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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3년 봄, 까미노 데 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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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유랑기_길 가방도 중요하지만... 앞의 글에서 까미노에서 가방의 의미에 대해서 엄청나게 강조를 했지만, 사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는 과정에서 가방보다 조금 더 의미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딱 한 가지. 그건 '까미노' 말 그대로 길 그 자체다. 까미노는 스페인어로 길 또는 거리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실 '까미노'라고만 하면 그 단어를 처음 들은 사람들은 그 의미를 모를까 봐 글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설명을 굳이 하고 있지만 그 길을 걸은 사람들에게는 '까미노'라는 표현이 훨씬 익숙하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 온 사람들이 '까미노'라고 하는 것은 그 길 자체를 의미하고, 사람들이 이 길을 부를 때 '까미노'라고 부르는 것은 이 길에서 길 그 자체가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 사실 어느 ..
순례자 유랑기_개요 사람이 800km를 걷는다고? 내 주위에는 산티아고 가는 길, 또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았다. 사실 난 그게 무슨 길인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회계사를 그만두고 3-4개월 정도 배낭여행을 떠난 친구가 까미노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도 내 반응은 '미친놈'이었다. 왜 사서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자동차도, 자전거도 있는데 왜 굳이 800km를 걸어서 걷는단 말인가? 그 길이 무슨 의미가 있겠다고... 사실 그 길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접하고 나서 그 길에 대한 내 거부감은 더 커졌다. 천주교 신자들이 걸어온 순례의 길.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시신이 묻혀 있는 곳에서 빛이 나서 그 위에 성당을 지었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산티아고의 성당. 그리고 ..
순례자 유랑기_인트로 브런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순례자 유랑기라는 이름으로 매거진을 만들고,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미 까미노를 걷고 오신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과연 그 글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 글은 오히려 까미노를 걷고 오신 다른 분들의 글보다 낫기는 커녕 존재의 이유가 더 작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까미노를 걸은게 무려 5년 전이다보니 그때 길에서 일어난 일들과 만난 사람들이 생각이 나더라도, 그 기억이 글로 표현해 낼만큼 생생하지는 못하다는 한계가 있는게 너무 분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중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너무나 많은 영향을 준 까미노를 어떤 방식으로 다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꽤나 오랜 시간동안 했습니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