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부끄러운 얘기를 하려고 한다. 이 글은 페북 기독교 계정과 조용히 날 드러내지 않고 있는 블로그에 담을 예정인데, 음... 개인적으로는 이 글이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까지 꼬박 2년반동안 지속되어 온 나의 방황에 마침표를 찍는 글이 되길 기도한다.
박사학위를 받고, 아니 사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이미 박사학위에 대한 회의감을 가졌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다른나라 학계도 크게 다른 것 같진 않던데, 조금 나은 수준인 듯하던데, 학교에서 풀타임으로 박사과정을 하면서 알게 된 학계의 여러 측면에서, 박사가 되는 것 자체에, 그리고 논문을 쓰는 것에 대한 회의가 생겼었다.
쓰면 뭘 하겠나. 아무도 읽지 않는데. 아니, 사실 많이 읽힐 필요도 없지, 몇 사람이라도 의미 있게 읽어주면 좋은데 우리나라 학계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가 법학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땅에, 현실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이고, 논문은 그런 현실에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인데, 논문은 힘을 갖지 않는단 걸 너무 적나라하게 깨달았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그걸 부인하기 힘들 수준의 경험을 하면서 논문 쓰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저 교수가 되기 위해, 학교에서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가 되기 위해 글을 쓸 것이라면 회사원으로 남는게 나았을게 분명하기 때문에.
사실 의도하고, 기회를 잡고 싶다고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드라마 제작과정에 투입이 되고, 그런 기회를 두 번이나 연달아 더 잡고, 그 업계에 지인이 된 사람들이 내 글을 쓰라고 했을 때, 첫 단막 대본을 같이 일하는 작가님이 읽고 호평을 했을때도, '이건 뭐지?' 싶었다. 하지만 선뜻 그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없었다. 내가 보는 이 바닥은 너무 불확실성도 크고, 암투극도 많고, 내가 쓰고 싶은대로 글을 써내지 못할 확률도 높았기 때문이다. 힘들고, 또 다시 불확실성과 싸우기 싫어서 뭔가 애매하게 회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깊은 회의에 빠져있었다. 지금도 돈이 모일 정도는 아니지만 나 혼자 먹고 사는데는 큰 지장이 없는 돈은 벌고 있고, 편하고 좋은데, 굳이 열심히 일할, 뭔가를 정말 노력하고 땀을 흘리며 할 이유가 없더라.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꿀 것도 아니고, 내가 죽고 나면 얼마 후면 잊힐 일들이고 뭐 그런데... 내가 굳이... 죽을똥 말똥 일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좋게 말하면 내려놓은건데, 나쁘게 말하면 무기력...일수도 있으나 사실 처지고 우울하고 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무기력도 아닌... 베짱이 같은 시간들을 중간중간에 간간히 스트레스를 받으며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다 우리 교회 목사님께서 코로나에 감염이 되셔서 3주 정도를 온라인 예배도 없이 지내게 되고, 내 삶의 중심을 잡아주던 브런치에서도 4년 넘게 써온 글 시리즈를 마무리 하면서 긴장이 풀려서 축이 무너진 느낌을 받으면서 말씀 읽는 진도도 밀려면서 삶이 전반적으로 내려 앉아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힘들어지거나 우울해진 것은 아니다. 그냥. 그런 '순간'들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베짱이처럼 잘 지냈다.
그런데 문득, 오늘 밀린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왜 써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브런치에서 4년반 동안 써온 주제는, 민망하지만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결혼 못한 노총각이 그 주제에 대해 썼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사실 내가 그 글을 써온 여러 이유들 중 하나는 사실 개인적으로 [사랑]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 성경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는 성경적으로 봤을 때 어떻게 하는게 맞을까,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쓴, 종교색은 드러내지 않고 그런 고민들을 담아서 쓴 내 나름대로의 전도이자 사역이었다.
아무 대가도 없었다. 하지만 4년반 동안 수 십개도 넘는, 아마 3자리 숫자에 달할 글을 썼다.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해서. 그 글을 쓰는 순간, 동안만큼은 그게 내게 주어진 일종의 소명이었다. 또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일단 그 시리즈를 멈추기로 한 후 지금까지 삶의 축이 흔들려왔다. 4년반 동안 어쨌든 내 삶의 축이 되어줬던게 사라졌으니까.
그랬던 4년반을 떠올리고 나서... 내가 논문과 픽션을 대했던 2년반의 시간이... 부끄러웠다. 내가 브런치에 쓴 글들은 뭐그리 영향력이 있다고, 뭐 그리 대단하다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는 정말 순수하게 써놓고, 이제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내가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욕심을 갖고, 내 글이 세상에 힘을 갖고 뭔가 영향을 주고 싶어하면서...회개하고, 또 회개했다.
내 안에 여전히 없지 않은 회의감과 두려움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냥 써보기로 했다. 하나님만 생각하고,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한땀, 한땀 매일 쓰다보면 내가 생각하는 영향력, 내가 받을 금전적 보상 등은 뭔가 알아서 되겠지. 그건 하나님의 전쟁인거고. 난 그저 매일, 한땀한땀씩 써보기로 했다. 다른건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 성경, 하나님 나라,내게 주어진 것만 생각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당장 내일부터 그러기 위해 노력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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