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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죄에 대한 법적, 성경적 관점에 대한 생각- 동성애를 포함하여

평생 교회를 다녔지만, 누구도 기독교에서 말하는 [죄인]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목사님들도 세상에서 말하는 죄인과 성경의 죄인은 다른 것이라고만 설명해줬을 뿐이다.

우리나라 교회가, 목회자들이 하지 않는, 또는 못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지만 그 중에 이 부분은 굉장히 심각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성경에서 말하는 [죄인]의 의미가 명확히 서야, 신앙이 제대로 설 수 있고, 복음이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다니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하겠나? 갑자기 교회에 왔더니 내가 죄인이라니...

법적으로 죄인은 풀어서 설명하자면 [국가에서 법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기준으로 세우는 것을 위반하는 행위]이고, 개인의 자유가 최우선시되는 근대헌법 하에서 누군가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개인에 대한 처벌은 공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공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보수적으로 하지 않으면 이는 권력이 남용되어 과거의 왕권국가나 독재국가처럼 내 편이 아닌 사람들은 다 처벌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형사처벌하고 사람을 감옥에 넣는 것을 [자유형]이라고 한다. 로스쿨에 가면 형법 교수님들은 본인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수영 자유형이 아니라 자유를 제한해서 자유형인거에요'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자유형'이란 개념이 법을 공부하지 않은 이들에겐 낯선 개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런 극악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을 수가 있느냐!'고 주장할 수 있으나, 그 사람도 법 앞에서 평등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자유도 최대한으로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말하고, 그런 경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제 존재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그걸 더 크게 느낀다고도 생각하는 편인데, 이는 형사처벌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이처럼 형사처벌은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는 결과를 낳고,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는바, 기독교에서 말하는 [죄인]이란 표현은 교회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나는 성경을 영어로 읽는데, 이는 영어 성경이 때로는 뜻이 더 명확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견한 사실이지만 심지어 내가 인생의 말씀으로 품고 사는 말씀도, 영어 성경 워딩을 다시 확인해보니,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더라.

어쨌든. 영어 성경에서 쓰이는 죄의 표현은 sin이다. 영어로 법적인 죄는 crime이다. 이 두가지는 분명 구분되어야 하는 개념인 것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죄는, 일단 지금까지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하나님의 창조의 원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우리가 모두 sinner일 수밖에 없음은 이 때문이다. 우린 criminal은 아니지만 sinner이다. 그리고 성경에서 말하는 sin은 crime과 다르다. 우리는 선만 넘으면 sinner이 된다. 창조의 원리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무sin 추정의 원칙] 따위는 없단 것이다. 더 큰 죄, 작은 죄 이런건 성경 앞에서 따질 수가 없다. 그냥 벗어난 것은 벗어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동생애를 비난하는 것은, 그걸 더 큰 죄로 여기기 때문인데, 동성애가 창조의 원리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창조의 원리에서 벗어나 있다. 안정을 위해 돈을 더 벌고 싶고, 불투명한 미래가 두려운가? 그건 하나님 능력은 생각지 못하고 세상의 힘을 두려워 하는 마음에 일부라도 있는 것으로 엄격하게 말하면 그것도 창조의 원리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지나가는 이성에 대해 음란한 생각을 하거나 시선이 따라갔는가? 그것도 성경에서 말하는 sin이 된다.

우리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원죄가 우리를 그렇게 만드는 것인 것처럼, 동성애자들도 그런 것이다. 그게 왜 그렇게 됐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우리가 인간의 심리작용 등을 여전히 상당부분 모르고, 한 때는 지구가 납작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난 그것이 선천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선택한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동성애가 더 큰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기준'에 이상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동성애자들 중에 자신의 경향성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보지 않은 사람들은 없다. 그 마음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러니까 그냥 동성애 다 합법화 시켜줘!'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죄라 말하면 안된단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crime은 아니고 sin임을 우리는 구분해야 하고, 우리도 어떤 일이나 심리적인 영향으로 능히 동성애적 성향을 가질 수도 있었음을 깨닫고 그들을 품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동성애자들이, 육체적인 욕구와 욕망이 아닌 진짜 사랑의 본질에 더 집중해서, 자신의 sin을 매개로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길 기도한다. 헨리 나우웬이 그러지 않았을까.

sin에 대한 이러한 엄격한 기준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다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나도 죄인이기에, 내가 어떤 면으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듯, 다른 사람도 그럴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주게 만든다. sin은 이처럼 법과 다른 방법으로 우리를 평등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고 평가하면 안되는 것은, 그들에게 있는 약점이, 죄가, 언제든 내 안에서도 똑같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린 모두 죄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