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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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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과 운명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회사에 다닐 때 나보다 10살 이상 많은 선배가 해준 말이었다.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현실에 존재한다고.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는 말을 믿고 한 사람을 3년, 또 다른 사람을 2년 이렇게 찍다 보니 어느새 30대 후반이 되었다고. 그런데 지금 같이 사는 아내와는 소개를 받고 그냥 흘러,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식장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있더라고. 그렇다. 열 번 찍어서 넘어가지 않는 나무도 있다. 물론 열 번 찍어서 넘어가는 나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그리고 서로 연락을 할 수단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시대에는 열 번 찍을 때까지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았겠지만 사실 이제는 SNS나 카톡 등을 통해서 서로를 알기가 ..
외로움과 연애 언제 가장 연애를 하고 싶은가? 보통 외로울 때가 아닐까?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나 혼자 세상에 덩그러니 버려진 것 같고, 누구도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할 때 연애를 하고 싶어 지는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이는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가장 힘들 때, 내가 믿는 신에게 원망하는 기도를 울부짖으면서 했었다. 왜 이렇게 날 혼자 내버려 두는 거냐고, 왜 나 혼자 있어야 하는 거냐고 말이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께는 오히려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게 더 많아지지 않나... 걱정하실까 봐 더 괜찮은 척하게 되는 것, 소위 말해서 '철이 든다'는게 보통 그런 변화를 수반하는 듯하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는 나의 가장 약한 곳을 드러내는건 부담스럽거나, 미안해서 그러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
연애를 강요하는 사회 20대 초중반에는 그저 연애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설레이는 감정과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 호르몬 작용에 충실한, 그랬던 시기였다. 30 전후가 되는 시점에는 그냥 결혼이 하고 싶었다. 주위에 결혼한 지인들은 있었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어떤 건지 몰랐고, 그래서 그냥 결혼이 하고 싶었다. 나이가 조금 더 들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 갔다. 돌이켜 보면 20대 초중반의 나에겐 연애 자체가 목적 또는 목표였고, 30대 초반까지는 결혼이 그랬다. 그리고 그렇게 연애와 결혼 자체가 목표가 되어 있는 건 나뿐이 아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경로로 연애와 결혼을 강요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연애..
연애에서의 다름과 틀림 나의 다름이 틀림이었을 때 31살 때 일이었다. 당시에 만나던 친구와 만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고, 화이트데이가 코앞이었다. 그 친구는 나보다 한 살이 어렸는데 '이 나이에 무슨 화이트데이 같은걸 챙기냐'면서 대학원 생활도 바쁠 텐데 챙길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도 챙기고 싶긴 한데, 학교 근처에는 마땅히 백화점도 없었고 학교 후문 쪽에 살고 있었을 뿐 아니라 대학원 생활이 너무 팍팍하던 시기여서 어디 멀리 나갈 엄두가 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사탕이랑 초콜릿으로 아름아름, 그냥 귀엽게 만들어서 그 친구에게 줄 것을 직접 만들었다. 화이트데이에 큰 의미도 두지 않는 친구니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데이트를 하면서 '귀여..
연애가 인생에 갖는 의미 내겐 작년이 굉장히 힘든 한 해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작년 1월에 결혼한 형의 결혼식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지 못했는데 최근에 집들이를 가서 그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무의식적으로 그 형이 결혼한 지 2-3년 정도가 된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즉, 작년 한 해가 내게는 마치 2-3년만큼 길게 느껴졌단 것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그 과정을 혼자 견뎌내야 했다. 작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사실 지난 몇 년간 이런저런 일들로 인생의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많은 편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내 모든 것을 완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내 인생의 가장 어두운 그 기간을 함께 해준 사람들이,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위로해주던 사람들이 그 가장 어두운..
연애하면 안되는 시기 연애 성애자 친한 형과 어제 카톡을 하는데 이 형이 연애 이외에 다른 영역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되게 반응이 이상해서 왜 그러는 거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뭔가 내 글이 누군가에게 그런 영향을 주는 게 적응이 안된다면서 내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며 나를 '연애 성애자'라고 불렀다. 사실 조금 더 과격한 표현이 있었는데 순화된 표현만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 사실 돌아보면 올해가 되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항상 연애를 엄청 싶었다. 내 상황이 너무나 힘들고, 누군가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정말 홀로 고립되어 있는 듯한 상황으로 인해 지쳐가면서 연애를 하지 않는 이상 지금 상황에서 나를 이해해주고받아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없더라. 이젠 나이도 있는 ..
가정과 결혼의 손익계산서 1 가정은 왜 생겨났을까? 나는 무엇을 하든지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보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래서 back to the basic이라는 너무나도 흔한 명제를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기본을 좋아하고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있어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는 고민하는 대상의 핵심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결혼의 문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사람들은 '결혼'을 얘기하고 결혼을 빨리하라고 하지만 사실 결혼을 한다는 것의 본래 의미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기에 나는 결혼의 문제를 생각할 때는 항상 가정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가정을 꾸린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과 단순히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사고의 틀을 ..
연애는 사람을 만든다 연애도 관계의 일종 '연애'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특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연인과 배우자는 매우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임은 분명하다. 이는 연인과 배우자는 누구보다 가깝고, 누구보다 많은 것을 공유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인과 부부 사이에만 존재하는 감정과 화학작용도 그 관계를 특별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연애도, 부부로 살아가는 것도 결국 '인간관계'의 일종임을 잊을 때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나이스하게 대하다가도 자신의 연인을 함부로 대하거나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대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은 무의식 중에 자신의 연인이, 배우자가 본인과 대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