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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사랑

'사랑'임을 알게 될 때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감정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사랑'이란 말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 쉽게 '사랑'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는 누군가와 만날 때 연애할 때 상대를 '사랑'하는 것인지 '좋아'하는 것인지 '호감'을 갖고 알아가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칼로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가 없다. 이는 상대를 이성으로 인식하고 우리 안에서 호르몬 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우리 내면의 많은 것들이 뒤죽박죽이 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감정이 생겨나고, 설레임이 폭발하는 단계에서는 우리의 그런 마음이 상대를 소유하고자 하는 소유욕인지, 생물학적으로 욕구가 만들어내는 상태인지, 아니면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사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인간 안에 있는 그런 욕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인간 안에 드는 모든 생각과, 하게 되는 모든 행동, 내면에서 나도 모르게 드는 마음을 일도양단적으로 잘라서 분석할 수 있겠나?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생기고 호르몬 작용이 일어날 때 우리는 그런 마음들의 조합으로 감정을 느낀다. 

그 마음들 중에 상대를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 아닌 소유욕이라고 하고, 본능적인 반응을 중심으로 행동하고 결정하게 되면 그것을 욕정이라고 하며, 상대를 나보다 먼저 생각하게 되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유욕의 비율이 큰 상태에서 사랑과 욕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욕정이 가장 큰 상태에서도 소유욕과 사랑이 없는 것도 아니며, 사랑을 한다고 해서 소유욕과 욕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니, 그 세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린 상대를 사랑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다시 말하지만 그런 감정을 이성적으로 구분하고 판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특히 나의 본능과 감정이 나를 지배할 때는 말이다. 

그럴 때도 있지 않나?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상대에게 연인이 생겼을 때나 상대의 고백을 거절한 다음에야 내 마음을 알게 될 때가 말이다. 이렇듯 내가 상대에 대해서 갖고 있다고 인지하거나 생각하는 마음과 상대와 나의 관계를 자극하는 요소가 발생했을 때 알게 되는 마음에도 차이가 있을 때가 많은데, 상대에 대해서 이미 마음이 생긴 상태에서 그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기가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명확하게 구분이 될 때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상대와 나 사이에 시간과 공간이 생기기 시작할 때일 것이다. 만나는 연인과 연락이 잘 닿지 않거나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는 거리에서 살고 있을 때 상대에 대해서 드는 마음, 상대에게 거절을 당하고 나서 시간이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내 안에 드는 마음, 그리고 상대와 헤어진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서' 드는 마음은 상대에 대한 나의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또는 어떠했는 지를 알게 해주기도 한다.

상대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때 상대에 대한 걱정보다 화가 먼저 난다면, 상대를 보지 못할 때 상대가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한 마음보다 짜증 나는 마음이 앞선다면, 그건 어쩌면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 또는 욕정이 더 큰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과 상태는 지극히 '내 중심적'이니까. (물론 상대가 너무 걱정되다가 연락이 되면 그 불안했던 마음으로 인해 화가 날 수는 있지만 단순히 연락이 안 되어서 짜증과 화가 나는 것과 상대가 걱정이 되고 신경 쓰여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만약 상대가 걱정이 되고, 상대의 일상이 궁금하고, 상대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면, 그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백을 거절당한 이후, 또는 연인과 헤어진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의 경우 모두 일정기간 동안에는 화가 나고 힘들기만 할 수밖에 없다. 당장 상대를 붙들고 어떻게 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두 경우는 내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든지 간에 나의 그 마음 혹은 욕구에 대해서는 거절을 당했다는 면에서 비슷한 상황이니까.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고, 상대에 대한 생각이 매주 또는 매일은 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때는 그 마음이 상대를 사랑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다른 길을 가게 되고, 그 길을 가게 되는 것은 헤어짐 직후의 감정의 크기와는 또 다르더라.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릴 때는 상대에 대한 감정이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상대가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한 반면, 사랑보다 다른 마음이 컸던 사람은 떠올리거나 사진을 보게 되더라도 곧바로 덮어버리게 되는 듯하다. 그때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의 차이, 그게 상대에 대한 나의 마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