런 감정이 생긴다고 해서 그들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상대에 대하여 호기심에서 시작해서 호감,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단계를 거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 동반되는 것이지 감정적 상태 그 자체를 사랑이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즉, 그 과정에서 동반되는 감정은 사랑을 위한 필요조건이긴 해도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랑은 단순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머리가 아프고, 아무리 고민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생각'의 끈을 어느 순간 놔버린다. 이는 내가 사랑학개론이라는 팟캐스트를 하면서 주로 연애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사랑이 무엇인지를 최대한 단순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말 가슴 아픈 것은 이처럼 사랑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 안에 있는 다른 감정, 마음, 생각을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 혹은 왜곡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사랑'이라는 말을 들이대면 거부하기가 힘들고, 상대의 마음 혹은 요구를 들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에 사랑이라는 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때 사랑이라는 말은 실제로는 욕구, 욕망, 욕정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되고, 사실은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기적인 것 의도가 깔려있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래서 관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말은 '나를 사랑한다면....... 는 (당연히) 줘야지(혹은 해줘야지)' 일지도 모른다.

남녀관계에서의 사랑도 마찬가지로 복잡하며, 그것이 남녀 간의 사랑이라고 해서 단순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랑의 대상이 이성이기에 동반되는 특별한 감정과 마음, 그리고 생각들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성 간의 사랑이 특별한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으로 표현되는 감정 혹은 마음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구성요건은 전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기쁘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며,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러한 감정들은 모두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길 수 있지만, 또 그런 감정들이 생긴다고 해서 그게 모두 사랑인 것은 아니다. 이렇듯 사랑을 둘러싼 인간의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어쩌면 사람들이 결혼을 앞두고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는 말이 어쩌면 가장 솔직한 고백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아니 사랑이라고 생각 혹은 착각하는 것을 하면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사랑이 인간 감정의 종합예술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