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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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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준비가 안됐다는 말 결혼할 준비가 되었을 때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이가 더 어린 남자와 연애를 했던 동생이 있었다. 두 사람은 일 년이 넘게 만났고, 그 친구는 이전 남자 친구들보다 새로운 연인과 훨씬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관계는 무척이나 안정되어 보였고, 누군가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그렇게 부러워하는 그 친구에게 물어봤다.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또는 그 친구와 결혼할 생각은 없냐고 말이다. 그때 돌아왔던 대답은 그랬다. 그 친구가 사회생활을 1년밖에 안 했기 때문에 결혼할 여러 가지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에 조금 더 만나다가 결혼을 하려고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얼핏 합리적으로 들리고, 사실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들과 가장 궤를 같이 하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감성적일 때는 소녀 같지만, 조언을 할 때면 ..
삼십대 후반에 연애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 서른여덟이 되었다. 한국 나이로. 만으로는 서른일곱. 같이 일하는 외국 파트너들과는 나이 얘기를 하지도 않지만 나이를 묻는다면 생일이 안 지났으니 서른여섯이라고 할 것이다. 사실 1월 1일부터 거의 계속 누워 있었기 때문에 새해가 왔다는 것이 와 닿지를 않았다. 그런데 타미플루를 5일 먹고 이제 그래도 앉아 있을 수 있는 상태가 되고 나니 나이 생각이 났다. 어느새 서른여덟이 되었다. 나는 내 서른여덟이 이럴 줄은 몰랐다. 스물여덟에 연봉으로는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회사에 입사했고, 이년 조금 넘게 다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로스쿨을 갈 때만 해도 난 서른여덟의 내가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다. 이제 박사학위를 받는, 빚도 없지만 돈도 재산도 없는, 결혼 못한 삼십 대 후반. 이것이 대한민국이라..
남사친 여사친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믿었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속한 집단의 특성상 여자들이 훨씬 많았고, 사실 지금도 마음 편하게 수다를 떠난 사람들은 누나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주위에 여사친이 많았기 때문에 난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가깝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면 난 항상 당연히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에 서 있었다. 하지만 주위에 그렇게 많던, 소개팅을 100번 넘게 주선할 수 있을 정도로 많았던 여사친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남편이 날 잘 알아도, 그 여사친에게는 따로 보자는 연락을 쉽게 하지 못하게 되더라. 심지어는 내가 소개팅을 주선해서 결혼한 부부에게도.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파리에 가서 신세..
이별의 이유 '최고의 이혼'에서의 이별 최근에 유일하게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최고의 이혼' 일본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기존 드라마들에서 느낄 수 없는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사랑이 무엇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날카롭게 짚어주고 있어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 본방사수를 하지 못하더라도 따로 챙겨볼 정도로. 소문에 의하면 촬영 현장에서 모 배우가 굉장히 날카롭다고 하지만 드라마 안에서는 그 날카로움이 느껴지지 않기에 난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로 즐기고 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스쳐 지나가듯이 나오는, 어찌 보면 말도 안 되지만 현실의 연인 또는 부부들이 많이 겪는 장면이 나왔다. '이별의 이유를 대라'는 의사 남자 친구의 집요한 요구에..
연애, 상대를 바꾸려하지 말자 외모, 스펙, 연봉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형이 있었다. 클럽에서 무용을 전공하는 여자 친구도 만나고, 본인 일은 철저하게 하면서도 정말 잘 놀고 잘 나가는 형이었기에 우리는 모두 그 형이 당연히 결혼을 늦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형이 청첩장을 들고 나타났다. 그것도 30을 갓 넘긴 나이에 말이다. 누구도 예상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당황해하며 도대체 왜 벌써 결혼을 하냐고 물었고, 그 형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 사람은 내가 죽어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단점은 없어'라고. 20 중후반이었던 내게 그 대답은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니 내가 생각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닌, 단점의 유무로 평생을 살 배우자를 선택한다니 이는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렇게 자유분방했기에..
헤어진 연인과의 연애 두 사람이 만나는 데는 이유가 있듯이, 그 헤어짐에도 분명 이유가 있다. 누군가와 감정에만 쏠려서 대충, 막 만난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고 여러 과정을 거쳐서 사귀기 시작한 사람과 쉽게 헤어지지는 않을 것 아닌가? 만약 헤어짐에 마땅한 이유도 없고, 헤어지는 말을 쉽게 던지는 사람이 있다면 사실은 문제는 그런 사람에게 있다. 누군가와 사귀는 것은 그 사람과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것인데 그 약속을 큰 문제도 아닌 것으로, 본인은 지키려는 노력도 별로 하지 않고 깨버린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물론 연애를 하는 것이 결혼을 하는 것만큼의 강력한 구속력을 갖거나 하는 약속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이별로 인해 상대에게 생길 수 있는 상처나 아픔을 생각했을 때 이별을 고하..
연인은 믿자, 믿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헤어지는게... 믿음과 신뢰가 없는 연인관계는 그 관계가 육체적 쾌락만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계속해서 유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육체적 쾌락'만'을 위해 만나는 관계를 연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부르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정의하고 사용하는 '연인'의 범주 내에는 그런 관계가 포함되지는 않는다.) 내가 상대를 믿어주고 신뢰하는 것이 이처럼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믿고, 신뢰해 줄 것이며 그래야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단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상대가 믿음을 '줘야'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믿음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를 믿을지 말지는 상대방이 아니라 본인에게 달려있다. 물론 상대방이 신뢰를 충분히 주지 ..
여자와 스킨십 수컷들의 대화 여사친들에게 들은 그녀들의 스킨십에 대한 얘기를 남자들 간의 대화에서 얘기하면 남자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네가 어떻게 모든 여자를 다 아느냐' '일반화시키지 마라' '그런 마음이 드는 여자들만 입을 여는 것이다' '그건 그 사람들이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등. 나도 남자지만 수컷들은 어쩜 그리 본인이 옳다는 확신을 분명하게 갖는지... 물론 나도 남자이기 때문에 사실 내가 여자와 스킨십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건 항상 조심스럽다. 그리고 남자들과 대화를 하면 항상 나오는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스킨십에 대한 욕구가 엄청나게 강한 여자분들'이 계신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여자들은 모두 이렇다'라고 하는 것은 틀릴 가능성도 꽤 높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남자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경향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