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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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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주가 아니길 기도해야지 아버지께서는 고등학교 시절에 하셨던 밴드반 OB연주를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하고 계신다. 할아버지는 트롬본을 부셨고, 아버지는 클라리넷, 나는 트럼펫을 하지만 사실 아버지의 그 OB연주에 단 한 번도 같이 서 본 적이 없는 게 항상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악기를 워낙 오랫동안 놓고 있기도 하고, 사실 거기 계신 분들은 내 상황들을 대충은 알고 계시다 보니 내 상황이 나아지기 전에, 그분들에게 아버지께서 나를 부끄러워하시지 않을 수 있는 시점에 같이 연주를 서고 싶었는데 그 시기가 아직도 오지 못했다. 그런 아버지께서 내년에는 반드시 시골로 내려가시겠다며 요즘에는 귀농 교육을 받고 계신다. 난 아버지께서 시골에 가서 훨씬 행복하게 살 수 있으실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대기업에 다니시다 정년퇴직하고 나서 ..
완전한 프리랜서로의 복귀? 회사원과 프리랜서의 삶을 병행하고 있다. '겸업'을 허용받고. 내가 조금 더 피곤하기로, 주말에도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한 결정이다. 그 덕분에 난 4대 보험을 보장받고, 월 수입의 하한선도 숨 쉴 수 있을 수준으로 보장되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꽤나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처음 얘기할 때보다 내게 더 많은 일이 주어졌고, 그로 인해 브런치 글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일들도 늘어지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최근 몇 주 동안 다시 완전한 프리랜서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회사원적인 일을 하다 보면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대표가 나의 편의를 봐주고 있단 것을 알기에 더 들어오는 일을 쳐낼 ..
조직에 들어가면 지금이 그리워질거야 외대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한 통번역사이면서, 플로리스트일 뿐 아니라 한국 회계사이기도 한 친구가 있다. 사실 [나는 어쩌다 박사가 되었나] 시리즈에서 내 현재를 N 잡러로 분류하고 있지만, N 잡러 가 되려면 이 친구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친구가 프리랜서 생활을 한 지는 3년이 조금 더 지난 듯한데, 이 친구는 올해부터 생활이 조금 안정된 듯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둘 다 프리랜서로 살다 보니 공유사무실을 어디로 써야 할지, 의뢰인은 어떤지 등에 대해서 종종 카톡을 하는 편인데 어느 날 대화가 내 진로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내가 프리로 일하고는 있지만, 프리로 일하기엔 내가 일해온 행적(?)이 애매한 건 사실이고, 학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회사, 연구원 등의 ..
프리랜서가 다 프리한 것은 아니다! 교수님: 지금 학교에 있나? 나: 아... 교수님 지금 학교에 있진 않습니다. 교수님: 어디고? 나: 아... 에... 교수님 지금 삼성역 쪽입니다. 학교로 갈까요? 교수님: 삼성역이면 멀진 않네. 약속이 있거나 하면 안 와도 된다. 나: 아닙니다 교수님.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몇 시까지 갈까요.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출판사들 부스를 흥미롭게 보던 난 이 통화를 마치고 20분 후에 학교로 가는 지하철에 앉아 있었다. 내 지도교수님, 혹은 내가 주로 학교에서 담당하는 업무인 우리 센터장님은 내가 시간이 안된다고 해도 뭐라고 하셨을 분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책들을 조금 더 보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리고 결제할지 고민되는 정기구독은 지름신으로 해결한 후 2호선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 갑자기 ..
회의시간을 몇 번이나 바꾸는 거에요! 프리랜서의 삶도 다양하고, 그 업계에서 입지가 어떠냐에 따라 상황도 천지차이겠지만 프리랜서로서 바닥 중에 바닥에 있는 나의 삶은 고단하다. 언제 회의가 잡힐지 모르고, 누구에게서 연락이 올지 모르기에 항상 대기 아닌 대기를 해야 하고 같이 일하는 그룹이 여럿 있다 보니 다른 성격의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패닉이 오기도 한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글을 쓰거나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일 자체는 잘 맞는 편이기에 조금 피곤하거나 지쳐도 소화해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건 일이 많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프리랜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내 일정을 내가 통제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회사를 다닐 때는 주간 회의, 월간 회의, 기획 회의가 정기적으로 잡히거나 보통 어떤 사업과 관련한 회의를 하게..
프리랜서에겐 퇴근이 없다 오랜만에 일찍 집에 왔다. 어머니는 대번에 놀라시며 '어이구, 오늘은 웬일로 네 얼굴을 보냐?'라고 하시더라. 지난주에 부모님과 크게 부딪힌 이후 부모님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계속 부딪히게 되길래 내가 사용하는 공유 사무실에 항상 10시에서 11시 사이까지 있다 왔으니 그러실 만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있다 보니 공간에 질리기도 하고, 마침 비도 오고 그래서 조금 일찍 퇴근하여 집에 8시 50분에 도착했다. 비가 올 땐 내 방에서 일하는 게 일의 능률도 오르고 기분이 좋아져서. 그렇다. 공식적으로 '퇴근'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프리랜서에게 퇴근은 없다.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자신이 섭외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프리랜서들은 모르겠으나 어지간한 프리랜서들은 눈을 감고 잠들 때야 비로소 퇴근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