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야곱이 천사와 싸워서 환도뼈를 다치는 장면을 '역시 야곱은 대단해'라고 해석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야곱이 대단한게 아니라고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 내용이 과연 그가 그저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천사와 씨름을 하기 전의 야곱은 사실 유일신인 하나님을 벧엘에서 만나긴 했지만 그에게 의지하며 사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우상도 섬겼을지 모른다. 14년을 삼촌 밑에서 일하면서 말이다. 그에겐 여전히 세상적인 것이 중요했고, 그는 자신의 것을 챙길 줄 아는 약삭빠른 사람이었다,
천사와 씨름을 야곱은 사실 야곱이 그제서야 비로소 하나님을 제대로 보는 삶을 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야곱'이라는 이름값 때문에 그가 그 전에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지 못한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야곱이 천사와 씨름을 한 시점을 보자. 그는 본인이 떠나온 고향땅, 자신을 죽일 줄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자신의 형 에서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생각할 때, 가장 절박할 때 그는 하나님의 천사와 싸웠다. 그가 천사와 싸운 것은 단순히 '축복'을 받고 인정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있었으며, 살고 싶어서 천사를 놔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천사가 그의 환도뼈를 친 것은 '이젠 다신 네가 지금까지 하나님을 떠나 살았던 것처럼 살지 마라'라고 천사가 흔적을 남겨준 것은 아닐까? 힘들 때는 하나님을 찾지만, 또 편안해 지면 하나님을 떠나기를 반복해 온 야곱에게 천사는 그 순간을, 야곱이 간절함으로 천사를 잡고 놔주지 않던 그 순간과 그 마음을 평생 잊지 말라고 그렇게 한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우린 살면서 힘든 일들에 자주 직면한다. 그리고 그때면 하나님을 원망한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다면서 왜 이렇게 하시냐고. 그건 어쩌면 우리의 죄성을, 본성을 너무나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항상 하나님을 볼 수밖에 없는 흔적을 남기기 위하심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가 하나님을 계속 보지 않을 것을 아는데, 그게 우리 삶에 있어서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시는지도 모른다.
'말씀묵상 > 말씀 묵상-202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세기 37-39장 묵상 (0) | 2020.01.14 |
---|---|
창세기 34-36장 묵상 (0) | 2020.01.13 |
창세기 28-30장 묵상 (0) | 2020.01.11 |
창세기 24-25장 묵상 (0) | 2020.01.09 |
창세기 18장-23장 묵상 (0) | 2020.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