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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두 글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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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나는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속도를 제일 좋아한다. 걷는 건 사색을 하기에도, 주위에 작은 디테일도 놓치기 않기에도 좋지만 자동차, 버스, 지하철이 있는 세상에서 이동하는 수단으로써의 걷기는 조금 느린 편이고 자동차, 버스는 주위에 너무나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되기 때문에. 지하철은 우리의 시야를 실질적으로 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부득이하게 가장 많이 타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가장 안 좋아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인생이나 사회적인 맥락에서의 속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너무 빨리빨리에 미쳐있다고 하지만 그 빨리빨리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에 원조를 해주던 필리핀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열악할 가능성이 높고, 어쩌면 지금 북한의 모습과 비슷했..
걱정 지난 몇 년의 시간은 내게 터널과 같이 어두웠다. 뭐 얼마 간의 빛을 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어두웠다. 그 안에서 나는 계속해서 미래를 걱정하며 이런저런 계산을 해야 했다. 내 나이가 몇이고, 그리면 뭐는 하고 있어야 하고, 내가 이것도 늦었네, 결혼도, 애를 가질 나이도 늦었고 돈도 모여있지 않고 등등등. 걱정이라는 걱정은 다 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 지난 몇 년간. 그리고 지금도 내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위에서 지인들이 내게 근황을 함부로 물어보지 못하고 내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아 물론 나도 정신과 전문의인 내 친구한테 가끔 내 상태가 이상한 건지 확인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내 기본적인 성격이 막연하게 불안해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걱정을 하면서 다음 계획을..
임신 임신과 직장생활 결혼의 손익계산서에 대해서 쓰면서 가정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여자가 임신을 한다는 사실이라는 요지의 글을 쓰다가 문득 임신에 대한 생각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전부터 계속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주제를 쓸 타이밍이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회사에 다닐 때 우리 팀은 10명이었는데 그중에 남자가 4명이었고, 내가 있었던 2년 동안 여자 선배 3명이 출산을 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나머지 사람들이 출산휴가 기간 동안 대무를 해야 했고, 사실 개인적으로 그때는 '사람을 고용하는 입장에서는 남자를 뽑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매우 극히 '이성적으로' 생각을 했었다. 정말 '오직' 효율성만 계산한다면 말이다. 사실 남자는 군필자만..
음식 이전에 생각해 봤더라도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당신은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음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가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였다. 그리고 내 생각도 반복적으로 바뀌고는 했다. 때로는 에너지원이 필요해서 아무거나(?) 먹었지만 때로는 정말 먹고 싶은 게 있어서 교통비까지 부담하면서 찾아다니는 내 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이와 같은 성격을 갖는 많은 문제들이 그렇듯 분명한 답이 없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먹고, 어떤 사람들은 먹기 위해 살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이와 같은 다른 문제들과 조금 다른 것은 살기 위해 먹는지, 아니면 먹기 위해 사는지는 그 사람의 삶에 대해서 많은 것..
실력 학벌주의에 반대하면서 나오는 말이 '실력'으로 사람을 뽑으라는 것이다. 그 말이 맞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실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을 뽑을 때 실력이라는 것이 측정 가능해야 한단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란 것이고, 사실 사람을 뽑을 때 분명하게 측정 가능한 실력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사실 두 가지 전제 중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과연 사람을 뽑을 때의 기준은 '실력'이라는 것이 측정 가능한지 여부에 있다. 내가 있었던 회사에서는 우리 기수부터 1박 2일 동안 면접을 봤고, 내가 주니어일 때 1박 2일 면접 때 그룹 면접에서 면접자들을 인솔하면서 혹시라도 주니어들..
실력 학벌주의에 반대하면서 나오는 말이 '실력'으로 사람을 뽑으라는 것이다. 그 말이 맞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실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을 뽑을 때 실력이라는 것이 측정 가능해야 한단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란 것이고, 사실 사람을 뽑을 때 분명하게 측정 가능한 실력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사실 두 가지 전제 중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과연 사람을 뽑을 때의 기준은 '실력'이라는 것이 측정 가능한지 여부에 있다. 내가 있었던 회사에서는 우리 기수부터 1박 2일 동안 면접을 봤고, 내가 주니어일 때 1박 2일 면접 때 그룹 면접에서 면접자들을 인솔하면서 혹시라도 주니어들..
노동 학부시절 어느 날이었다. 길을 가다가 비가 오는데 거리를 쓸고 계시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를 봤다. 그 아저씨를 지나가는 버스 안에 앉아서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저 아저씨 얼마 받으실까?'였다. 그리고 상상해 봤다. 환경미화원의 일을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들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그들이 더 이상 스포츠를 못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환경미화원으로 불리시는 분들이 한 달, 아니 일주일만 일을 안 하신다면 아마 동네마다 썩은내가 진동하지 않을런지. 여름에는 시큼한 냄새가 거리를 가득 채울 것이고,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길거리 위에서 스케이트 타듯이 걸어 다녀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스포츠 선수들..
인기 지하철에서 화면을 보고 있는데 처음 보는 이름 모를 걸그룹이 지하철 문화 홍보 캠페인을 하는 것을 봤다. '저 친구들도 유명해지고 인기가 많아지는 게 목표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문득 저 친구들이 유명해지지 않는다면 그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될지가 궁금해졌다. 그나마 유명해진 이들이야 유명해진 기간 동안 벌어들인 돈을 기반으로 무엇인가를 하거나 그 돈을 알뜰하게 쓰면서 살 수 있겠지만... 그러면서 인기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인기'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추구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가? 고등학교도 사실은 공부 좀 한다는 친구는 인기가 있는 학교에 가고 싶어 하고, 학부 전공을 택하는 것도, 졸업 후 진로를 정하는 것도 사실 대부분 '인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