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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결혼

결혼이 늦어지는 사람들

결혼에 대한 생각과 결혼 시기

고등학교 때 누군가에게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결혼은 빨리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은 보통 늦게 하고, 할 생각이 없다는 사람들은 빨리 간다고 말이다. 그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30대 중반이 되어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패턴으로 결혼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더라. 그것도 아니라면, 결혼을 빨리하고 싶다면서 연애하는 사람이랑은 계속 헤어지는 반면 결혼에 별생각 없다가 연애 수개월 만에 결혼해 버리는(?) 사람들도 봐왔다. 최근에도 그런 후배가 있었다. 모두 결혼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결혼해 버린 후배가.

그 패턴들을 보면 이유는 분명했다. 보통 결혼을 빨리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하거나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결혼이 점차 늦어진다. 이런 경우 주위에서 '기준이 높다'라고 핀잔을 듣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은 기준이 높다기보다는 기준이 많다는 게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리고 그 기준이 명확하다는 것도.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기준은 잘 포기가 되지 않고 점점 견고해지기도 한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를 버텨왔는데'라던지 '여기에서 타협할 것이라면 000랑 결혼을 했지'라는 생각에.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와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연애를 해도 쉽게 결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되게 명확하고 많았기 때문에 '결혼하고 나면 내 기대와 달라지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으로 인해서 말이다.

반면에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을 했거나 결혼 자체에 특별한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은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고, 그 사람이 결혼에 적극적인데 본인도 나쁘지 않을 것 같거나 문득 '이런 사람이랑 살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결혼을 쉽게 결정한다. 결혼에 특별히 반감도 없지만 환상도, 조건도 없기에 적절한 사람이 나타나서 그렇게 흘러가면 이런 사람들은 결혼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조건은 바뀌어 가는 게 맞다.

물론 결혼에 별 생각이 없이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그 사람들 삶 그대로 존중해 줘야 하며, 그게 본인에게 맞다면 그럴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결혼이 늦어지는 사람들이라 함은 결혼은 하고 싶은데 계속 시간이 미뤄지는 사람들을 의미하는데,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결혼에 대한 생각, 기대 또는 환상이 있는 사람이 일정한 나이를 넘기고 나면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그걸 붙들고 있다가 주위에 적절한 나이대의 이성들은 대부분 결혼해서 소개팅 받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 되는 나이가 되면 그 이후로 몇 년은 쉽게 싱글로 지나가게 된다. 어떤 이들은 '남자는 다르다'라고 하지만, 경험상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렇게 결혼에 대한 생각, 기도 또는 환상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을 생각하든지 본인의 결혼생활은 본인이 생각한 것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신이 가보지 않은 길을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장담컨대 결혼을 하고 나서 '내 결혼생활은 정말로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였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본인이 어렸을 때 그려 놓은 그림을 30대가 되어서도 그대로, 아니 큰 틀만이라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시켜 놓고 있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10대 때 보이는 것들과 나이가 들어가면서 알게 되는 세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하는 배우자상, 결혼관, 가정에 대한 생각은 바뀌어야만 한다. 그건 핀잔을 받을 일이 아니라 당연히 일어나야 할 변화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조건들을 좁혀 나가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게 머리로, 마음먹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이미 한 7-8가지 이상의 조건들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그걸 내려놓기를 힘들어하는데, 그게 결혼시기를 늦추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런데 사실 차라리 1-2조건에 대해서 눈이 되게 높은 것이 7-8가지 조건에 대해서 평균 이상인 사람을 찾는 것보다 쉽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에게 부부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는 조건들에서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이렇게 본인이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결혼이 늦어지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건 연애와 결혼 자체를 너무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일정한 나이대를 일 중심적으로만 살았거나,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나이대 즈음에 결혼이 아닌 이별을 한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남녀가 상대 나이로 가장 선호하는 연령대보다 6-7년 정도 지난 후에 다시 새로운 풀이 열리는 듯하다. 물론, 그때도 정말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본인이 초혼이더라도 재혼인 사람과 가정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이 그게 싫다면, 조금 더 싱글로 오래 살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면 된다. 물론, 그렇게 계속 가게 되면 평생 싱글로 살게 될 수도 있고, 앞에서 얘기했듯이 본인이 그 삶이 행복하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혼은 어차피 모험이다

이렇듯 조건을 생각하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 기대, 고민 또는 환상을 갖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우선 조건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머리를 먼저 쓴다는 것인데, 머리로 계산해서 맞는 사람과 감정보다 그 조건만 보고 결혼해서 꾸린 가정이 행복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그러면 마음부터 시작된 관계는 행복할 것을 장담할 수 있느냐?'라고 물어본다면,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나의 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어디에서 시작했을 때 행복할 것이라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장담할 수 없다면 역설적으로 그 고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혼은 어차피 모험이다. 주위 얘기를 들어보면 본인이 상상했던 대로 결혼생활이 흘러가는 경우는 [없다]. 결혼은 그걸 각오하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에 대해서는 어느 순간 '결단' 또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지, 그걸 고민하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 즈음되면 '난 결혼을 하고 싶은데도 못하고 있고 조건도 많지 않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우선 첫 번째는 남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나이이기 때문에 그럴 확률이 있고, 두 번째로는 본인이 상대의 조건으로 절대로 안 되는 조건들을 한 번 적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사실 사람들은 내가 [이런 사람이어야 돼]라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이런 사람은 안돼]라는 조건들을 갖고 있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 그래서 후자의 조건으로 인해 결혼에 대한 결심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결혼이 늦어지는 게 경제적인 유인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다만, 연애의 경우 단순히 경제적인 유인이 연애를 가로막는다고 하는 데는 무리가 있는데 이는 정말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면 경제적인 요소는 걸림돌이 크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험상 그렇더라. 내 경제적인 상황상 연애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가 노력하고 맞춰가면서 만나게 되더라. 결국 그건 마음의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결혼도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연애는 하고 있는데 결혼은 하지 [못하는] 케이스들은 꽤나 많다. 그런데 이 역시 경험담이지만, 서로가 정말 엄청나게 좋아하고 두 사람 간의 신뢰가 강하다면 경제적인 요인과 무관하게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는 경우들을 꽤나 많이 봐왔다. 그래서 경제적인 유인으로 인해 망설이는 경우들이 이해는 되지만, 과연 그게 그 두 사람이 결혼하지 않고 있는 결정적인 유인 일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경제적인 원인 때문에 결혼을 못한다던 사람이 결국 이별을 하고 나서 1년도 안 지나서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사람과 만나 결혼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1년 사이에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의 경제적인 상황이 바뀌면 얼마나 바뀌었겠나?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결혼이 계속해서 늦어지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원인을 본인에게서 찾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밖에서 찾으려 한다. 물론 그 이유들도 결혼이 늦어지는 데는 일정 부분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외부의 이유만으로' 결혼이 늦어지는 경우는, 내 주위를 보면 거의 없더라. 그렇게 남 탓을 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며, 본인이 사람을 만나는데 아무론 도움도 안되는 생각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그 사람이 외부의 요인들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본인이 왜 함께 가정을 꾸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을 돌아보면서.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떤 사람들은 꼭 '남자들이 예쁜 여자만 찾아서 그래' 라던지, '여자들이 키 작은 남자 안 좋아해서'라고 말하지만, 장담하건대 당신과 같은 외적인 특징을 가진 기혼자는 세상에 굉장히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게 절대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본인이 자존감이 낮아서 마음이 있어도 다가가지 못할 수도 있고, 본인이 조건이 정말 많을 수도 있고, 소개팅이 불편해서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성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어색해서 계속 시간이 밀려왔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사실은 본인의 성격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본인을 틀에 가두는 것들을 깨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게 결혼이 늦어지는 원인일 것이기 때문에. 

물론, 나도 그 과정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