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사람들이 보통 ‘까미노’라고 하는 것은 프랑스 남부지역에 있는 생장 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하는 ‘프랑스 길’이다. 하지만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프랑스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남부에서 시작하는 길, 포르투갈에서 시작하는 길, 프랑스 길보다 더 북부에 있는 길도 사실 모두 ‘까미노’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길들은 지형과 길이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모두 다르다. 프랑스 길과 북부 길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고, 프랑스 길은 Paula Coelho가 ‘Pilgrimage’라는 책을 쓴 이후 굉장히 유명해졌다. 가장 많이 알려진 프랑스 길의 경우 길이가 약 800km인데 평균적으로 30일 전후가 소요된다. 물론 그보다 훨씬 빨리 걷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걸어서 거의 2달에 거쳐서 걷는 사람들도 있다.
▪ 길은 어떻게 찾나요?
시중에 나와 있는 가이드북 작은 것을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가는 길에는 노란 화살표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그 화살표들만 따라가면 된다. 사실 까미노는 천주교 순례자들이 유럽 곳곳에서 천 년 넘게 찾아온 순례길이기 때문에 파리 등을 포함하여 그 길이 거치는 유럽의 도시와 마을들에는 산티아고로 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들이 있다. 이제는 드물기는 하지만 수개월에 거쳐 유럽 전체를 관통하여 산티아고로 걷는 순례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 하루에 얼마나 걷게 되나요?
정해진 거리는 없지만 보통 하루에 20km 이상은 걷게 된다. 처음에는 그렇게 걷는 게 힘들겠지만 약 200km 정도를 걸은 후에는 걷는 게 익숙해져서 컨디션이 좋을 때는 40km도 부담 없이 걷게 된다. 막판에 나와 두 구간 정도를 같이 걸은 60대 할아버지는 ‘21km 정도 걸으니 걸은 것 같이 느껴지지도 않아’라고 말할 정도로 후반부로 갈수록 몸이 걷는 것에 적응을 해서 걷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 걷는 연습을 하고 가야 할까요?
3-4개월 정도 꾸준히 등산을 다닌 후에 가면 아무래도 훨씬 수월할 듯하다. 나 같은 경우 친구의 자극에 넘어가는 바람에 전혀 준비를 하지 못하고 갔는데, 그 결과 까미노 초기에는 고생을 조금 많이 했다. 하지만 무리를 하지 않는다면 위에서 설명했듯이 처음 200km를 지난 이후에는 몸이 적응해서 걷는 것이 덜 힘들어진다.
▪ 어떤 신발을 신고 가는 게 좋을까요?
등산이나 하이킹을 잘 다니지 않으신 분들은 중간 정도 길이의 목이 올라가 있는 등산화가 안전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도 있고, 오래 걷기에는 바닥이 단단한 신발을 신는 게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신발을 잘못 선택해서 물집이 많이 생기거나 발목을 다쳐서 어쩔 수 없이 중간에 집에 가는 사람들이 종종 생긴다는 점을 감안하는 게 좋을 것이다.
▪ 가방은 어떤 것으로 가져가야 할까요?
이 결정을 하기 전에 본인이 얼마나 많은 짐을 짊어지고 걸을 것인 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는 가장 성수기인 6-9월과 그 전후로 해서는 다음 지점까지 짐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를 그렇게 걷는다면 가방 종류는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수기에 걷거나 본인의 짐은 다 짊어지고 걸을 생각이라면 일반적으로 가방을 본인 몸무게의 10% 정도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방은 가슴팍과 허리를 잠글 수 있고 등을 잘 받혀주는 등산 가방을 선택하는 것이 걷는 것을 훨씬 편하게 해준다. 어떤 가방을 선택하는지는 걷는 과정에 매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 40L짜리 등산용 가방을 가져갔다.
▪ 어떤 물건을 가져가야 할까요?
까미노에서는 생각보다 알베르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알베르게에서는 대부분 빨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옷을 많이 가져갈 필요는 없다. 3일 치 정도의 티셔츠, 속옷, 양말, 계절에 따라 겉에 입을 두꺼운 옷, 잠잘 때 입을 간편한 옷, 기본적인 상비약, 세면도구, 일기를 쓸 작은 다이어리,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중에 나와 있는 가이드북, 작게 접히는 침낭 정도면 충분하다. 구간에 따라서 마을이 없어서 항상 물을 들거나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짐을 싸자. 햇살이 따가울 수 있기 때문에 모자나 선글라스도 가져가고, 물집이 잡힐 경우를 대비해서 실과 바늘을 가져가는 것도 좋다. 등산용 스틱을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언제 가는 것이 좋을까요?
까미노는 언제 가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준비해야 할 것들도 달라지게 된다.
-겨울 (12월-2월): 날씨가 매우 춥고, 눈이 내리며 얼음으로 인해 걷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까미노 위에 사람들도 별로 없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사람들이 사고로 사망하기도 한다. 화살표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또한 비수기이기 때문에 숙소인 알베르게도 닫은 경우가 종종 있어서 하루에 숙소를 찾아서 30-40km를 걸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봄 (3-5월): 3-4월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기도 하며 날씨는 굉장히 변덕스럽다. 함박눈이 내리다가 다음날에는 반팔을 입어도 될 날씨가 되기도 한다. 5월 중순까지는 까미노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5월 정도에는 봄기운이 물씬 풍길 수도 있다. 알베르게들은 보통 4월 중순 이후에는 대부분 운영되지만 그전에는 운영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운영하는 알베르게들도 있다.
-여름 (6-8월): 사람이 가장 몰리는 시기고, 사람들은 숙소를 확보하기 위해 거의 경주하듯이 걷는다. 낮에는 햇살이 너무 뜨겁기 때문에 사람들이 새벽에 일어나서 오전에 걷기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까미노 상에 있는 주요 도시들에는 관광객으로 인해 숙소를 잡는 것 자체가 힘들 수도 있으며, 이 시기에는 알베르게에서 베드버그를 조심해야만 한다.
-가을 (9-11월): 10월부터 걷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시기다. 일부 지역에서는 10월부터 눈이 내리기도 한다. 11월부터는 휴식기에 접어들어서 문을 닫는 알베르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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