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본래 제목은 '속궁합부터 맞춰 봐야 돼'였다. 하지만 차마, 제목부터 그렇게까지 선정적으로 하진 못하겠어서 조금 우회로를 택했다.
사실 남자들 간의 대화에서, 특히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남자들만 모여있는 자리에서 자주 들었던 얘기다. 그 시기가 가장 혈기왕성할 때이기도 했지만, 그런 대화는 주로 형들이 주도했다보니 '정말 그럴까?'란 의문이 있어도 묵묵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보수적이었던 20대에도, 내가 보수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걸 알면서도 여기에 글로 설명할 수 없는 적나라한 얘기들까지 수도 없이 해댔던 형들이 많았던 걸 보면 그런 확신을 가졌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보수적이었던 시절을 지나 '상대가 편하게,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란 기준이 세워지고도 몇 년이 지나 그때의 형들 나이보다 많은 지금의 내 나이가 돌아보면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100% 동의하기는 힘들다. 물론, 개인적으로 스킨십을 불편해 하고 너무 보수적인 분들과는 관계가 진전되고 가까워지는데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게 느낀다. 어떤 이들은 또 '지금은 보수적으로 하고 결혼하고 나선 마음껏 즐길거야'라고 하지만 너무 보수적으로만 지내신 분들은 스킨십 자체를 어색하고 힘들어 하는 단계를 잘 넘어가지 못한단 것도 이제는 알기에 그 얘기가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때의 형이지만 지금의 나보단 나이가 어렸던 그들이 몰랐던 것이 있다. 그건 스킨십은 단순히 기술이나 생물학적 특성으로 결정되는게 아니라 감정의 영역도 결합되어 두 사람 간에 다방면적인 표현이 오가는 과정이란 것이다. 형인척, 어른인척, 더 아는척 했던 그들도 그 부분은 간과했었고, 무엇보다 그들은 '결혼'을 얘기하면서 그렇게 얘기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미혼이었던 그들의 관점에선 스킨십이, 속궁합이 그렇게 엄청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위를 보면 부부 간에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이 많고, 심지어 스킨십이나 속궁합과 직접 관련되어 있지 않은 부분들이 스킨십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더라. 그건 앞에서 얘기했듯이 스킨십이란게 단순히 기술이나 생물학적 특성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남녀관계에, 부부관계에 중요하지 않은게 어디있겠나.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는 그 형들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고, 더 맞는 면이 분명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예전에는 결혼한 형들이 '결혼하면 마음껏 누릴 것 같지? 그럴 시간도, 힘도 없고 점점 동지가 되어간다?'라고 말할 때 '설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에게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부의 스킨십은 물리적인 스킨십보다도 두 사람의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스킨십에서도 기술이나 생물학적 특성보다 상대에 대한 마음이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는 듯하단 것이다.
스킨십이나 속궁합부터 맞아야 한다는 사람들은 쉽게 외도를 하고, 바람을 피우고 그걸 정당화 시키기도 한다. 예전엔 맞았는데 지금은 아니라며, 어떻게 그렇게 지내냐며. 그런데 정말 스킨십이나 속궁합이 잘 맞는 사람도 상대와 함께 있는 시간 중 그 과정에 보내는 시간의 비율은 아무리 길어도 1/4을 넘기기는 힘들다. 스킨십을 하지 않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 긴건 사실 당연한 것 아닌가? 혹자는 스킨십이 잘 맞으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맞춰진다고 할지 모르지만, 시간적인 비율과 현실에 비춰봤을 때, 특히 결혼생활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그 반대가 맞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하면 배우자와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몸은 다른 곳에서 누리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그렇게 묻고 싶다. 당신의 배우자가 그래도 괜찮겠냐고. 몸이 가면 마음이 간다고 말하면서, 당신의 몸은 다른 사람을 향하면서 마음은 배우자에게 머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고. 그 두 가지는 모순되는 말이 아니냐고.
연인과 부부관계에 중요하지 않은 게 어디있겠나? 다만 무엇이 더 중요하고, 여러 요소가 상호 간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는 반사적으로, 본능에만 충실해서 확정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 그 결론은 서로 다를 수도 있지만, 20대에서 30대 초반에 남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많은 말들은 그런 필터 없이 나온 얘기들이었던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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