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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풍경

연애의 풍경_교감

연애에 대한 고민과 교육

사랑에 대한 내 생각은 이전 글들에서 설명했으니 사랑에 대한 정의는 그 글에서 한 것으로 넘어가자. 그런데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우리가 연애를 시작한다는 것이, 우리가 누군가와 연인이 되었다는 것이 반드시 두 사람이 사랑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두 사람 간의 호르몬 작용도 있고 설레임도 있을 수 있지만 그건 감정의 작용이지 그걸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일정한 나이 이상이 된 사람들에게 그렇게 연애를 하라고, 결혼을 하라고 말하지만 과연 연애가 무엇이고, 연인은 어떤 것을 약속한 관계인지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하고 살고 있을까? 어떤 이들은 연애에 대해서 뭐 그리 고민을 해야만 하느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과거에는 육아는 그냥 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아버지 학교, 어머니 학교 등이 생기고 육아에 대한 책들이 서점에 넘쳐나는 것을 보면 연애도 일정 수준의 고민 혹은 교육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물론 시중에는 연애에 대한 책들이 많이 있다. 온라인에서 연애에 대한 글들은 더 많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런 연애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사실 연애 자체가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 답을 던져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기술적인 내용이 많고, 그중에는 일리가 있는 글들도 있지만 사실 아무리 전 세계의 90%가 그 내용에 따라 행동을 한다고 해도 내 연인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그건 틀린 것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이 담긴 책이나 글은 사실 효용성이 높다고 하기 힘들다.

연애뿐만이 아니다. 자기계발서와 자기개발서들은 모두 그렇다. 지침을 주는 부류의 책들은 누군가의 인생에서 정답이었던 내용을 정리해놨지만 그건 개인의 성향, 그 사람이 처한 상황, 환경적 배경 등에 따라 다 달라지기 때문에 그 안에 정답처럼 제시되어 있는 것은 누구의 인생에도 정답이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고, 그에 대한 고민은 각자의 몫이며, 그런 고민을 하기 싫어서 남이 제시하는 답을 따라가는 것은 언젠가는 그 분야에서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게 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성향, 상황, 환경적 배경이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기에.

마찬가지로 그래서 연애에서 필요한 고민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것과 '연애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며 만약 연애와 관련한 교육이나 강좌가 필요하다면 그건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글이나 강의일 것이다.

연애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연애는 무엇일까? 대화, 데이트, 스킨십이라는 행위가 수반되는 연애는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일까? 나는 연애의 핵심에는 '교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연인이란 서로의 감정이 교차하는 관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연애의 풍경]을 처음에 기획할 때에는 교감에 대한 글을 쓸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대화, 데이트, 스킨십에 대한 글을 쓰고 나서 '신뢰'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니 가슴이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연애의 퐁경에 글을 쓰고 있지 못했던 것이 이 때문이다. 연애에서 이성적인 판단과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며, 신뢰가 형성되어야 하기는 하지만 뭔가 대화, 데이트, 스킨십에서 '신뢰'에 대한 글로 넘어가는 것은 너무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졌던 것이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한참을 고민하고 나서야, 교감에 대한 부분을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이들은 그렇다면 교감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연애를 하지 않아도 되냐고 물을 수 있는데, 사실 교감을 할 상대가 필요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걸 티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 느끼는 사람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 이는 아무리 말이 없고 무뚝뚝한 사람이라도 사실 자신의 얘기를 어딘가에 쏟아내고 싶고, 그에 대해서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위로를 받으며, 특히 모든 것이 경쟁적이고 빠른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음에 어느 정도는 스크래치 또는 상처를 입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걸 순간순간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고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스크래치를 입으면 한 번에 무너지는 것을 나는 꽤나 많이 봐왔다. 아무리 악덕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가족이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위로받고, 인정받고 싶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내가 연애가, 그리고 결혼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연애를,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본인은 혼자인 게 더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그렇게 믿는 것인지, 그런 척하는 것인지, 그 필요를 지금은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앞으로도 계속 그런 상태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최소한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 내 주위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정말로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나는 대화를 하다 보면 발견하고는 한다.

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교감할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애를 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연인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호르몬 작용으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더 교감을 많이, 그리고 깊게 할 수 있게 된 관계가 연인이라면, 두 사람의 관계에서도 핵심은 교'감'에 있어야 한다. 즉, 대화, 데이트, 스킨십에서는 언제나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단 것이다. 다만 그 감정적인 차원에서의 교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같이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기초가 필요하며, 서로의 일상에 대한 대화, 같이 무엇인가를 경험하는 데이트 등이 그 기초를 형성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왜 연애에 문제가 발생하는가?

그렇다면 연애에서는 왜 문제가 발생하는가? 나는 그 가장 큰 이유는 두 사람 중에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모두 자신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교감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나의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도 하지만 상대의 감정도 받아주는 것인데 사람들은 많은 경우에 연인이 자신의 상황과 상태를 받아주기만을 바라고 본인은 상대를 받아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단 것이다. 그러한 예시들은 연인과의 대화, 데이트와 스킨십에서 굉장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 할 말만 상대에게 하는 사람, 내가 말을 안 해도 상대가 알기를 바라는 사람, 데이트를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주장하려는 사람, 스킨십에서 상대의 반응은 신경 안 쓰고 상대가 무조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에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들도 존재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보통 '내가 사랑하면 상대를 다 받아줘야지'라고 착각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건 착한 것도, 선한 것도 아니고 오만한 것이다. 이는 세상에는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4대 성인들도 모두 각각 누군가에게 화를 냈던 기록들이 남아있으며, 어느 인간도 무조건 주기만 하면서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주고받는 것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나 같은 경우 사실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내가 계속 주기만 하거나 상대방이 나에 대한 배려나 고려가 전혀 없다고 느껴지면 그렇게 주는 것에 금방 지치고 만다. 그러한 사람들은 그들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그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본인을 너무 다른 사람과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연인관계에서는 사람들이 더 본질적인 부분을 보려고 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는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들은 더 깊은 곳에 있는 것의 영향을 미쳐서 나오는 것인데 우리는 때때로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와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만을 보고 문제 삼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둘 사이에 문제가 일어났을 때 같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이성적으로. 그 사람이 그 상황에 왜 그렇게 말 또는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나는 왜 그렇게 말 또는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시간과 과정이 중요한 것은, 그렇게 물러나는 것은 내가 나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연인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서 내 마음이 어때서 내가 그렇게 반응을 보였고 상대는 어땠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지 않고 나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주고받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교감을 주고받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두 사람은 헤어지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연예인들이 이혼 사유로 성격차이를 드는 것을 사람들은 cliche로 여기지만, 나는 그게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 표현은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 사람과 살 때 나는 교감할 수 있을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나라보다 가족에서도, 일상에서도 스킨십이 많은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도 이성 간의 성관계에서 만족한 여성이 60% 밖에 안된다는 것은 연인 간의 관계에서 얼마나 서로에 대한 감정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스킨십이 없는지를 고려해 보면 나는 이 설문조사를 우리나라에서 하면 50% 이하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여성 동성애자들의 80%가 스킨십에서 만족을 했고 그 가장 큰 요인으로 서로 스킨십을 하는 과정에서 소통하면서 맞춰갈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 또한 연인의 핵심은 결국 소통과 교감에 있음을 보여준다.

연애가 감정에서 시작되고, 연인은 같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교감하는 관계라면 우리는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서로 교감하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대화, 데이트, 스킨십은 어디까지나 서로 교감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며, 그 도구는 잘 활용하면 약이 되겠지만 잘못 활용할 경우 서로에게 회복하지 못할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이 역시 연애에는 감정적인 영역이 동반되기 때문이고, 사실 연애에서 대부분 문제들은 그런 상처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현상에 집착하기 때문에 잘 인지하지 못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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