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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정치에 대한 기독교인의 관심

학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 항상 본인들 의견을 말씀하시는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나 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까? 난 항상 많은 것에 관심이 많았고 거의 모든 것에 의견을 갖고 있었다. 당시에는 항상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주위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고, 박사과정을 거치면서야 비로소 주체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실 난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많이 아는 것도 없는데... 그렇게 다양한 이슈에 관심이 많고 생각이 많다 보니 아는 것이 많다는 오해(?)도 종종 받았다. 자세히 들어보면 사실 알맹이는 없고 다 썰이고 의견인데 사람들은 보통 그렇게 많은 것들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생각해보지 않은 영역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면 마치 뭔가 많이 안다고 착각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시선을 즐겼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다. 한... 30대 초반 정도까지는 확실히 그랬다. 이것도, 당시엔 몰랐지만.

그렇게 다양한 것에 관심이 있는 내 자신을 싫어하고, 심지어 혐오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가지 이유로 내가 그러했음을 감사한다.

그러나 이제는 가능하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외에는 관심을 최대한 갖지 않으려 한다. 이는 그렇게 다양한 영역에 관심이 많다보니 그런 관심과 동반되는 감정적 흔들림으로 인해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에 집중을 못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영역에는 정치도 포함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진짜 기독교인의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을 완전히 끄는 것은 아니지만 디테일들에는 최대한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참여하는 선거와 같은 순간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 하지만 반복적으로 터지는 이슈들과는 거리를 두고 감정적으로 관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내가 정말로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참여할 수 있는 일에만 감정까지 동원해서 관여하는 것. 지금의 나는 그게 기독교인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러한 생각에 어떤 이들은 '어떻게 기독교인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살 수 있냐!'고 분노할지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우리가 정치적인 이슈들이나 [큰일]들에 감정적으로 분노하고 요동치고 의견을 SNS에 쏟아낸다고 해서 그게 바뀔까? 우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아니, 우리가 그렇게 감정적으로 몰입해 있을 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

물론, 그런 것들에 대한 의견을 내고 글을 써야 하는 위치에 있을 때는, 내 말과 글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는 그래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리와 상황에서까지 그러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과 뜻이 아닌 나의 마음과 뜻을 싸지르는 소음을 뿜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관심을 덜 가져야 한다고 해서 관심을 꺼야한단 것이 아니다. 우린 항상 우리가 속한 공동체 (=가족, 교회, 지역사회, 국가)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항상 기도가 앞서야 한다. 그게 사실 우리가 진짜 국가와 사회, 정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아닐까? 기독교인이라면 최소한 그렇게 믿는 것이 맞지 않을까?

우린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가, 정답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현실의 모든 문제들을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께서 일어나도록 허락하시는 일들에는 다 그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것을 믿고, 신뢰해야 한다. 그걸 믿는 사람은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 중간에서 최대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하며 감정적으로 이입하지 않고,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몰입해서 말을 쏟아내지 않는다.

물론, 때로는 (지금과 같은 때=전 대통령 탄핵되기 몇 년전부터 지금까지 쭉) 어쩔 수 없이, 포털의 헤드라인만 봐도 분노가 끊이지 않고 짜증이 계속 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한두번씩 감정표현을 할 수도 있지만, 그때도 가능하면 한 걸음 물러나서 기도부터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게, 진짜 기독교인의 모습일 것이다.

과거에 지금처럼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의견을 하나 내는 것이, 정제된 의견을 내는 것이 의미도 있었고 영향력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이것저것들이 다 쏟아지는 와중에 그런 말 하나를 더 쏟아내는 것은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세상을 더 어지럽게 할 뿐이다. 그럴 시간에 하나님께서 상황을 움직이고 관여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시길 기도하는게 현실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개인적으로 종교를 현실정치에 끌어들이거나 자신이 지지 받기 위해 끌어다 쓰는 것은 싫어하고 반대한다. 이는 하나님은 교회 다니는 사람만 쓰시지 않기 때문에 간판에 종교를 다는 것은 결국 하나님을 팔아 장사를 하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을 통해서도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