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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소개팅 주선의 고달픔에 대하여

예전에는 소개팅을 쉽게 주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어차피 두 사람의 일은 본인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소개팅 주선자의 임무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싫지 않은 수준의 사람들을 소개해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또 한창 소개팅 주선하는 재미를 느낄 때는 두 사람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양쪽에 상대의 반응을 전해주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랬던 생각이 조금은 바뀌기 시작한 것은 내가 소개팅을 주선한 사람들이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는 시점을 겪거나 소개팅 주선했던 사람이 내가 아는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소개팅 자리에서 보였다는 경험을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연애할 때는 주선자를 잘 찾지도 않더니 헤어질 때 즈음에는 어쩜 그렇게들 주선자를 찾는지...

그나마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했을 때는 상황이 조금 낫다. 그리고 그 잘못한 사람이 본인이 잘못을 한 것을 알고 있다면. 하지만 연인이 헤어지는 과정에서 그렇게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을 한 경우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그러한 경우라 할지라도 한쪽이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소개팅을 주선하고, 두 사람이 연인이 되었다가 헤어지는 과정에 그 사람들은 보통 주선자에게 하소연을 한다. 그 두 사람 사이에서의 난감함이란...

또 두 사람이 연애를 어느 정도는 안정적으로 했다면 좀 낫다. '지인 A'와 '연인 A'는 완전히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보니 소개팅을 많이 주선해주다면 생각보다 자주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정말 착한 줄 알았던 사람이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을 때도 있고, 윗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잘하던 사람이 연인에게는 함부로 하는 경우도 있으며, 과묵한 편인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수다쟁이인 경우도 생긴다. 그건 한 편으로는 상대에 따라 개인의 다른 면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고, 또 한 편으로는 연애라는 것이 여러 가지 감정을 수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모습이 이성 앞에서는 나올 때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개팅 주선이 고달픈 것도,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친구로서는 좋은 사람이 이성으로는 별로일 수도 있고, 또 반대로 친구로는 별로인 사람이 이성으로는 정말 좋은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두 사람이 통할 것 같았던 면이 실제로 만나보면 다른 요소들 때문에 통하지 않기도 하고, 두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공통점을 발견해서 정말 깊게 사랑하게 되기도 하기에. 사실 소개팅을 주선해준다고 주선자가 두 사람을 완벽하게 아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물론 소개팅을 주선해서 두 사람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 그보다 더 뿌듯한 경험도 잘 없다. 내가 소개해서 가정을 꾸린 한 부부는 너무나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보고, 그 가정의 외출 모습을 SNS에서 볼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하지만 소개팅계(?)의 현실은, 그런 경우는 10번 중에 1번이 아니라 어쩌면 100번 중에 1번이 될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보통 10번 소개팅을 하면 1번 정도 자신이 호감을 느끼는 사람을 만난다고 하는데, 그것도 그나마 내가 호감을 느끼는 것이지 상대가 호감을 느끼지는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세트(?)를 10번만 해보면 100번이 되는데, 그중에 한 번 정도 연인이 되었다 해도 그 사람과 가정을 꾸릴 확률은 또 얼마나 되겠나?

그래서 소개팅 주선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준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양쪽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는 시달릴 수밖에 없다. 특히 결혼 논의에서 얘기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그 과정에서 주선자에게 쏟아지는 짐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소개팅 주선자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게 예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 사람이 일단 만나기 시작했다면, 두 사람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게 주선자의 고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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