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 월요일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증상
월요병이 주말에 흐트러진 생체리듬 때문에 생긴다는 말도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생체리듬보다는 출근하기 전에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 또는 스트레스가 월요병의 더 큰 원인인 듯하다. 생체리듬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주말에 푹 늘어졌다가 다시 출근을 해야 하는 월요일을 앞두고, 또는 월요일에 몸이 피곤한 것은 그만큼 몸이 그 리듬을 피곤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은 월요병이 없다는 게 아닐까 싶다. 프리랜서는 최소한 '하... 내일은 000가 있네'라는 생각으로 짜증이 나고 피로감이 몰려오지는 않는다. 이는 아마도 프리랜서는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본인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저녁 9시에서 새벽 2-3시까지가 집중력이 가장 좋은 시간이고, 그 다음으로 일이 잘되는 시간은 점심 먹기 전까지고, 회사원들이 주로 일을 하는 오후 시간대는 앉아서 일을 하기보다는 돌아다니거나 운동을 하는 게 훨씬 잘 맞는다. 내가 회사원이었다면 이렇게 마음대로 살 수 있었을까?
일단 주어진 일을 시작하고 나면 프리랜서는 딱히 월요병처럼 규칙적으로 힘들거나 늘어지는 증상을 겪지는 않는다. 프리랜서가 받는 스트레스나 압박에 규칙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프리랜서는 본인이 들어가게 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시점 또는 과업을 받은 시점에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시작점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미루는 프리랜서들은 본인이 일을 시작하면 얼마나 몰입해서 해야 하는지를 알기에 액셀을 밟는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그러다 프로젝트에 들어가거나 과업이 시작되면 프리랜서는 주말이나 월요일 없이 일에 몰입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 주말에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이는 내게 일을 의뢰한 쪽이 회사인 경우 [월요일 출근하는 시점에 받아볼 수 있게] 데드라인을 설정하는 게 때로는 내게 작업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해줬기 때문이다. 회사는 주말에 일이 돌아가지 않으니까.
프로젝트나 과업이 동시에 여러 개 돌아가는 경우 프리랜서는 월요병과 같은 증상을 느낄 겨를이 없다. 이 일을 하고 나면 저 일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걸 챙겨야 하기 때문인데 만약 하고 있는 일의 성격이나 업무방식이 다르기라도 하면 이 업무에서 저 업무로 전환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할 때 내 몸은 계속 축나고 있을 수 있단 것이다. 실제로 내 몸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도 프리랜서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고, 일을 마쳐야 하니까. 그게 오롯이 다 내 책임이니까. 때로는 몸이 축나고 있음을 느끼고 곳곳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기 시작해도 일단 그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몸이 버텨낸다. 그럴 때마다 인간의 정신은 참으로 위대하고도 잔혹함을 느낀다.
그런 피로감은 보통 일이 정신없이 휘몰아친 후 한 번에 몰려온다. 프리랜서들이 큰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서 일정기간 이상 쉬는 것은 그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프리랜서로 살며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을 할 때 이 정도 수준으로 본인을 극단의 상황으로 몰고 갈 각오를 해야 한다. 세상은, 현실은 가혹할 만큼 치열하니까.
프리랜서를 하려면, 지금 당장은 여러 가지 일을 해도 궁극적으로는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이 때문이다. 그 상황을 그래도 즐기고 이겨내면서 그 업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일 자체를 즐기거나 그 과정과 결과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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