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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외모를 보는 시선

연애에 있어서 외모만큼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을까? 그리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도 말이다. 남자는 모두 외모를 본다는 말, 그러려면 거울부터 봐야 한다는 말, 여자는 외모를 보지 않느냐는 일반론에서부터 해서 남자는 여자의 어떤 외모를 본다든지, 어떤 사람을 좋아한다는 식의 말들 말이다. 아주 솔직히 이제는 지겹다 싶을 만큼 연애에 대한 대화에서 외모는 항상 논의가 되는 주제인 듯하다

이는 사실 남녀 모두에게 이성을 만나는 데 있어서 외모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본인은 정말 외모를 안 본다고 할지 모르나, 외모를 안 보는 것도 사실은 외모를 의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너무 잘생긴 사람은 싫다는 사람 어쨌든 외모를 의식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건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상대를 만날 때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이 외모이며, 계속 만나면서도 어쨌든 우리의 중요 감각들 중 하나를 사용하면서 상대를 접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외모인데 굳이 그걸 보지 말라고 할 이유는 또 무엇일까?

그런데 30대 중반이 되어오는 경로에서 나를 깜짝 놀랄 때가 있었는데, 그건 내가 굉장히 예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날 그렇지 않아 보이거나 평범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예뻐 보일 때였다. 어떤 사람은 그건 상대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냐고, 꾸미지 않던 사람이 꾸미기 시작해서가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건 분명 아니었던 것이, 상대에 대해서 그렇게 바뀐 시선은 또 계속 그렇게 유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상대의 외모에 대한 느낌이 바뀌는 것에도 익숙해져서 내 그런 시선의 변화가 이제는 놀라울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민을 많이 했었다. 왜 그렇게 상대가 갑자기 달라져 보이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상대가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서 외모가 그렇게 다르게 인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때 느껴졌던 변화가 그런 것이 아니라서 당황했었던 것이기에, 생각이 많은 성향상 또 그에 대해서 집요하게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깨달은 것은 두 가지 요인이 그러한 시각의 변화를 가져온단 것이었다. 첫 번째는 상대의 심리적 상태나 사회적 상황이 바뀐 경우가 있었다. 예전에는 항상 무엇인가에 쫓기던 사람이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던지, 여유가 있던 사람이 인생 자체에 대한 회의를 가지게 되었던 경우 그 사람의 얼굴 자체에서 보이는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 말이다. 그런데 사실 조금 죄송한 말이지만, 그런 경우에도 잘생긴 사람은 잘생겼고 예쁜 사람은 예쁘지 않던가? 공유가, 원빈이 아무리 얼굴을 찡그린다 한들, 한가인이, 김태희가 피곤한다 한들 그 사람들이 못생겨지진 않지 않나? 

그래서 사실 그런 시각의 변화의 결정적인 요인은 상대도, 다른 외부 요인도 아닌 내 안의 변화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외모에서 어떤 면을 의식하게 되는지, 외모에서 나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서 상대를 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지더란 것이다. 그렇게 시선이 변하는 것이 더 까다로워지고 예민해진 것이 아니라 '달라진' 것임이 분명한 것은 예전에 내가 외모적으로 매력이 '없다'고 느꼈던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초반, 중반, 후반, 30대 초반을 거쳐 중반에 오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나이 치고는 말이다. 지난 주말에 만난 6년이 조금 넘게 알았던 동생이 처음 봤을 때 내가 풍겼던 느낌과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지난 몇 년간, 아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지속적으로 변해온 것 같다. 그러면서 내 안에 있는 가치관과 세상을 보는 눈도 많이 달라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보는 나의 시선도 바뀌었을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이성을 보는 시각도 변했으며 그러한 시각의 변화에 따라 매력을 느끼는 외모적 특징도 같이 변했음을 느낀다. 

이처럼 우리 자신의 외모도 내면의 변화에 따라 외모와 느낌이 변하지만, 상대를 보는 나의 시선에도 변화가 온다. 그리고 이는 내가 상대의 외모를 인식하는 방법이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나의 내면의 상태에 따라 주관적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또 사실 이목구비가 엄청나게 이쁘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렇듯 사람을 보는 나의 시선은 계속해서 변하게 되어 있고, 그 사람을 만나는 시점에 그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저 그 시점에 두 사람이 인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외모를 이유로 누군가를 너무 장롱에 넣어 놓고 있지는 말자. 어제는 인연이 아니었던 것으로 느껴졌던 사람이 오늘은 인연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거니까. 인연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