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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두 글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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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인간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지만, 그러한 '사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사랑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가장 중요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 사랑에서 감정적인 요소는 매우, 매우 중요하다. 상대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없다면 그것이 어떻게 사랑이겠는가? 물론 그러한 '특별한' 감정이라는 것이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일 수도 있고, 설레는 것일 수도 있고, 그저 가만히 있어도 편안해지는 느낌일 수도 있기에 그러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분명 사랑에는 어떤 형태로든 감정적인 부분이 동반된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만으로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욕정, 욕망, 호감 등 다양한 형태의 감정들도 그러한 '감정적인' 요소는 동반하..
쓸모 '야 쓸 데 없는 짓 하지 마' "야 그런 거 아무 쓸모없어'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자주 쓰는 표현들이다. 그리고 사실은 굉장히 폭력적이고 과감한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한 표현은 무엇인가가 쓸모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기준에서, 왜 그러한 판단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없이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는데 '쓸모' 있는 일은 얼마나 될까? 밖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밥을 먹는 것,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콘서트를 가는 것, 음악을 듣는 것, 인터넷에서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는 것 모두 사실 엄연히 말하면 '쓸모'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명확하게 쓸모가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운동을 하는 것, 밥을 먹는 것, 내가 사는 곳을 청소하는 ..
실패 제대로 된 실패 한번 해보지 않았으면서, 정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게 손가락질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본 적도 없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 정도로 힘들어 본 적이 없으면서 실패는 자산이라고, 실패를 극복해 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말을 많이 한 사람들 중에는 정작 본인이 실패를 하고 나서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봤다. 그런 실패를 해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이 희석이 되는 사람들은 내 주위는 물론 언론에서도 많이 본다. 실패할 때는 그렇게 위축되어 있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실패를 자신의 힘으로 혼자서 극복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는데, 이는 내 경험상 어떠한 실패도 완전히 내 힘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기 때..
여행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에 기회가 되어 야후에서 보내주는 응원단으로 독일에 갔었다. 두 경기를 봤는데 그 사이에 하이델베르크를 방문해서 문화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도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갔더니 그곳은 그저 서양사람들이 많은 에버랜드처럼 느껴졌다. 워낙 부모님께서 여행을 좋아하셔서 방학 때면 거의 습관처럼 여행을 다녔지만 본격적으로 여행을 어떻게 하는지,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왜 여행을 다니는지. 왜 굳이 비싼 돈을 내가면서 여행을 떠나야 하며, 왜 특정한 숙소에 묵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겨우 2년 정도 회사를 다닐 때 첫 해는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 그저 서울 안에서 걷고, 쉬고, 걷고 쉬며 휴가를 보냈고, 2년 차 때는 ..
칭찬 '칭찬할 게 있어야 하지!' 나만 많이 들은 말일까? 기준이 높은 부모님을 둔 덕에 사실 난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부모님에게 칭찬을 들은 기억이 없다. 그나마 아버지는 술이 좀 취해서 들어오시면 술김에 칭찬을 쏟아내고 포옹을 하려고 하시고는 했는데 솔직히 그렇게 들은 칭찬은 칭찬으로 들리지 않고 그 상황이 그렇게 좋게 기억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께서 내가 한 일들에 대해서 뿌듯하게 여긴 적이 없으신 건 아니다. 나중에 들어보면 뒤에서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내 자랑을 하시기도 했다는 걸 건너서 듣기도 했고, 부모님과 부딪힌 이후에 그런데 우리 집은 정말 칭찬을 안 한다는 얘기를 할 때면 두 분 모두, 특히 어머니께서는 미안해하셨으니까. 두 분이 칭찬을 입 밖에 내서 잘 하지 못하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