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에 대한 내 기준
난 혼전'순결'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도 않고 누군가가 특정한 성적행위를 한다고 해서 더러워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혼후 관계'는 지켜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모든 남자들이 성관계에 있어서 여성의 의견을 100% 존중한다면 그 기준은 지켜지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상식적으로 '첫 경험'을 하는 여성은 혹시나 아이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첫 경험을 선뜻 한 치의 거부감도 없이 온전한 사랑의 언어로 받아들이면서 임하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심지어 결혼한 여성들도 아이를 가질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잠자리에 들고 나서 어느 정도는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고 하더라.
다만 어떤 형태로든 두 사람이 더 스킨십을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라면 나는 두 사람이 마음이 열리는 수준까지의 스킨십은 이뤄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일에 대한 책임은 두 사람이 지면 된다.. 성은, 스킨십은 아름다운 것이며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궁극의 방법이지 회피할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남녀관계에서 스킨십의 문제는 여성이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함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내숭이다'라던지, '지나고 나면 너도 좋을 거야'라고 생각한다는데 있다. 여자가 거부할 때는 그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만 하며, 남자들은 그렇게 일방통행으로 소통하기 전에 정말로 싫은 행위를 누군가 당신을 침대에 묶어놓고 강제로 당신의 신체에 가하는 장면을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싫다는 여성에게 일방통행을 강요하는 것은 그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왜 성에 대한 얘기는 여자만 할까?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연애와 성에 대해 이뤄지는 논의들에 대해서 약간 물음표가 생기는 지점이 있다. 그건 '왜 우리가 아는 연애 및 성 관련 강사들은 모두 여자일까?'라는 것이다. 그녀들은 연애와 성에 대한 전문가들이라고 하는데, 여성들인 그녀들이 남자들 안에 있는 성적 욕구가 어떤 것인지, 어떤 수준인지를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녀들이 남자들의 성적 욕구와 남자의 스킨십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마치 남자가 임신한 여성의 심리를 설명하려는 것과 비슷한 시도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임신한 여성이 어떤 느낌이고, 어떤 심리적 상태인지를 남자가 설명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 말에 얼마나 신뢰가 가겠나? 남자인 나는 그 남자가 하는 말을 믿지 않을 듯하다. 그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그가 들은 얘기가 특정인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라면?
그렇다고 해서 주로 여성 강사들이 성에 대한 강의를 하는 것에 내가 불만이 있다거나 그게 이상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성적인 측면에서는 남자들이 굉장히 적극적인 면이 많고, 그 과정에서 여성들의 생각과 마음, 입장을 표현할 기회가 충분히 없기 때문에 사실 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만큼은 여성들의 입장과 생각, 마음에 대한 내용이 더 많이 부각되고 알려질 필요가 있다. 브런치에서 스킨십에 대한 내 글들이 주로 내가 주위에서 여사친이나 내가 만났던 여자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내용으로 구성된 것 또한 그 때문이다.
남자의 입장
하지만 스킨십과 성에 대한 남자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될 필요가 있다. 이는 의외로 그 문제로 인해서 남자를 혐오하게 되거나, 남자들을 짐승 취급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문제로 인해 이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그러한 오해는 그녀들이 남자들 안에 생물학적으로 생기는 그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물론 그런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상대를 대하는 인간들 개인은 비판, 비난 그리고 처벌받아 마땅하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하나의 집단으로 간주되어서 비판을 받는 것은 조금은 불공평하지 않은가? 꽃뱀이 있지만 모든 여자들이 그런 것은 아닌 것처럼, 쓰레기 같은 남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지금까지도 어머니께서 집에 늦게 들어오는 걸 싫어하실 정도로 매우, 매우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모텔에 가는 이유는 보통 뻔한데 그것을 위해 여자 친구를 모텔에 데리고 가기 싫었으며, 스킨십에 대해서 개방적이 된 이후에는 어쩌다 보니 내가 혼자 자취를 할 때는 거의 연애를 하지 않았거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님이나 가족과 같이 살다 보니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혼전순결'이라는 것이 '지켜진'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른 남자들과 다른 것은 아니다. 성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개방적인 한 지인은 나와 대화를 하다가 '넌 알 것도 다 알고, 어지간한 남자들보다 그런 욕구가 강한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살아왔냐?'라고 할 정도로 나 또한 사실 어떠한 면에서는 또 한 명의 수컷에 불과하다. 이 얘기에 '너는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것 아니냐?'라고 질문한다면 난 보수적이었던 시절에 자취방에 오겠다는 여자친구를 막은 적도 있고, 선배한테 끌려갔던 도우미분들이 나오는 술집에서 선배가 2차를 내주겠다고 해주는 등 기회라면 기회라고 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난 그런 제안들에 응하지 않아 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 과정이 쉬웠단 것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내가 자라난 환경과 내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벽의 영향이 컸다. 만약 그중에 하나라도 없었다면 장담하건대 나는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다. 내 전 여자 친구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그런 칸막이들 중 한 가지만 없었다면, 나는 난봉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어느 순간서부터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도, 애인이나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신행위를 하는 것이거나 상대의 반대 의사에도 성관계를 강요하는 게 아닌 이상 함부로 판단하거나 비하하지 않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절제 및 통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남자로서 그 욕구적인 측면을 이해하기 때문에.
(이 글을 쓴 이후에 아래에 댓글을 다신 분이 있어서 이 부분을 추가합니다. 여러가지 연구들은 남자들이 평균적으로 여자들보다 성적 욕구가 2배 가량 높다고 밝혀낸 바 있습니다. 그러한 차이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차이로 인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기도 하고요. 그와 관련된 내용이 궁금하시면 이 글의 댓글을 보셔도 되고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셔도 됩니다. 그에 대한 어려운 설명들은 많이 있습니다.)
물론 가정이 있거나 여자 친구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리고 성관계를 강요하는 것은 그것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이며, 그러한 행위를 한 자들은 비판, 비난을 받고 처벌해야 마땅하다. 그것을 넘어서 그들은 남자들의 수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전자는 자신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후자는 상대의 신체는 물론 영혼까지 망가뜨리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여자분들은 '남자들은 왜 그렇게 밝히고 성적인 것에 집착하냐'라고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남자들, 특히 한창때인 10-30대의 남자들 안에서 일어나는 성적 욕구들은 대부분 여자분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다.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 예상하는 수준에 비해서 남자들 안에 일어나는 욕구의 수준은 그 예상치의 10배 이상 높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들은 얘기들에 의하면 남자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여자분들도 남자들 안에 그런 욕구적인 면이 얼마나 강한 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녀들도 그저 '남자들은 욕구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정도를 알 뿐이지 그것이 남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까지는 잘 모른다. 이는 남자들이 '임신하면 여자가 엄청 힘들긴 하겠다'는 것을 알 뿐 그 부담과 출산의 고통은 절대 알 수 없을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그런 남자가, 더군다나 자신이 에로스적인 감정을 느끼는 여성과 사귀고 있다면 그 안에 그런 욕구는 더 폭발할 수밖에 없다. 남자가 그것을 자제하고 참는 것은 여자분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그리고 남자들은 그런 욕구나 생각을 누르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그게 그렇게 자유롭게 눌러지지가 않는다. 사실 남자들이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겪는 몽정의 존재는 남자들의 그런 욕구가 그 사람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나? 그래서 나는 지인들과 10살이 조금 넘은 남자아이들을 결혼시키는 풍습이 어쩌면 남자들의 생물학적인 패턴에 비춰봤을 때 가장 타당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되면 성적인 문제를 가정 안에서 해결하게 될 수 있으니까...
그것이 모든 것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글에서 '그러니까 여자들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스킨십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남자들이 여자들의 의사를 100%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이는 남자들의 그러한 욕구는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해소하거나 완화할 수 있으며, 잠자리를 갖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의 현재를 힘들게 할 뿐 미래에 대한 부담을 지우지는 않는 반면 여성의 입장에서 성관계를 갖는 것은 그녀들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피임이라는 것이 있지 않냐고 주장할 것이나 세상에 100% 안전한 피임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임신이 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여자들의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주장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녀 간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성적인 문제는 삶의 여러 가지 측면 중 한 가지일 뿐인데, 우리는 때로는 그것을 필요 이상으로 은밀한 것으로 여겨서 그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지 않나? 하지만 그러한 현실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남녀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상대를 오해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남자들은 자신 안에 있는 욕구에 대해서, 여자들은 잠자리를 하는 게 주저되는 이유에 대해서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사실 여자들이 만족하는 스킨십을 남자들이 잘 못해주고, 여자들이 스킨십을 할 때 엄청나게 긴장하는 것에도 스킨십에 대한 담론이 우리나라에서 너무 음지에만 머무는 영향도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녀 모두 스킨십을 과도하게 '욕구'나 'sexual'한 것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남자들 중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흥분되는 등의 감정상태에 집중하고, 여자들 중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킨십에 대해서는 일단 위축되는 면이 있는 듯하단 것이다. 다만 그러한 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화는 어디까지나 '나는 이래'라고 상대에게 말해주고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어야지 '설득'을 위한 시도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이는 그런 '설득'은 사실 설득의 가면을 쓴 강요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그런 설득 끝에 잠자리를 해주지 않는다고 헤어지는 것을 보기도 하는데, 그런 커플들을 보면 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물론 두 사람이 모두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시기에, 나이가 어릴 때는 그럴 수는 있고 또 한편으로는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가 평생 함께 할만한 좋은 사람이고 본인과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사실 그 정도는 절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당장 스킨십의 수준으로 인해 헤어지는 것은 일면 상대를 주로 성적인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남녀관계, 그리고 부부관계에서 성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인간으로서' 상대에게 더 중요한 게 훨씬 많지 않은가? 그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조절하고 절제할 수 없다면 아내가 임신한 9-10개월 간은 어떻게 버틴단 말인가?
스킨십은 아름다운 것이며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의사표현의 수단이다. 스킨십이 그러한 것은, 스킨십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장 은밀한 부분은 상대 앞에 노출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스킨십은 강요되어서는 안 되며, 상호 간의 신뢰에 따라 마음이 열리는 수준에 맞춰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남자들이 상대를 그렇게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여자들은 상대가 존중해주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는 관계가 건강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존중과 스킨십의 수준이 대가관계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스킨십을 거부한다면 남자들은 그러한 반응은 당신이 상대에게 충분한 신뢰와 편안함을 줬기 때문이며, 스킨십을 강요하거나 보채는 것은 그 신뢰와 편안함을 형성하기보다 벽을 쌓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존중이 지속되다 보면 상호 간에 신뢰가 형성되고, 그 신뢰가 다양한 형태의 스킨십으로 이어지는 것이지, 스킨십이 그 신뢰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사랑이 상대를 내 자신과 같이 아끼는 마음이라면, 그 원리는 스킨십에서, 그리고 상대의 몸을 대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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