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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풍경

연애의 풍경_필요

우리 사회에서 연애에 대하여

연애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서 쓰면서도 사실 항상 조심스럽다. 내가 속한 업계 (?)가 워낙 보수적이라 내가 이런 류(?)의 글을 온라인에서 쓰고 있는 것을 알면 나에 대한 평판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애는 우리 사회에서 일면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연애가 그렇게 별것이 아니라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싱글남녀에게도 연애와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연애를 별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는 '어른'들은 일정 이상 연령대의 남녀에게는 여지없이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고, 관심이 없다거나 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어른'들의 지적질들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이상의 사람들에게 연애와 결혼을 폄하하게 만드는 듯하단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그러한 모습은 사회에서 받는 그런 모순적인 모습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 혹은 '사회생활', 조금 더 적나라하게는 '생계를 위한 벌이'가 걸려있다 보니 그 나이대의 사람들은 사랑, 연애 또는 결혼보다 일, 커리어, 경제활동에 더 집중하게 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따지고 들면 사실 그렇게 일을 하는 게 분명 더 중요해 보이기에 연애보다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그렇게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그렇다. 단기적으로,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면 연애, 사랑과 결혼만큼 비효율적인 것이 없다. 나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내가 버는 것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같이 먹고 산단 말인가? 나 자신도 이해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나와 닮은 면보다는 다른 면이 많을 수밖에 없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과 한 침대, 아니 침대를 따로 쓰더라도 한 공간에서 함께 산단 말인가? 또 내가 혼자 살면 내 취미생활도 마음껏 할 수 있는데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만 해도 내 삶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약받지 않던가?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문제의식이 맞다.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면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살 수는 없는 존재라는데 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위에서 문제를 제기한 일들은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인간은 경제활동을 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지치게 되어 있으며, 인생에서 휴식처가 어디엔가 필요하다. 그리고 취미생활이 그런 휴식처가 되어주는 것도 사실이나, 문제는 그런 취미생활이 인간의 필요를 제한적으로만 충족시켜준다는데 있다.

인간은 감성적, 감정적 영역을 갖고 있어서 그런 측면에서 기댈 곳이, 그리고 내가 정말 내가 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인간이 그러한 존재라는 것은 현대사회의 수많은 심리학, 정신의학, 사회학 연구들이 반복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간이 그런 안식처를 찾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경제활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전쟁터와 같기 때문이다. 또 부모님과의 관계는 어느 순간수부턴가 내가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부모님이 내게 의지해야 하는 관계로 전환이 되기 시작하면서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것 또한 한계가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친구들이 있는데, 정말 마음이 잘 맞고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래도 싱글로 살아가는 삶도 괜찮을 텐데 혹시라도 정말 친한 친구들 중 몇 명이 배신(?)을 하고 연애를 하거나 가정을 꾸리게 되면 그 친구와의 관계는 일정 부분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또 여자들은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남자들의 경우 남자들과의 관계가 '안식처'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자들끼리 만나는 것은 자신들 간의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는 있으나, 그것이 정서적인 영역까지 이어지는 관계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남자인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긴 하지만, 상당수 여사친들의 말에 의하면 그냥 친구와 연인관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하니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연애에 대한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네 연애, 결혼의 문제점

사실 우리 사회에서 연애가 폄하되는 것은 이러한 연애, 사랑, 결혼의 본질적인 필요가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누구도 나의 안식처, 그리고 상대방의 안식처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다. 이는 그런 감성적, 감정적, 정서적인 것들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계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연애, 사랑, 결혼을 얘기하면서도 경제활동을 하듯이 정량적인 지표들과 눈에 보이는 것들억 집착한다. 그 결과 남자들의 경우 당장 눈에 보이는 여자들의 외모, 그리고 자신이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욕구에 따른 반응에 대해 얘기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의 경제력, 그리고 그 경제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학력을 따지기도 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 경향성은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경향이 생기는 데는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계산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라고 교육받은 영향이 있었을 텐데 사실 그렇게 따지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남자들은 외모와 자신들 안에서 느껴지는 욕구를 추구하려면 TV나 영화 혹은 유흥업소를 찾는 것이 '합리적'이고, 여자들이 남자들의 경제력을 많이 따지는 것은 사실 소위 말하는 [페미니즘]과 모순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이성의 외모와 경제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연애, 사랑, 결혼이 다른 관계와 분명하게 구분되는 기준은, 그것이 인간에게 필요한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단 것이다. 연애, 사랑, 결혼이 인간에게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누구나 안식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 사랑, 결혼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의 안정감, 그리고 편안함이다. 그리고 그런 안정감과 편안함은 서로 공유하는 경험이 많고, 그런 경험에 따른 신뢰 수준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데이트, 대화와 신뢰가 연애, 사랑,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에 해당한다. 이는 자주 보고, 더 많은 경험을 같이 하고, 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 일들과 자신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필요와 연애

그렇다면 연애는 상대방과 같이 있을 때 본인이 그런 필요를 충족받는 듯하는 사람과 시작하면 되고, 결혼은 그러한 필요를 지속적으로 충족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 그리고 상대가 내 옆에 그렇게 있어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을 때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신뢰가 깨어질 수는 있다.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는 그 신뢰가 상당한 수준으로 깨어졌을 때 이별을 하면 되고, 결혼의 경우 그 신뢰가 도저히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을 때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안 되겠으면 헤어져!'라는 것이 아니다. 정말 서로를 신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신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에는 헤어지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만약 서로에게서 그런 신뢰를 기반으로 인한 편안함과 안정감보다는 불안감과 불편함을 월등하게 느낀다면, 그 관계는 오히려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필요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러한 것들에 대한 필요가 있다. 그 필요를 더 강하게 직접 느끼는 사람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사실 그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굳이 연애나 결혼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나는 정말 그런 필요가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사실은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런 필요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하다. 최소한 내 주위에서 봤을 때는 그랬고, 그걸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부담이 인생에서 지워졌을 때야 비로소 자신이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 자신 안에 그런 필요가 있었음을 인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사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우리의 내면세계와 그 필요는 매우 제한적이지 않나?

연애와 결혼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며, 연애와 결혼은 이렇듯 인간의 그런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는 연애 또는 결혼을 굳이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그래도 상대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은 듯할 때 연애와 결혼을 하고, 상대가 없는 게 있는 것보다 낫다는 확신이 들 때 이별하는 것이 우리가 제한된 기간 동안 그래도 조금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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