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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중독되지 않는 축복

어렸을 때부터 조금 희안한 아이였다. 당시에 그렇게 느끼거나 주위에서 대놓고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는데, 지금 돌아보면 나는 분명 조금은 다른, 이상한 아이였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정도 되는 아이들은 보통 특정 장난감이나 게임에  빠진다. 초등학생만 그런가? 중고등학생들도 마찬가지... 어디 미성년자만 그런가, 남자 어른들  상당수가 그렇지. 심지어 아내랑 게임을 할지 여부를 놓고 싸우고 난리법석을 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니 남자와 게임은 떼려야   없는 관계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장난감을 모으는 성인 남자들도 적지 않으니 장난감도 마찬가지.

성인이 되고 나면 우리나라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손을  대는  가지가 있다. 담배와 술. 담배는  피우던 사람도 군대에서 담배를 배우고, 술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을 하려면 마시지 않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담배는 그렇다고 쳐도 술만큼은 반드시 마셔야 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그리고   가지와 사회생활이 결합되면 우리나라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음주가무의 방향으로 향한다. 

나는 조금 달랐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잘나거나 못난 것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그냥 어렸을 때부터 게임은 좋아한 적이 없고, 장난감도 엄청나게 갖고 싶어한 것은 있지만 그렇게 크게 흥미를 느끼거나 덕후가 되진 못했다. 잠시 갖고 놀다보면  흥미를 잃었다.

대신  어렸을 때부터 밖에 나가서 뛰어 노는 것을 좋아했다.  또래나  이상의 아재들은 '라떼는'을 읊으면서 그때는 뛰어놀았기 때문에  건강했다는 얘기도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최소한  또래들에겐 거짓말이다.  꽤나 어렸을  부모님께서 게임기를 사주셨고,  또래 남자애들은 친구 집에 가서 게임만 하기도 했었다.  종료가 다양해진 것은 맞지만 그때도 뛰어 노는 애들만 뛰어 놀았고 게임을 하거나 집콕을 하는 친구들은 집콕을 했었다.

 밖에서 노는  좋았다. 주말에는 학교에서 반대항 야구를 하고, 동네에선 아파트 밑에 흙바닥에서 구슬치기를 하고, 주차장에서는 와리가리나 야구를 하는  굉장히 좋아했다. 누가 그래야 건강에 좋으니 그러라고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좋아서 그렇게 했다.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보니 술, 담배는 하지 않으려 했지만  역시 아주 쉽게 벽이 무너졌다. 아, 담배는 예외. 아버지께서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 편이었는데 담배는 아버지께서 어렸을 때부터 '너희는 절대 담배는 피우지 마라'고 하도 강조하셨다보니 담배에는 거부감이 강하게 갔고,  힘들다는 군대에서 담배 참기를 시전했다. 남들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를 하도 많이 맡아서 연기향만으로도 담배 종류를 구분할  있게 됐지만...

하지만 술은, 술은 어쩔 수가 없었다. 대학생활을 하며 잠시 마시다 술에 취해 실수를  후에는 잠시 끊었었지만 취업한 후, 그것도 하필 홍보실로 합격이 되어서 술은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힘든 시간을 보내던 시절,  힘든 감정을 잊기 위해 나는 자연스럽게 술을 찾곤 했다. 

그런데 그럴  조차도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술맛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나는 사람들이 어떤 술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주종별로 말할  있을 정도로 술맛은 안다. 체질적으로 술이   받긴 하지만 사람들이 몸이 술을  받는다고  마시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경험으로도, 술은 마실수록 늘더라. 

다른 것들도 비슷했다.  역시도 힘들 때는 다른 사람들이 찾는, 골방으로 들어가서 현실을 도피하는 수단들을 찾고, 그에 집착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현실을 도피해서 폐인이 되는 사람들의 마음을 십분, 아니 백분 이해한다.    앞에 있어도 두려움에 계속 회피하게 되는 심리를, 두려움을 잊기 위해 엉뚱한 것에 집착하고 매몰되는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그런 패턴을, 다양한 것을 대상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 자취를  때는  자취방에 1년 내내 택배가  하루도 끊어지지 않은 적도 있었고, 나도 휴대폰 게임에 얼마간 집착하면서   있어도 게임으로 회피를 했던 적도 있었다. 야동에 그랬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들에서 벗어나고, 빠져나왔다.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추측할  있는 이유는   가지. 예전에 대언기도해주시는 목사님께 너무 힘든 시기에 찾아가서 기도를 부탁드린 적이 있었는데, 내가 목사님께 '내 인생에  기적 같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니 목사님께서 기도를 해주시더니 '하나님께서  항상 보호하고 계셔.  사랑하고 아끼시고. 그게 기적이 아닐까?'라고 하시더라. 

 달을 유튜브와 스포츠 등에 집착하는 느낌으로, 현실을 도피하며 보냈다. 며칠 전부터 그런 것들에서 내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함을 느꼈다. 마치... 하나님께서 '이젠 그만~'하시는 느낌이랄까?

이젠 내가 해야  것들을    있을 듯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