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우리는 [과정]에 집중하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고 썼고, 우리가 보통 목표로 하는 것은 수단이지 그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린 그게 잘 되지 않는 존재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는 어떤 상태인지 아무도 모른다. 하나님 외에는.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도구가 주어져서 우리가 이 땅에서 어떤 일을, 어떤 수단을 갖고 하나님의 일을 할 지를 모른다. 하나님 외에는. 그리고 우린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영향을 받으면서 태어났을 때 갖고 있는 것들이 망가지고, 묻히는 과정을 겪는다. 상처를 받기도 하고, 내 안에 있는 오만함이 나를 잡아먹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겪으면서 형성된 그런 것들은 그대로 고착된다. 그건 우리 힘으로 바뀌지 않는다. 우린 바뀔 수 없는 존재다. 교회에서는 더 착한 사람이 되라, 이런 건 이렇게 고쳐라라고 하지만, 우린 우리 힘과 노력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선한 [행위], 좋은 [일], 착한 [행실]은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것은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다. 우리가 어렸을 때, 주위의 것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일 때 우리 안에 심겨진 것들, 부모에게 어렸을 때부터 받은 영향들은 우리 힘과 노력으로 뿌리 뽑혀지지 않는다. 그걸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헛수고이고, 우리는 그래서 우리가 갖는 한계를 있는 그대로, 겸손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린 이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우린, 우리 힘과 노력으로 절대로 선해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그런 것들을 갖게 된 것은 우리 잘못이 아니란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지점이 가장 어려운데, 우린 우리가 바뀔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우리 자신을 혐오하거나 비하하지 않고, 남의 탓을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일어나도록 [허락]하신 하나님은 다 뜻과 계획이 있으실 것이라 믿어야 한다. 그게, 믿음이다.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일 때 생기는 가장 놀라운 일은,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게 된단 것이다. 일단 그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누구를 판단하고 평가할 입장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고, 우리의 그런 한계가 생긴 이유를 알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상황과 환경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회개해야 함은 그 때문이다. 우리도 모르게, 우리 안에, 마음에 있는 것들이 반복적으로 튀어나 나가는데, 그때마다 우린 그것을 인지해야 하고, 회개는 그렇게 인지하면서 하나님 앞에 '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하고 악한 면이 있는 존재인지를 잘 압니다'라고 고백하는 과정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그 마음이 현실에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성]이 들어오는 것은 이 부분이다. 우리는 특정한 마음, 욕구, 욕망이 안에서 끓어오를 때 그것을 이성으로 누르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 이는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그게 그 사람이 하나님께서 지으신 상태나 모습에서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사랑하고 품어주지 못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한단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창조된 모습에서 멀어지게 되니까.
그리고 우리의 이성은 우리의 현실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게 될 때,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도 뭔가가 되지 않을 때, 우린 기도도 해야 하지만 이성으로 고민도 병행해야 한다. 하나님은 왜 이런 상황을 허락하거나 막으셨을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안에 어떤 것을 심어 놓으셨을까? 그것을 갖고 이 땅에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앉아서 기도만 한다고 저절로 알게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민만 한다고 알게 되지도 않는다. 우리가 고민하면서 기도할 때, 하나님께선 우리의 눈과 마음을 열어서 그것을 보고, 알게 하신다.
우리는 우리 마음의 눈이 그렇게 열렸을 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하나님께서 내 안에 심어놓으신 것을 발견하게 되고, 세상의 것들에서 자유로워지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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