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19)
프리랜서 수입의 허와 실 박사학위를 받고 당연히 취업준비를 했다. 그런데 지도교수님께서 학교에서 보직을 하시느라 논문 봐주시는데 약간의(?) 빈틈이 있었을 뿐 아니라 지도교수님의 철학이 '학위논문은 혼자 쓰는 것'이다 보니 2년간 혼자 주구장창 부딪히고 커미티에서 깨지면서 학위논문만 썼다 보니 등재지 실적이 없었고, 결국 그게 큰 걸림돌로 돌아왔다. 아, 소논문을 아예 쓰지 않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교수님께서 장이신 기관에서 내는 등재지가 아닌 논문집에는 코스웍 하던 시절을 포함해서 글을 5개 이상 썼으니까. 연구를 안 한 것이 아니라 실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할 글만 썼을 뿐이다. 그 또한 그럴 수밖에 없던 상황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를 받으면 모두가 그렇듯이 취업을 하거나 강사 자리를 받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프리랜서가 회사원 시절이 그리울 때 오랜만에 일감이 들어왔다. 코로나로 인해서 모든 게 멈춰있고, 이는 프리랜서들의 계약 역시 마찬가지다. 갑님들은 작년 말, 올해 초에 편성받은 예산을 다 쓰셔야 한다. 그런데 이 사태가 어디까지 가서 언제까지 경제가 움츠려들지 모르다보니 올해 사업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들이 멈춰있는 듯하다. 프리랜서들은 그 타격을 그대로 받는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뿐 아니라 조직에 구속받지 않고 일을 받고 계약해서 하는 프리랜서들도 그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 와중에 고맙게도 급행으로 일이 들어왔고, 돈은 안되지만 개인적으로 벌리고 있는 (유튜브 같은) 일들 때문에 솔직히 조금 빡빡한 편이었지만 밤샘을 하고 일을 넘겼다. 그래서 넘긴 결과물이 걱정이 되기도 했고. 회사원이었던 시절이 이럴 때 가장 부럽다. 어쨌든 법적으로 ..
n 잡러의 허와 실 작년에 내가 계약을 체결하고 일을 한 나의 고마운 '갑님'들은 다양했다. 벤처캐피털, 드라마 제작사, 정부, 정부 출연 연구기관, 마케팅 대행사. 내가 했던 일들도 다 달랐다. 연구 및 보고서 작성, 영문 검토 및 번역, 기업 블로그 콘텐츠 작성. 단순 노동이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은 아니었고 분명 내가 필요해서 나한테 연락이 와서 하게 된 일들이다. n 잡러라고 할 수 있겠단 생각이 작년 언젠가 문득 들었다. 그냥 프리랜서가 아니라. 여기까지만 보면 그럴듯해 보일 수 있다. 그리고 혹자는 '와~ 다양한 능력을 가졌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그건 정말 압도적인 능력을 갖춘 영역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약 어느 분야에 대해서 압도적인 능력을 가졌다면, 난..
프리랜서의 허와 실 2 ('허'편) 앞의 글에서는 프리랜서의 장점에 해당하는 '프리랜서의 실'에 대해 썼다. 그렇다면 '실'의 짝꿍인 '허'에 대한 이야기도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사실 프리랜서의 '허'에 대한 내용은 앞의 글 이전 내용과 내가 이 시리즈에서 쓸 예정인 내용들에 전반적으로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중간 즈음에 압축적으로 다룰 필요는 있을 듯하다. 사람들은 보통 프리랜서의 '허'라고 하면 경제적 안정성, 미래의 불확실성 등을 생각할 듯하다. 그리고 그 부분도 프리랜서의 '허'에 해당하는 내용임은 분명하다. 그에 대한 내용은 너무 많이 알려져 있고 이 시리즈 다른 글에서 다뤄질 것이기 때문에 굳이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지는 않겠다. 그 두 가지 외에 프리랜서에게 '허'에 해당하는 게 더 있냐고? 있..
프리랜서의 허와 실 1 ('실'편)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는 대부분 프리랜서로 사는 것의 어려움을 다뤘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부정적인 면만 있다면 프리랜서들이 프리랜서로 남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나처럼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도 자리를 잡기 위해 아등바등거리는 프리랜서들이 있다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것이 좋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일면 부정적으로만 비칠 수도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쓴 것은 그 좋은 점과 장점들이 과대 포장되어 있고, 그 이면의 그림자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듯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는 분명 장점이 많다. 더군다나 나처럼 조직 안에서 상하 계급 없이 할 말은 다 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프리랜서로 사는 것이 갖는 장점이 엄청나게 많다. 물론, 프리랜서가 일을 받을 때..
휴가지도 사무실이 되는 기적 프리랜서들이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오해는 분명 '얼마나 좋겠어,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잖아.'라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정말 마음대로 일할 수 있을 것이란 착각과 오해. 그게 사실 가장 억울하다. 평상시에는 그나마 그런 말을 잘 받아넘기는 편이기는 하다. 데드라인만 맞추면, 상대에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일정에 보내줄 수 있으면 지금 당장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지금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니까. 영화가 갑자기 보고 싶으면 집 앞에 있는 극장에 가거나 넷플릭스를 켜고 봐도 되니까. 그 이후 본인에게 주어지는 시간 중에 잠자고, 먹고, 씻는 시간을 줄일 각오만 되어 있다면, 뭐 심하면 일을 하고 있는 회사일을 더 받..
다 같은 프리랜서가 아니다 누군가가 '저는 프리랜서예요'라고 말하면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와~ 자유롭고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좋으시겠네요'이고 두 번째는 '그럼... 수입은 어느 정도 되세요?'이다. 전자는 아주 친하지 않은, 프리랜서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분들의 반응이고 후자는 나와 어떤 형태로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아무래도 전자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고, 후자의 반응은 프리랜서를 아프게 할 수밖에 없는 관계에서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소개팅 같은? 그러한 사람들의 반응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같은 '프리랜서'라고 해도 수입과 입지는 천지차이니까. 봉준호 감독과 나의 차이라고나 할까? 봉준호 감독도 엄연히 말하면 프리랜서이지만 그분은 먹고사는 것을 걱정할 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작년에 비자발적으로 프리랜서가 되었다. 올해는 취업을 알아보지는 않기로 하면서 그나마 조금은 자발적으로 프리랜서로 남게 된 상황이다 (이 다짐도 언제 흔들릴지 모르지만). 그 다짐을 하는 과정에서는 당연히 계획을 세웠다. 죽을 때까지 만들어 놓고 싶은 것, 장기 계획, 중기 계획, 단기 계획. 요지는, 결국은 팀을 꾸리고 회사를 만드는 방향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그 일들은 내가 30대 후반인 지금까지 경험해 온 것들, 잘하는 것들, 내 무기가 된 것들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 계획을 세운 이유는 30대 후반까지 내가 건드려 보지 않았거나 하지 않은 것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0대 후반만 되더라도 인간은 대부분 [완전히 새로운]것을 하기가 힘들고, 그에 대한 리스크가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