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인간이 본래 악하기 때문에,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인간이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은 상당한 시간을 혼자 보내고, 항상 본인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파리나 뉴욕에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은 그 도시의 진정한 매력을 알 수 없듯이 인간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경험들로 축적된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인간은 누구도 자신의 힘과 의지로 그러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머리로 '이해'는 할 수 있어도, 그러한 경험들에 '공감'하는 것은 인간이 홀로 있을 때 이뤄질 수 없는 현상이다.
다만 그것을 넘어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오직 한 가지, '사랑'일 것이다. 상대가 본인에게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겨져서 자신을 넘어서게 되는 경험과 보통 때 본인이 하지 않았을 행동을 '상대를 위해서' 하게 되는 경험은 상대를 사랑할 때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10분 보기 위해 3시간을 길에서 보내고 행복해하고, 상대에게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안 되면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것과 같은 비이성적인 결정과 경험은 사랑이 아니면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이 절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마음이 모두 곧 '사랑'인 것은 아니다. 이는 인간의 자기 중심성(?)이 개인주의를 넘어서 이기주의까지 갈 경우, 인간은 상대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러한 행동들을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잘했어!'와 '자~알 했다'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지만 모든 연애와 결혼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랑이 어려운 것은 그러한 행동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 행동을 하는 본인도 본인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상대를 소유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상대를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인지를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인간이란 존재는 모순적이게도 자기중심적이면서도 자신을 잘 모른다. 그렇다 보니 본인이 한 행동이 어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아니, 우리는 어쩌면 대부분이 그런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이에 대해서 '내가 한 무엇인가에 대해 상대가 힘들까 봐 상대방에 대해서만 계속 걱정이 되면 그건 사랑이 아닐까?'라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은 상대가 힘듦 또는 화남으로 인해 나를 싫어하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 또한 결국 본인을 위한 마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우리가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하거나 주고 나서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라거나 '내가 이것까지 줬는데'라는 마음이 든다면 그건 사랑에서 비롯된 마음이 아닐 것이란 사실이다. 물론, 그런 생각이 순간 스쳐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자신을 잡아먹어서 그로 인해 상대방을 힘들거나 고통스럽게 한다면, 그 마음은 절대 사랑일 수 없다.
상대를 사랑한다고 해서,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관계가 완벽해지지는 않는다. 두 사람이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고 해도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는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경향은 너무나도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상대를 사랑하더라도 모든 순간에 상대가 우선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관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의 그러한 순간들을 그 시점에는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이해하고 받아들여주게 되지 않을까?
연애 또는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상대를 치고 나갈 때, 잠시 브레이크를 잡고 나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감정과 감성이 아니라 이성이다. 이는 감정과 감성은 내가 상대와의 사랑을 시작하게 해 주지만, 그 사랑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하지만, 이별과 결혼은 머리로 해야 한다. 난 그렇게 믿고, 그렇게 해서 계속 만들어지는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감정과 선택은 어쩌면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 >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생 싱글로 살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0) | 2022.04.14 |
---|---|
'스킨십부터 맞춰 봐야 돼'? (0) | 2021.07.01 |
'사랑'임을 알게 될 때 (0) | 2020.12.04 |
'첫 키스만 50번째'의 사랑 (0) | 2020.07.22 |
나 자신을 알자, 그게 연애의 시작이다. (0) | 2020.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