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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단편적인 생각들

대통령이 아니라 왕을 뽑는 나라, 대한민국

학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정치 얘기는 가능하면 하고 싶지 않다. 더군다나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고, 어쨌든 평생 연구를 하고 싶은데  전공 특성상 논문의 내용이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특정 정파에 편향되어 있다고 공격을 받을  있기 때문에 정당가입은  생각이 없다. 그러는 순간  글의 객관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박사학위 논문도  결론으로 보면  쪽으로 치우친 느낌을   있지만  과정을 들여다 보면  반대진영의 논리를 가져다 썼기 때문에  논문의 결론을 좋아하는 쪽도 논문 자체는 좋아할  없단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은 특정 정당을 겨냥한 글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전반에 대한 나의 생각을 쓰는 글이고, 사실  글을 쓰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많이 억눌렀는데 너무 갑갑해서 도저히 안되겠어서 쓰는 글이다. 일종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랄까?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내가 했던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내가 표를 던진 사람이 대통령이  적이 없다. 사람과 정책을 보고 그나마 나은 듯한 사람에게 표를 던지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다.  사실은 내가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단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밝히고 시작한다. 

대통령은 국가행정부의 수장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뽑을 때는  사람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고, 행정부의 수장으로서의 업무를 이해하고,  수행할  있을지 여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걸 보기 위해서는 그의 경력은 물론이고 그가 내세우는 정책을 보면 이는 어렵지 않게   있다. 지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임기내 통일을 꿈꾸는 후보의 정책이 당혹스러웠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통령 업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얘기가 황당했다. 그나마 지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빙의 대결인 느낌이어서인지 뭔가 정책 얘기가 오가는 느낌이었는데, 지난 선거는 선거가 이뤄지는 배경의 특성상  쪽이 승리를 확신하고 시간을 끄는 느낌이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최악이다. 이전 대통령 선거들에서는 (그렇게 투표를  적은 없지만)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하겠어'라고 하면  표가 어디로 향할지가 예측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말해도 내가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를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그리고 누가 봐도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실언들이 난무하고,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행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있다.  사람을 정당의 후보로 선출한 정당은 제대로 정당인지가 의심이  정도다. 

 이렇게 되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과거 대통령 선거들도 돌아보고, 그때의 후보와 정책들을 봤는데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가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90년대에는 그래도 정책경쟁이 이뤄졌고 2000년대 언젠가부터 이런 흐름이 강화되고 가속화  느낌이다. 물론, 그때도 진영논리와 비이성적인 얘기들이 오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선거의 축은 '정책'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축이 '권력다툼과 진영논리'의 방향으로 옮겨가더니 이제는 그게 주축이  느낌이다. 

사람들은 정책을 보지 않는다. 그게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이라고 내세워도 그걸 제대로 끌고 나가는 대통령을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도 분명 있다. 그러자 이젠 정책은 신경도 쓰지 않고 상대를 깎아내려서 자신이 올라가려는 시도만 하는 듯한 느낌이다. 국민들이 정책을 보고 표를 던진다고 생각하면 거기에 비중을 둘텐데, 어차피 정책은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상대를 나쁜 놈으로 만들어서 내가 당선되려는 모습만 보이는 느낌이다. 

대통령이 아니라 왕을 뽑는 느낌이다. 무슨 차이냐고?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이지만 왕은  나라를 대표하는 대표자로서의 지위만 갖고 디테일한 행정과 정책은 다루지 않는다. 일본과 영국의 왕과 미국, 프랑스의 대통령을 비교하면 그런 윤곽이 분명하게 보인다. 왕은 행정능력도, 정책에 대한 이해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왕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을 하면 적나라한 비판을 받는다. 반대로 미국과 프랑스를 보면 어쨌든 정책이 중심에 있다. 미국의 경우 후보의 도덕성도 어느 정도는 검증하고 그게 문제가 되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덜한 느낌이고, 프랑스는 사적영역에서의 도덕성은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느낌이다. 혁명을 이룬 나라답게 사적영역에서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해주되 공적책임을 다하고 법적인 문제만 일으키지 않았으면 되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온통 도덕성에 대한 얘기들 뿐이다. 그것도 왕가의 도덕성을 보는 듯이  집안의 도덕성을  검증하려 든다. 이렇게 말을 해도 내가 어느 쪽으로도 편향되었다는 확신을   없는  우리나라 정치계라는  가슴이 아프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이고 제1야당이 아닌 정당들에도 이런 문제들이 크고 작게 산적해 있기 때문에...

 과정에서 후보의 무능력, 공직에서의 도덕성 문제 등도 불거져 나오고 어느 후보도 우리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다. 기껏 나온다는 정책은 특정 분야에서 문제가 생기면  부분을 세력다툼에서 이기기 위해 내놓는 지키지 못할 땜빵 정책들 뿐이다. 그나마 조금씩 눈에 보이는 정책들도  틀에서, 분명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세력다툼에서 이기고 표를 가져오기 위한 정책들만 남발되는 느낌이다. 그런 정책들은  사람의 방향성과 지향성을 분명히 하기보다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게 나라인가 싶다가도 무능력한 대통령 임기 하에서도 어쨌든 나라가 굴러갔다는  기억난다. 이게 인치가 아니라 법치와 시스템의 힘일까? 그렇다면 정말 대통령은 누가 되어도 크게 상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어쨌든 나라가 굴러오긴 했지만  과정에서 집값은 폭등했고, 빈부격차는 심해졌다. 그게  정부만의 탓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책이란 것이  방향으로 나가면  다음에 적용하는 정책에 따라 현실은 A로  수도 있고 B로  수도 있는 것이다. 부동산정책의 경우 사실 지난 정부의 정책이 이미 집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는데  정책 뒤에 인간의 욕구와 욕망을 고려하지 못하고, 시장상황과 빈부격차를 고려하지 못하고, 정확히 말하면 정책설계 없이 정책을 들여와서 이모양 이꼴이  것이다.  정부 모두의 탓이지 어느 정부의 탓이 아니다. 

 

암튼 화가, 짜증이 많이 난다.  글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용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