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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일상생활

이 이메일을 기다렸어!

자료를 보고 있는데 메일이 하나 왔다. '2019년 6월 인건비 입금(세금 제외).'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을 굳이 세금까지 제외하고 줘야 하겠냐고 원망하지만, 작년에 낸 세금을 곧 돌려받을 예정이기에 그걸 위안 삼았다. 회사원에게, 월급쟁이에겐 월급날이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라면 프리랜서에겐 역시나 인건비가 입금되었다는 메일이 가장 반갑다. 프리랜서에게 이메일은 보통 일을 받거나, 일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는 소식이 전해지는 수단이기에 인건비 입금 이메일은 어쩌면 프리랜서에게 유일하게 반가운 메일일지도 모른다.

사실 프리랜서 업무는 어떻게 계약을 하고 일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입금시기와 방식이 달라지는데,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몇 개월 단위로 계약이 이뤄져 있다 보니 입금이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다. 하지만 건 단위로 일을 받아서 하는 것들의 경우 입금이 언제 될지도 알 수 없고, 입금이 되었다고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오늘은 입금이 되었으려나'라는 마음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통장을 확인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조삼모사도 이런 조삼모사가 없는데, 금액의 총계는 조금 적더라도 그런 식으로 한 달에 2-3번 정도 입금이 되면 한 달에 2-3번은 반드시 행복할 수 있는 게 프리랜서의 장점 아닌 장점일 것이다. 

안 그래도 지름신이 내려서 이 책, 저 책, 정기구독까지 했는데 입금 메일이 오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데 회사생활을 할 때의 습관은 여전해서 오늘이 입금 날인 것도 잊고 있었던 것은 함정. 그러고 보면 나의 신분은 회사원에서 학생으로 갔다가 프리랜서로 변했지만, 나의 일하는 방식과 입금방식이 달라졌을 뿐, 시간이 지나도 내 안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변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난 회사에 다닐 때도 월급날을 잊고 있다가 며칠이 지나서 '어! 월급날이 지났다!'라고 기억했을 정도로 월급날에 둔감한 편이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노심초사, 입금이 언제 될지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입금된 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그렇게 깜빡하고 있다가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볼 때 기분이 더 좋더라. 

보통 때 같으면 '입금이 됐으니까 질러도 돼!'라고 생각하며 지름신이 내리시길 기다리겠지만 이번 달은 그러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시간도 없는 주제에 책은 왜 그렇게 많이 사서 곧 또다시 알라딘 플래티넘 등급이 되게 생겼으니까. 아, 잊고 있었다. 이번 달 지름신님은 며칠 전 서울 국제도서전에 이미 강림하셨었다는 것을...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이 이메일을 기다렸어!'라며 환호성을 외쳤던 마음이 안도의 한숨으로 바뀌는 것을 느낀다. 다행이야. 지름신님께서 강림하신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입금이 이뤄져서. 그래도 내가 좌절하지 않는 것은 다음 주에도 입금이 될 건이 있기 때문이다. 두 건을 합쳐도 금액이 크진 않지만, 일주일 안에 입금이 두 번 된다는 사실이 그저 기쁠 뿐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월말/월초가 기다려지겠구나. 이것이야 말로 프리랜서의 소확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