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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하나님과 결혼과 이혼과 약속>

변호사시험에서 계속 낙방할때 내가 힘들었던 여러 이유 중에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 노력을 탓하거나 손가락질 하기도 했지만,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나는 알기에 하나님 앞에서 내가 가진 능력치 안에서 최선을 다했음을 알기에 하나님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전지전능하시다는 작자가, 전지전능하시단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원하시면 그 자리에서 생각나게 하실 수 있단 것을 의미하는데, 도대체 왜 내게 그 길을 허락하지 않으시는게 화가 났다. 전지전능하심을 믿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두 번째 시험에 떨어진 이후에는 변호사로 일할 생각은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고민을 하다 결국 시험을 다시 보기로 한데는 '나를 로스쿨에 붙이신 분은 하나님'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유가 있을텐데, 내가 힘들단 이유로 시험을 포기하면 안될 것 같았다. 물론, 교수님들께서 내가 학교로 가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라이센스가 필요하단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 것도 영향이 없진 않았지만 그 고통스러운 과정에 다시 드어가기로 결정한 결정적인 계기는 하나님을 믿었지만, 내가 하나님의 뜻을 다 분별할 줄 모름을 일고, 내 결정이 하나님의 일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구글 인턴을 끝까지 다한 것은, 시험 코 앞까지 일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기간을 채운 것은, 하나님께서 날 구글 인턴으로 보내심에 이유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합격하게 되는 과정이 그랬다. 서울대 로스쿨 합격도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내가 엎을 수가 없어서, 주위에서는 그만두라는데도 미련하게 버텼다.

클스 간사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주위에서는 그만두라고, 시험에 집중하라고 했고, 나 역시 그러고 싶었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그 자리에 보내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하나님 앞에서 약속한 것이라 생각했기에 정말 온갖 상처를 다 받고 모욕을 들어가면서도 그 자리에서 버텼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제목과 달리 왜 내 30대의 힘들었던 순간들을 얘기하는지가 궁금하시리라 생각된다. 이는 내가 힘들었던 과정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결혼해서 가정을 최대한 유지해야 할 이유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건 내게 결혼은 하나님 앞에서 이 사람과 어떻게 해서든지 평생 함께 살겠다고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이 완벽할 수는 없다. 내가 결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고통과 힘듦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지인들의 말만 들어봐도 결혼생활이 가져다 주는 책임감과 불편함, 갈등은 어마어마한게 보인다. 그걸 느끼지는 못하지만 머리로나마 이해는 한다. 그래서 결혼에 더 신중해지고 생각도 많아졌다.

결혼이 그렇게 약속하는 것이라면, 이혼은 하나님 앞에서 한 약속을 깨는 것이다. 이혼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혼은 나의 불편함과 힘듦을 이유로 하나님 앞에서 한 약속을 깨는 것이다. 물론, 나는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는 가정을 배우자가 깨겠다고 나서서 깨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본인 주도로 가정을 깨는 건, 하나님 앞에서 한 본인의 약속을 깨는 것이다. 이혼은 가능하면 하지 않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어렸을 때 결혼한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40에 싱글은 내 관점에서 봤을 때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해서 평생 살겠다고 약속할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뭔가에 씌우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나의 한계와 상대의 한계를 몰라야 할 수 잇는 결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일하시지 않고서는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결혼생활이 힘들어지면 기독교인은 상대를 원망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왜 나를 이 사람과 가정을 꾸리게 하셨을까?'를 궁금해 하고 하나님께 그 질문을 해야 한다. 내가 수도 없이 '하나님 도대체 왜 내게 로스쿨 합격을 허락하셨습니까?'라고 물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 안에서 상대와 맞춰가며 하나님의 뜻을 함께 알아가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 하나님께서 두 사람이 가정을 꾸리는 상황을 허락하신데는 우리의 뜻과 생각과 다른 하나님의 이유가 있을테니까.

가능하면 교회 다니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나은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의 목표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런 대화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끼리만 할 수 있게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교회 다니는 사람과 결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 것은, 사실 그렇게까지 하나님을 찾고 알아가려 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교회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은 하나님보다 본인의 삶이 우선시 되고 그것을 잘못으로 조차 생각하지 못한다. 본인부터가 그렇다면, 그 사람은 사실 교회 다니는 스펙이 있는 사람을 찾으려는 것이지 하나님을 믿고 따르려는 사람을 찾는 것은 아닐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만남에도 하나님의 뜻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모두 형식적으로라도 교회에 다닌다면 두 사람이 힘든 상황에서 하나님을 볼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그나마, 가능하면 교회에 다니기라도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금 나을 수 있다면 그게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서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 않는 가정 안에서 오히려 하나님을 더 찾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믿지 않는 자와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신 것에도 그 나름의,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가능하면' 이혼은 하지 않고, 아무리 힘들어도 그 자리에 버티고 하나님을 찾아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혼을 하면 지옥에 간다든지 구원을 받지 못하거나 한단 것은 아니다. 다만, 힘든 결혼생활 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그러하는 것이 이혼하는 것보다는 하나님께서 더 기뻐하실 선택이고,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도 있지만, 하나님께 의지하면 하나님께서 그럴 수 있는 힘과 상황을 허락하실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일보다는 가정을 꾸리는게 항상 우선순위에서 높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돌아보면 30대 초반까지의 나는 사회가, 부모가 내 안에 강제로 심어놓은 생각들로 인해 그렇게 생각한다고 착각했었을 뿐이지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진 않다. 그런 생각이 진짜 나의 생각이 된 것은 30대 후반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그건 그때서야 내가 [일]이라는 것이 갖는 성과의 의미의 한계에 눈을 떴고, 정말로 사는 건 별 것 없으며, 서로 사랑하며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내 주위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셨을 때의 모습이 구현되는데 기여하는게 유일한 삶의 의미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그래서 넌 교회 다니는 사람을 만나야만 하냐?'고 물으면 난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게 날 위해 가장 좋은지, 그렇게 될 지는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나는 하나님을 입 밖에서, 머리에서 땔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하나님 얘기를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하나님을 모르거나 믿지 않으면서 그런 얘기하는 남편을 사랑하고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본인은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난 상대가 교회에 다니지 않아도 함께 가정을 꾸릴 수 있다. 하지만 그때도 상대도 내가 알고 사랑하는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소망함은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편하게 하나님 얘기를 하고 서로에게 배우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싶다. 그게 상대가 교회에 다니거나 지금 하나님을 알아야만 한단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면 하나님을 아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싶은 것은,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즉, 그게 내게 좋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생각이 어떠신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내가 아는 것은 나의 눈과 상대의 눈을 어느 정도는 가리고 그 순간 서로 결혼해서 평생 함께 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그렇게 허락하시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을 더 알아가고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만드는데 가장 좋은 배우자로 붙여주실 것이란 사실이다.

물론, 평생 가정을 꾸리지 못하다 하나님께로 돌아갈 수도 있다. 배우자와 아이와 가정을 위해 매일 기도하게 하시는 것을 보면, 그런 마음을 허락하시는 것을 보면 내게 가정을 허락하실 것이라 믿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하나님의 뜻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 그게 진짜 기독교인의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