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교회에서 이뤄지는 많은 논의들이 그렇듯, 성경무오설도 흑백논리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성경무오설에 반대되는 입장에서 제기되기도 하는 "성경이 그냥 인간들이 쓴 책들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성경은 당연히 현실에서는 인간이 쓴 것이기 때문에 그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기록들을 사람들이 쓰도록 하시고, 그게 심지어 수 천년 후에도 우리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이어져 내려올 수 있도록 해주신 것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인도하고 상황을 끌어오셨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성경은 인간이 쓴 것임과 동시에 하나님께서 영적으로 개입하셔서 말씀하고 전해주신 글이다. 이걸 굳이 어느 한 쪽에 서서 우길 필요는 없다.
성경의 모든 내용은 오차가 없다는 성경무오설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성경의 오류가 있다는 주장은 주로 창조에 대한 내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데, 생각해보자, 창세기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인간이 알기 수천 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이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만 쓸 수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떻게 "과학적으로" 정확하겠나?
그 지점을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치자.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24시간의 기준인 "하루"라는 개념은 창세기가 쓰여진 시기와 비슷한 BC 1500년 경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그전까지 사람들은 아마 해가 떠 있을 때 일하고, 지면 자는 방식으로 대부분 살았을 것이고, 사실 시간을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경의 일이고, [시간]이란 개념 하에서 시계를 오늘날 같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쓴 것은 산업화 시대의 영향이 적지 않다.
이러한 점에 비춰봤을 때, 창세기의 저자라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세가 과연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24시간을 하루로 이해하고 쓸 수가 있었을까? 아니, 조금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해보자. 우리에게 24시간과 하루라는 개념이 있긴 하지만 하나님께도 그 24시간이 하루인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날짜와 시간은 인위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만든 것이지 시간은 계속 이어져 있고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창세기의 하루는 24시간인 하루를 의미하지 않아도 사실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왜 이 문제에 그렇게 집착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성경에 있는 내용들이 '사실이냐' 여부와 관련해서는, 구약성경에 있는 책들 중 상당수, 특히 모세오경에는 족보들과, 구체적인 율법들이 엄청나게 자세하게 쓰여져 있는데,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굳이 이런 문서를 남길 필요가 없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사람 이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수많은 기록이 있고 수십억개의 이름이 오고 가서 기록에 남아있는 21세기에도 하기 힘든 일이다. 따라서 구약성경의 내용 자체가 일어나지 않은 일들일리는 없고, 당시 그들의 관점과 시선, 그들이 아는 지식의 한계 안에서는 모두 진실일 것이다.
다만, 그게 정말 면밀하게 연도 등에 있어서까지 오류가 없느냐고 묻는다면 그런 오차는 현실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그 기록을 쓴 사람들이 갖는 지식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오늘날 같이 일년이 365일,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계산하고 살았을까? 그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당시의 기술력 등에 비춰봤을 때 그 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서 창세기를 포함한 구약성경의 많은 책들은 문학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사실도 우린 기억해야 한다. 문학적인 성격을 갖는 책들은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특정 영역을 키우고 다른 지점들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은 있을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그 사실이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987과 같은 역사물들의 경우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극적 흐름을 위해서 현실과 조금은 다른 지점들을 넣는게 당연하고 자연스럽지 않나? 성경에서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던 책들에서는 그와 같은 지점들이 있을 수도 있고, 그게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도 아니다.
당시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람들이 이해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그런 방법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내용이 폄하될 이유는 없지 않나? 그러면 하나님은,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도 못할 객관적 사실을 기록하도록 해서 그들이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면서 기록을 남기도록 해야 하나? 지금 우리의 기준과 수준에 맞춰서? 그렇다면 그 책이 쓰여진 시기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도 그 내용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했을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나님은 그렇게 독불장군이신가? 아니다! 하나님은 구약성경에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신 분이다. 성경도 그런 맥락에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
성경은 그냥 달달달, 줄줄줄 읽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일이 났을 당시의 상황,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과 상태, 그들이 처한 환경을 염두에 두고 상상하면서, 머리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읽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접근을 하면 사실 성경무오설을 둘러싼 논쟁이 있을 이유도 없다.
성경은 어떤 기준에서 보면, 오늘날의 과학성의 기준으로 보면 오류라고 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것이 하나님과 저자들의 의도와 목적, 그리고 당시에 접근가능했던 지식 수준에 비춰보면 오류가 있다고까지 하기 힘든, 오늘날의 기준으로 오류라고 하는 것은 사실 일정 부분에선 의도되기도 한 책이다. 이걸 놓고 왜 대립하고 싸워야 하는지는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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