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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풍경

연애의 풍경_경험

연애를 많이 해보라는 말

사실 이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라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마땅히 설명을 하지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30대 중반 정도 되는 나이까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연애를 해 보고 이렇게 진지하게 사랑과 연애에 대한 고민을 해본 결과, 이제는 어떤 사람과 가정을 꾸리면 잘 맞을 것 같은 지가 그림이 대략적으로는 꾸려지고, 그 사람과 나 사이에서 중요한 부분이 맞으면 연애기간이 길지 않더라도 결혼을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과 난 완벽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완벽한 배우자는 없고, 적당히 서로 맞춰가야 할 부분들은 분명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과 결혼을 해도 그 관계에서 갈등은 있을 것이다. 다만 이젠 내가 맞출 수 있는 영역과 수준에 대해서 어느 정도 확립이 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감당하지 못할 성향이나 단점이 있는 사람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단 것이다.

이렇게 정립이 되는 데까지는 내가 했던 연애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연애하는 과정에서 내가 경험했던 감정, 상황, 그리고 그때 상대와 내가 그렇게 반응하는 것을 놓고 했던 고민들이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난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과도 연애를 해봤지만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수 있게 배려하는 마음에 어느 순간엔가 내 속에 있는 얘기를 다 터놓지 못하는 게 힘들어져서 헤어졌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는 맹목적으로 교회 일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는 교회에 다니면서도 자신의 주관이 분명하고 조금은 비판적인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 결과 내가 지금 내린 결론은 난 '일정한 시간 동안 알아온 지인'과는 종교와 무관하게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겠지만 소개팅 등을 통해서 만날 경우에는 같은 종교의 사람을 만나야겠단 것이다.

이처럼 연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연애는 다른 사람과 훨씬 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내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고, 그 과정을 일정 수준으로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부분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를 정립할 수 있다. 연애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연애를 많이 한다고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애를 한다고 해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 무조건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연애를 어떻게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생각을 하는지'이다. 이는 연애를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본능에만 충실해서 하게 될 경우 인간은 누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쁜 남자나 나쁜 여자를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은 자신이 상대의 그런 면에 끌리기 때문인데,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이 있었는지를 기억하면서 어느 정도는 이성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은 같은 유형의 사람을 반복적으로 만 수밖에 없다. '이 사람이 이런 면은 이렇지만 다른 면은 그전에 00과 다르잖아'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렇게 이성적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제어하고, 판단하고 특정한 사람을 피해 가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이는 나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특정한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고, 같은 이유로 헤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반복해서 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나는 생각을 하는데, 그건 그런 경험을 많이 할수록 그 경험에 대한 충격이 커져서 나중에는 결국 그런 성향의 사람은 반사적으로 기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극복하지 못할 정도의 상처를 받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정도의 상처를 받았는지를 돌아보고, 주위 사람드의 도움을 받아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

그래서 결국은 연애를 '많이'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아 물론 어느 정도 연령이 될 때까지 연애를 아예 해보지 않은 사람과 적정한 수준으로 했던 사람 간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고 기본적인 연인 간의 암묵적인, 사회적인 원칙이 있기에 최소한의 수준에서는 연애를 한 경험이 있는 것이 연애를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나를 포함한 30대 초중반의 사람들 중에 '모태솔로인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일정 비율로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연애를 해본 사람은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맞춰야 할 영역이 그래도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보다는 좁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연애 횟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는 몇 사람을 만나지 않았어도 그 관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어 있는 사람이 여러 사람과 거의 공백기 없이 연애를 한 것보다는 자신을 더 잘 알고, 그에 따라 사람을 보는 눈도 더 많이 길러져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몸을 만들 때도 운동을 '어떻게' 하느냐가 '얼마나 많이' 하느냐보다 중요하지 않나? 마찬가지로 연애에서도 '연애를 많이, 오래 했느냐'보다 '어떤 연애를 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연애경험이 줄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연애경험이 개인의 연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우선 첫 번째로 연애를 해본 경험은 내가 나를 더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사실 가족이나 연인이 아니면 우리는 언제든지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할 수 있지 않나? 친한 친구라도 어쨌든 상대가 '남'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고, 그들이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기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기에. 하지만 가족과 연인에게만큼은 대부분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된다. 이는 우리가 그들이 '남'보다는 더 친밀하길 기대하고, 그에 따라 그들에게 기대하게 되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족의 겨우 부모, 자녀로 위계질서가 형성되어 있기에 우리가 그걸 그대로 표출할 수 없지만 연인은 상대적으로 훨씬 평등한 관계이기에 우리 내면의 가장 솔직한 모습들은 사실 연인관계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래서 우리는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지적이나 평가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왜 이런 마음과 감정이 들까?'에 대한 고민과 성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조건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되며, 상대의 말도 곱씹어 보면서 상황과 본인을 객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연애를 해본 경험은 사람을 보는 눈을 길러준다. 이는 조금 더 냉정하게 표현하면 '사람에게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연애를 많이 안 해봤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면, 그 사람의 단점 또는 자신과 맞지 않는 면을 보고도 '상대가 변할 수 있을 거야'라고 기대를 하지만, 연애를 해본 경험은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임을 받아들이게 해준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이게 굉장히 가슴 아프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이는 그 과정이 우리는 다름이 틀림은 아닐 수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 사람들은 '이런 경향의 사람은 이런 면이 있더라'라는 것을 확률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이 역시 물론 연애를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상대를 관찰하면서, 감정적으로만 하지 않았을 때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말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난 그냥 처음 만난 사람이랑 곧바로 결혼했는데?'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분명히 있 그건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일 수 있다. 본인이 정말 좋은 부모님 아래에서 성장해서 가정 안에서 사랑받고 사랑하는 방법을 잘 배웠거나 상대가 그런 사람이어서 관계가 잘 형성 및 유지되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상대와의 관계를 깊게 들어가지 않고 얇게만 유지해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결혼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인 부부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을 잘 꾸리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결국 갈라서거나 상담을 받고 정신과 치료도 받는 경우를 실제로 주위에서 본 적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연애경험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의 경험은 사람들에게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이러한 사례들이 잘 보여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나? 연애경험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그저 연애 횟수가 많거나 기간이 긴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연애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며, 연애경험에서 질이란 얼마나 상대와 많은 경험, 대화를 하고 고민을 해봤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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