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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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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주가 아니길 기도해야지 아버지께서는 고등학교 시절에 하셨던 밴드반 OB연주를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하고 계신다. 할아버지는 트롬본을 부셨고, 아버지는 클라리넷, 나는 트럼펫을 하지만 사실 아버지의 그 OB연주에 단 한 번도 같이 서 본 적이 없는 게 항상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악기를 워낙 오랫동안 놓고 있기도 하고, 사실 거기 계신 분들은 내 상황들을 대충은 알고 계시다 보니 내 상황이 나아지기 전에, 그분들에게 아버지께서 나를 부끄러워하시지 않을 수 있는 시점에 같이 연주를 서고 싶었는데 그 시기가 아직도 오지 못했다. 그런 아버지께서 내년에는 반드시 시골로 내려가시겠다며 요즘에는 귀농 교육을 받고 계신다. 난 아버지께서 시골에 가서 훨씬 행복하게 살 수 있으실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대기업에 다니시다 정년퇴직하고 나서 ..
연애는 매우 중요하다 '연애'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게 가끔은 주위에서 이상한 시선을 받기도 한다. 워낙 대학원에서 전공하고 있는 것이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학문이라서 어렵고 난해한 고민거리들을 갖고 매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이 대학원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이 브런치 계정을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나도 별로 그런 시선을 받고 싶지는 않기에.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연애는 굉장히 중요하다. 누군가와 가정을 꾸리고 '평생'을 살겠다고 마음을 먹는 '결혼'에 대한 결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연애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모순적인 것이 될 텐데 우리는 대부분 누구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하지 않는가? 물론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쉽게 이혼을 결..
조직에 들어가면 지금이 그리워질거야 외대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한 통번역사이면서, 플로리스트일 뿐 아니라 한국 회계사이기도 한 친구가 있다. 사실 [나는 어쩌다 박사가 되었나] 시리즈에서 내 현재를 N 잡러로 분류하고 있지만, N 잡러 가 되려면 이 친구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친구가 프리랜서 생활을 한 지는 3년이 조금 더 지난 듯한데, 이 친구는 올해부터 생활이 조금 안정된 듯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둘 다 프리랜서로 살다 보니 공유사무실을 어디로 써야 할지, 의뢰인은 어떤지 등에 대해서 종종 카톡을 하는 편인데 어느 날 대화가 내 진로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내가 프리로 일하고는 있지만, 프리로 일하기엔 내가 일해온 행적(?)이 애매한 건 사실이고, 학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회사, 연구원 등의 ..
프리랜서에겐 퇴근이 없다 오랜만에 일찍 집에 왔다. 어머니는 대번에 놀라시며 '어이구, 오늘은 웬일로 네 얼굴을 보냐?'라고 하시더라. 지난주에 부모님과 크게 부딪힌 이후 부모님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계속 부딪히게 되길래 내가 사용하는 공유 사무실에 항상 10시에서 11시 사이까지 있다 왔으니 그러실 만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있다 보니 공간에 질리기도 하고, 마침 비도 오고 그래서 조금 일찍 퇴근하여 집에 8시 50분에 도착했다. 비가 올 땐 내 방에서 일하는 게 일의 능률도 오르고 기분이 좋아져서. 그렇다. 공식적으로 '퇴근'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프리랜서에게 퇴근은 없다.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자신이 섭외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프리랜서들은 모르겠으나 어지간한 프리랜서들은 눈을 감고 잠들 때야 비로소 퇴근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