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순례자 유랑기라는 이름으로 매거진을 만들고,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미 까미노를 걷고 오신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과연 그 글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 글은 오히려 까미노를 걷고 오신 다른 분들의 글보다 낫기는 커녕 존재의 이유가 더 작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까미노를 걸은게 무려 5년 전이다보니 그때 길에서 일어난 일들과 만난 사람들이 생각이 나더라도, 그 기억이 글로 표현해 낼만큼 생생하지는 못하다는 한계가 있는게 너무 분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중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너무나 많은 영향을 준 까미노를 어떤 방식으로 다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꽤나 오랜 시간동안 했습니다. 그러던 과정에서 제가 너무 제 자신을 브런치 글들에서 인위적으로 많이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제 생각이 아니라 저라는 사람의 얘기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마침 [같이 걸을까]라는 GOD가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는 과정을 그려낸 예능이 시작했더군요. 그 예능을 보면서 그 길을 걸을 때 했던 생각들, 그리고 그 생각들이 제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가 기억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산티아고 가는 길의 이야기를, 그 길이 제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제 삶의 이야기를 그 길을 통해서 묘사하고, 저라는 사람을 통해서 그 길이 어떤 길인지를 소개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요. 그래서 앞으로 쓸 글들은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와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세세하게 다루지 않을 예정입니다. 다만 제가 인생의 어떤 시점에 그 길을 걸었고, 그 길을 걸은 경험이 제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미쳐왔으며,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 와서 '풍경도 별 것 없는데 주구장창 걷고 왔다'고만 하기도 하고,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왜 그런 짓을 하냐고 묻기도 하더군요. 제 글들이 산티아고 가는 길을, 그 까미노를 언제 그리고 왜 걸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 실마리를 던져주거나, 그 길이 제게 미치는 영향을 통해서 삶 자체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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