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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남녀 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같이 일하는 인턴이 너무 피곤해 보였다. 집도 멀고 최근에 계속 그냥 야근이 아니라 늦은 야근이 많아서 걱정이 되었다. 괜찮냐고, 어제 몇 시에 들어갔냐고 묻자 늦게 들어가진 않았는데 몸이 좀 안 좋다, 피곤하다고 했다. 더 걱정이 되었다. 만성으로 누적된 것은 아닐까 싶어서. 지금 돌아보면 굳이 그래야 했을까 싶은데, 난 정말 괜찮냐고 또 물었고 그 친구의 답변에 미안해졌다. 눈치채지 못해서.

그렇게까지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민망했을까. 왜 그 생각을 전혀 못했을까?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깨달았다. 남자와 여자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지만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다른 세상을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 정말 모든 것을 다 터 놓고 지내던 여자 친구를 만날 때서야 알게 되었다. 남자들이 여자들의 '일상'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지 대해서 말이다. 사실 남자들이 '지식적으로' 모르는 것들은 아니지만, 그 지식을 기반으로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남자들은 대부분 여자들의 일상이 어떠한지를 잘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남자들만 그러한 걸까? 아니다. 여자들 역시 남자들의 생물학적인 특징을 잘 모른다. 남자들 안에서 성적인 욕구가 어떤 형태로 올라오고, 그것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떠한 상태가 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 '몽정'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나? 여자들은 남자들에 대해서 짐승이냐고, 왜 그렇게 성적인 매력과 성적인 부분에 집착을 하느냐고 하지만, 남자들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그러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생기고 떠오른다.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란 내가 사춘기 시절에 안에서 일어나는 욕구와 생물학적인 현상들 때문에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정죄하고 판단했는지, 얼마나 무성욕자이고 싶었는지에 대해 여자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들이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성에게 강요하거나 성폭행, 폭력을 가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여자들은 여자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물학적 현상을 참고, 버티면서 사회생활을 한다. 마찬가지로 남자들도 자신들의 안에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현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조절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말이다. 성적인 행위를 강요 또는 강제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남녀는 평등하고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여성의 신체에 대한 사항은 여성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기에.

사실 현대사회에서 이제 '지식적으로' 남녀가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은 없다. 하지만 인간이 자웅동체가 아니다 보니 남녀가 서로 '경험적으로' 어떠한 것인지를 모르는, 그리고 평생 모를 수 없는 것은 굉장히 많다. 남자들은 여성들이 거의 평생 주기적으로 느껴야 하는 통증이 어떠한 지를 모르고, 여자들은 남자들 안에 일어나는 욕구와 생물학적인 특징에 대해 모른다. 그리고 사실 그러한 증상 또는 현상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이 사람은 이렇다는데 넌 왜 그래?'라는 말도 해서는 안된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상대의 생물학적인 특징을 나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우리 사회에 있는 여혐이나 남혐이 완화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그런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서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할 때야 비로소 남녀는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더 많이 양보해야 하냐고? '많이'라는 기준이 무엇인가? 굳이 기준을 정해야 한다면, 그건 그런 상태를 더 통제하기 힘든 사람이 양보해야 하겠지만 그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최대한 서로를 신뢰하며, '힘들다'라고 하는 사람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존중할 수 있는지 여부는 사실 그 사람의 평상시 행동과 말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지에 달려있다.

인간은 남녀 모두 생물학적인 약점을 안고 살아간다. 현대사회와 같이 끊임없이 일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걸림돌이 되는. 그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며, 존중할 때야 비로소 남녀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노력은 우리의 일상에서, 옆에 있는 이성이 나와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데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