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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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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같은 거 모릅니다 '그래서 넌 뭘 하겠다는 건데?' 프리랜서 1년 차인 작년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 질문이 정말 싫었다. 난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갓 받고, 몇 안 되는 박사학위자를 채용하는 공고에 넣을 때조차도 실적이 안되어서 채용이 안될 것을 알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학부 때는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도 학교에 나오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계속 이렇게 살았다간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 될 듯했다. 사람들은 '프리랜서'라고 하면 '000 하는 프리랜서'라고 상대가 답하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다. 프리랜서에게 외주를 줄 수 있는 업종에서 최소 5년, 보통은 아마 10년 이상 일한 사람들. 아니면 어렸을 때부터 조금 가난해도 ..
비자발적 프리랜서의 탄생 난 회사원의 아들이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더군다나 아버지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셨다. 이는 내가 학부를 졸업할 때까지 옆에서 볼 수 있는 삶의 방식은 매달 꼬박꼬박 돈이 입금되는 회사원의 삶 밖에 없었단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20위권 밖에서, 대기업 중에서도 연봉이 짜기로 유명한 회사에 다니시는 아버지의 아들로 산단 것은 항상 물질적인 한계는 있지만 굶거나 엄청나게 힘들었던 적도 없었단 것을 의미한다. 우리 가족은 모두 그렇게 30년 정도를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나도, 내 동생도 졸업하고 취업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우리 집의 가장 큰 관심사는 '큰돈'을 버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안정적으로 수입을 담보받으면서 그 안에서 돈을 많이 벌고 모을 수 있을까?'였다. 나도, ..
인류 최초의 직업, 프리랜서 박사학위가 있지만 '학문'을 업으로 해오신 분들 중에 정말 싫어하는 부류의 '자칭 학자'들이 있다. '00학은 원래 말이야~'라는 식의 얘기를 하는 사람들. 마치 본인이 한 전공에는, 정확히 말하면 본인이 취득한 학위에 이름이 붙은 전공에는 고유하고 특별한 것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리고 '과학성'이라는 말도, 모든 전공에 과학을 붙이는 문화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과학'이란 말은 꼭 뭔가를 '객관화'시킨 듯한 느낌을 주는데 사실 모든 과학의 내용은 '이론'일 뿐 그 가설들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이란 말은 어느 순간서부턴가 줄 세우고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된 듯한 느낌이어서, 그 말이 싫어졌다. 그래서 '통섭'이라든지, '학문 간 융합'이란 말을 듣거나 보면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