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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문화

프리랜서의 십일조 단상

최근에 건보료와 국민연금 관련 연락을 받으면서 십일조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회사원들이야 월급을 수령한 금액의 1/10이라고 생각하면 될지 모르지만 프리랜서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게 조금 복잡할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의 기준으로 하자면, 대부분 사업장들은 프리랜서에게 일단 선공제를 하고 비용을 주기 때문에 세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중에 돌려받기도 하니까. 그런데 건보료는 [수입]의 6.67%를 부과하는 듯하고 국민연금은 [수익]의 9%를 부과하는 듯하다. 둘을 모두 합하면 대충 수익의 10% 이상을 건보료와 국민연금으로 내게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프리랜서는 십일조를 어느 기준선에 맞춰서 내야 할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십일조의 개념 자체가 사실 형식적이고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십일조의 역사, 유래 같은 거창한 얘기 말고 본질로 돌아갔을 때 10%라는 기준 자체가 중요하지 않단 것이다. 사실 그걸 율법적으로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십일조를 포함한 모든 헌금은 자발적으로, 내가 그 기관이나 공동체가 유지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움직여서 내면 되는 것이지 그걸 사실은 교회가 받는거면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인냥 강요하면 사기가 아닌가. 그 헌금, 하나님이 받으시나? 하나님이 쓰시나? 교회와 목회자가 받아서 쓰지...

그냥 정직하게, 교회 공동체가 유지 및 운영되는데 필요한 비용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각출하는 개념이라고 하는게 현대사회에서는 훨씬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면서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건강한, 목회다운 목회하시는 목사님들은 살아남고 쭉정이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런 교회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교회 공동체'가 될 것이다.

그런 공동체에서는 목사님들이 절대로 돈을 우선할 수 없다. 교인들이 자신의 삶의 일부를 공동체에 각출한 것을 인지한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이 힘들게 노동한 돈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고 넘치게 하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폐지 팔고, 갑질당하며 번 돈의 일부를 내 놓은 것을 안다면, 하나님을 모른다 하더라도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다. 설사 교인들이 목회자에게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고 하면서 사례비를 많이 드려도 목회자들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만큼을 사용한 후에 그걸 다시 공동체를 위해서 내놓게 될 것이다. 목회자가 그러면 또 교인들은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의 것을 내놓을 것이고. 공동체는,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무엇이든 돈을 내라, 기부해라 라고 하기 위해선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사야 한다. 하나님은 마음을 받으시는 분이지, 돈을 받으시는 분이 아니다. 마음이 있는 곳에 돈이 가기 마련이지만, 돈이 간다고 해서 마음이 가는 건 아님을 우린 기억해야 한다. 이건 믿음과 같은 맥락에 서 있다. 믿음이 있으면 행위와 기준이 바뀌지 않을 수가 없지만, 행위가 선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도 반드시 선한 것은 아니다.

혹자는 돈을 내다보면 마음이 생긴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내 경험으로는 절대 그렇지 않고 한국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다. 어떤 이들은 복비 내듯이 헌금을 내면 내게 좋은 일이 생길 것을 더 기대하기도 하더라.

내 마음이 가는 곳이라면, 유지되어야 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한다면, 그곳이 필요로 한다면 내 수입의 1/10 이상도 내놓을 수 있다. 누구나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