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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풍경

연애의 풍경_사랑

사랑이 뭘까?

앞선 글에서 장황하게 특정한 느낌이나 현상이 사랑은 아니라고, 그런 느낌이나 현상은 다른 욕구, 욕망 등으로 인해서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그렇게 외치는 사랑이란 뭔가? 이전 글에서 어떤 것을 사랑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00는 00가 아니다]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은 별로 없기에 우리는 연애, 결혼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데 사랑에 대해서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우리가 '사랑'이라는 표현을 너무 쉽게, 많이 사용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말, 우리는 얼마나 많이 듣나? 인간은 누구나 흔하게 접하는 것은 가치 있게 여기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은 바, 우리가 사랑에 대해서 별로 고민하거나 깊게 생각하지 않게 된 것 또한 그런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모든 '관계'다

사랑을 규정짓고자 한다면 우리는 우선 '사랑'이라는 표현이 붙는 다른 사랑, 즉 이성 간이나 에로스적인 사랑이 아닌 사랑에도 존재하는 요소들을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특징은 모든 사람은 관계에 의해서 형성된다는데 있다. 물론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기도 해야 하지만, 그 예외를 제외하면 사랑은 관계에서만 형성된다. 즉, 사랑에는 상대 혹은 사랑의 대상이 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특정한 음식이나 물건을 사랑할 때도 그것의 실체가 존재해야 우리가 비로소 사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관계에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은 내가 일방적으로 그것에 대한 마음이 있다고 해서 사랑이 존재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는 물건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는 상대에 대한 나의 마음, 그리고 나에 대한 상대의 마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에 깊은 감정,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존재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사랑은 그래서 위대하고 대단한 것이다. 나만 위할 줄 아는 인간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에 대해서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그게 사랑의 기초다.

이는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상대에 대해서 마음이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냐'라고 하는 주장하는 사람의 마음은 사실 엄연히 말하면 사랑이 아니다. 이는 그런 상태에선 두 사람 간에는 그 정도의 깊은 감정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형성되지 않아있기 때문이다. 그건 상대에 대해서 본인이 특정한 감정이 있는 상태일 뿐이다. 그걸 일방적으로 사랑이라고 규정짓지 말자. 폭력도 그런 폭력이 없다. 그리고 본인이 상대를 정말 위한다면, 상대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랑을 강요하진 않지 않을까?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하지만 관계에서 그렇게 상대에 대해서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해서 모든 관계가 사랑인 것은 아니다. 위의 예에서 드러났듯이 말이다. 인간 간의 관계에서는 다양한 감정이 오가기 때문에 두 사람 간의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했을 때 그것이 사랑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마음 혹은 감정의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그런 마음이나 감정들 중에 사랑에 수반되는 것은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사실 그렇지 않나? 꼭 이성 간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랑하는 부모님, 자녀, 친구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상대에게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시기는 상대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면 같이 기뻐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같이 울어주면서 상대가 괜찮을지 계속 신경이 쓰일 때가 아닌가? 우리가 그런 마음 혹은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은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고, 상대방이 힘들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은 결국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사랑은 놀랍고 위대한 것이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우리네 일상이 얼마나 팍팍한가? 그런데 그 와중에 다른 사람의 마음이 신경 쓰이고, 상대가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나도 같이 힘들고, 내게 특별히 이익이 되는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잘되면 같이 기뻐하는 마음이 드는 게 어디 보통일인가? 솔직히 얘기하자. 아무리 좋고 가까운 친구라도 그가 나보다 잘 나가면, 특히 같은 분야에서 나보다 더 잘 나가면 우리가 그걸 기꺼이 같이 기뻐해 줄 수 있나? 인간은 누구나 질투심을 갖게 되어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이해관계를 떠나서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는 관계가 형성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우리 이기적인 인간은 놀랍게도 상대방을 우리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아끼게 된다. 그래서 '언제부터 사랑이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누구도 제시할 수 없지만, '사랑이 커가고 있는가?'에 대한 판단은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과 상대에 대한 마음을 비교함으로써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하기 위한 조건

그래서 사랑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은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스스로 존중할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장단점과 약점을 알고, 그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임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을 '자신의 모든 것을 좋게 생각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스스로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히려 자산의 약점이나 단점을 부인하는 자기 부인하는 상태인 경우가 많고, 그런 상태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완벽한 인간은 있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본인이 완벽하다고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겨우 30여 년을 살았지만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서부터 시작해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본인 장사를 하는 사람들까지 만나본 결과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자신만의 장점이 없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더라. 천재인 사람들은 머리가 발달한 대신 공감능력이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듯했고, 지적으로 발달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겸손하고 정이 많은 경우가 많았다. 그것도 아니고 다 가진 사람들도 물론 있는데 신은 공평해서 그 사람들도 보통 자신만의 약점, 혹은 다른 사람들은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스스로 약점이라고 여기는 점은 꼭 몇 가지씩 있더라.

그래서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며, 건강한 자아를 갖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그런 부족한 면을 인정하고 스스로가 그 부족한 면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만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데, 그렇게 사랑하는 방법을 사람들은 타고났다기보다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족, 친구, 선생님, 연인에게서 배워 나간다. 아마 첫사랑이 성공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렸을 때 미숙하고 사랑을 할 줄 모르니까. 첫사랑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부모님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은 영향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연인 간의 사랑

이러한 사랑의 특징은 모든 사랑에 적용되고, 존재한다. 그런 특징이 없는 관계나 마음은 사랑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인 간의 사랑을 다른 관계와 구분 짓는 지점이 상대에 대한 설레임과 에로스적인 매력을 느끼는지 여부에 대한 것일 테다. 즉, 연인 간의 사랑은 위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상대와 관계를 형성하면서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에로스적인 매력을 느끼는 마음과 감정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고, 그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없을 경우에는 그건 연인 간의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오래 살다 보면 사랑이 아니라 정으로, 의리로 산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에로스적인 측면이 느껴지지 않는 사랑을 한다는 것으로,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없이 설레이는 마음과 에로스적인 매력만 느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욕구와 본능적인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랑의 기초'가 되는 관계가 없는 관계에서 사랑은 만들어질 수 없지만, 에로스적인 면이 결여되어 있거나 그것이 희석되는 관계에 노력을 통해 그것을 충분히 회생시킬 수 있다. 이는 그런 순간적인 감정, 설레임, 에로스적인 매력 등은 우리 감각이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연인과 부부가 그런 지점을 상실해 가는 것은 그들이 그런 감각, 감정을 관계에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상호 간에 지속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지 둘 사이에서 그런 감각, 감정을 느끼는 지점이 상실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연인, 부부간의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이성으로써의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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