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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풍경

연애의 풍경_데이트

그냥 하는 거지 뭐

연애를 할 때 사람들은 보통 데이트를 얼마나 자주 하고, 데이트를 할 때 주로 무엇을 할까? 사람들이 소개팅을 하고 나서 3번 정도 만나면 사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속설(?)을 만들어 낸 것은 어쩌면 대부분 사람들이 데이트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3번 정도 만나면서 두 사람이 하는 패턴은 보통 뻔하다. 첫 만남에 식사와 커피, 식사와 술, 또는 식사만, 커피만. 두 번째 만남에 영화, 밥, 커피나 공연, 밥, 커피. 세 번째 만남에는 뭔가 다른 것과 밥, 커피, 술의 조합. 사실 그렇게 세 번 만나고 나서도 연인 간의 데이트는 많은 경우에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고, 그걸 반복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상호 간에 호감이 일정 수준 이상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그런 패턴을 어느 순간 갑자기 끊는 게 어색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3번 정도 만나면 사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하는 건 아닐까?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다. 사람들은 소개팅에서 이렇듯 짧은 기간 안에 감정적인 동요를 기준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나 역시 많이 그래 왔다. 그런데 과연 그게 맞는 것이었을까? 그냥 적당히 시간을 보내는 것, 서로 어느 정도의 의무감을 갖고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 그게 정말 데이트의 전부일까?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몇 번 안 되는 만남의 과정에서 내 안에서 일어났던 호르몬 작용은 당시에 이성적으로는 상대와 장기적으로 만나는 게 조금은 망설여지는 요소들을 간과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 사람들과는 대부분의 경우 처음부터 망설여졌던 지점으로 인해 헤어졌었다.

사실 사람들이 데이트를 '그냥 연인이 뭔가를 같이 하는 것'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어쩌면 본인이 '어떤 것을 하면서 쉬는 것을 좋아하는지', 즉 본인의 취향 또는 성향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데이트는 뭘까?

그렇다면 과연 데이트는 무엇일까? 데이트는 말 그대로 DATE다. 날짜. 즉, 데이트는 두 사람이 하루를 같이 보내는 것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녀관계에서 데이트는 무슨 의미일까?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우리 삶 속에서 연애가, 연인이, 결혼과 가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 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신에게 가정은, 연인은 어떤 존재이며 왜 필요한가?

너무 뻔한 말이지만 결국엔 '사랑'이고, 여기에서 사랑이라 함은 상대와 내가 상호 간에 서로를 매우 아껴주고 위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인간이 사랑이 필요한 것은 결국 치열한 일상 속에서, 누구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일상 속에서 온전히 내가 나일 수 있는, 내가 쉼을 가질 수 있는 공간과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족은, 가정은, 그리고 연인과 부부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공간이자 관계여야 한다.

따라서 데이트는 그러한 나의 쉼의 수단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연인관계와 부부는 상대와 있을 때 내가 긴장이 풀리고 서로 공감하는 관계여야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연인 혹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여가시간을, 혹은 쉼을 어떤 방식으로 누리느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어떤 사람들은 영화나 공연을 보면서, 또 어떤 사람들은 그저 하루 종일 카페에 죽 치고 앉아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 방식이 서로 맞출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길게 가기는 힘들 것이 분명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상도 치열하고 힘든데, 연인관계 마저 그렇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얼마나 가시밭길 같겠나?

그래서 일상에서 쉬는 시간을, 소소한 것들을 내가 어떻게 대하는지는 아주 매우 중요하다. 사실은 그게 연인, 그리고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나도 30대 초반까지도 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친한 동생과의 대화에서야 비로소 나는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었다. 그 동생과의 대화에서 '난 거창한 조건들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아. 뭘 하고 쉬는지, 어떤 것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라고 하자 그 친구가 정색을 하면서 말하더라. '오빠 그게 거창하고 중요한 것들이야. 그런 게 잘 맞기가 얼마나 힘든데.' 역시, 남자보단 여자가 지혜롭더라...

데이트가 갖는 의미

연인관계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데이트는 연인에게 있어 크게 3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현재적인 의미로써 데이트는 우리 삶에 있어서 쉼의 시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사실 연애 초기에는 누구나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흔쾌히 상대에게 맞춰서 데이트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상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삶이 충전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 시기가 바로 도파민으로 모든 것이 버텨지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도파민이 분비되는 양과 빈도는 계속해서 줄어들게 되고, 사람들은 어느 순간서부터 상대가 좋아하지만 나는 싫어하는 것을 하고 싶지 않게 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두 사람은 애초에 쉼을 갖는 방법이 달랐으니,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하게 이뤄지지 않는 시점에 도달해서는 두 사람 간의 다툼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호르몬 작용만으로 관계가 유지되는 기간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데이트는 현재적인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 두 사람의 만남이 길어질수록 데이트는 두 사람의 관계에 깊이를 더하는 과정으로써의 의미를 갖는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이는 두 사람의 쉼의 방식이 비슷하고 함께 서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맞춰질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나가기 때문이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공부하고 경쟁하도록 강요받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쉼을 갖는 사람인지를 알기가 힘들고, 그런 자신만의 패턴이 생기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것이 형성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서로의 만남을 통해 그러한 성향과 취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데이트 과정에서 경험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두 사람은 함께 있을 때 쉼을,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되는 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툼의 방식, 그리고 그것을 푸는 방식도 그러한 경험의 일종이라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데이트는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으로써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이는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대화에서는 두 사람이 얼마든지 자신을 포장하고, 실제 자신의 모습이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경험'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서 하는 대화가 아니라 같이 뭔가를 하는 과정에서 하는 대화는 상대의 진짜 모습을 더 잘 드러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자신은 온화한 사람이라고 실내에 앉아서 얘기를 했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툭 치기만 해도 버럭 짜증을 내는 사람들은 세상에 생각보다 많다. 특히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서 자연스럽게 연애경험이 축적되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 각자의 삶의 패턴을 형성하게 되면 데이트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써의 의미가 점점 커진다. 나이 든 사람들이 길지 않은 연애 후에도 결혼을 빨리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렸을 때 보다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 뿐 아니라, 상대와 함께 있을 때 어땠으면 좋겠다는 것도 분명해지기 때문에. (물론 그로 인해 연애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데이트와 결혼

결혼이라는 것은, 이렇게 축적된 데이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펙, 상대의 배경, 재력, 외모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실 가정을 함께 꾸릴 배우자의 조건으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쉼의 방식'이 아닐까? 그리고 여기에서 쉼의 방식은 당연히 '대화'가 포함되는 개념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 대화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또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 것 또한 누군가의 대화 방식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데이트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 하게 되는 대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긴장을 풀고 하는 대화에서는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이 다 묻어나니 말이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것은, 상대와의 데이트가 편하고 자연스러운 사람, 즉 함께 시간을 보낼 때 편안함이 느껴지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하는 약속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즉, 결혼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만나다 보니 평생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혼을 결심하는 시점에 가서는 두 사람 간의 데이트가 편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직도 도파민의 작용으로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해낼 수 있는 상태에서 결혼을 하게 되면, 두 사람은 갈라서게 되거나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게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그 사람과 있을 때 자연스럽고 편했다'는 것. 그건 결국 두 사람의 데이트가 편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는 의미고, 그건 아마도 두 사람의 쉼의 방식과 기호가 비슷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데이트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상대와 데이트를 할 때 내가 상대와 만날 때 행복하고 즐거운 게 나의 모습 그대로 즐겁고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호르몬 작용이나 상대가 떠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맞춰주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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