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부분들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은 벌을 주시는 분'이라고 인식하게 만든다. 그 부분에 대한 오해가 해결된 상태에서도 개인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건 [하나님이 바로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신 것]이다. 만약 바로의 마음이 완악한 것이 하나님이 하신 것이 아니라 바로가 그런 인간인 것이라면 여기에 나오는 재앙들의 잔혹함이 이해가 된다. 그런데 바로의 마음을 하나님께서 잔혹하게 하셨다함은 그 모든 재앙을 하나님께서 주기로 마음 먹으신 것이 아닌가?
물론 여기에서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7장에서 10장 사이에 바로의 마음이 완악해졌단 것이 모두 하나님께서 그러하신 것은 아니다. 그냥 바로의 마음이 완악해졌을 때도 있고 9번의 재앙 중에 완악해진 마음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그렇게 해야 하셨을까? 그건 하나님께서 애굽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잊지 못하게 하기 위함과 더불어 그것보다도 이제 애굽을 벗어나서 본향으로 떠나게 될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이 자신들을 인도해 내셨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나님을 잊고, 야곱과 요셉, 유다와 그 형제들이 세상을 떠난지 최소한 2세대는 지난 이후인 이 시점에 그들이 만약 애굽에서 쉽게 꺼내졌다면 그들이 하나님을 붙들고 살 수 있었을까? 아니, 그런 과정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광야에서 하나님을 원망하고 돌아가겠다고 아우성치지 않던가?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 앞으로 다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가축들이 죽인 재앙과 마지막 재앙을 제외한 나머지 재앙들은 애굽사람들 뿐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들도 불편함을 느끼게 된 재앙들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그 재앙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억하길 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말씀 중간, 중간을 보면 애굽 사람들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 변화들은 디테일하게 읽힌다. 마법사들은 두 손을 들고 바로에게 이것은 하나님이, 신이 하신 일이라고 아뢰고 우박이 떨어질 때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은 자들은 가축을 집안으로 들여놨다고 쓰여있다. 애굽사람들도 피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조금 모순되는 것이, 그 직전에 가축들이 죽는 재앙에서 애굽사람들의 가축이 모두 죽었다고 쓰여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마치 애굽사람들 중에 하나님을 두려워하게 된 사람들도 있는 것처럼 나온다.
이런 부분들을 보고, 출애굽기를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기록했다는 것을 기억하면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literal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그러했다'고 받아들이는게 맞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이러한 재앙을 겪게 한 것은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애굽사람들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심어주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겨우 그 사람들 때문에 그러한게 너무 한것 아니냐고? 그로부터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이 이야기를 보며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깨닫고 느끼지 않나? 하나님이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면 이 땅에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기억하는 사람은 말살되었을 수도 있다. 사랑하는 자에게 매를 들듯이, 하나님께서 하나님을 기억하기 위해 매를 들었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말씀에는 그렇게 적혀있지 않지만, 상상해 보면 개구리, 우박, 메뚜기 등으로 인한 피해는 애굽 사람들뿐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들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부분인 가축과 장자의 부분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백성들만 그 재앙을 피해가게 하셨다. 기독교인이라고, 하나님을 아는 자라고 어려움과 불행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그 안에 살게 허락하시고, 그로 인해 하나님을 더 바라보고 알아가길 바라신다.
어떻게 그러하실 수 있냐고? 당신이 당신의 자식에게 그 상황을 허락한다고 치자. 당신이 어떤 마음이 되겠나? 난 내 친동생이 힘들어하고 방황만 해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하지만 그에 대해 내가 답을 곧바로 주려고, 강요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내가 일방적으로 한다고 해서 그가 그걸 받아들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안타까워 하는 것을 필요 이상으로 티내지 않으면서 지켜보고, 기도하면서, 그가 그 상황을 스스로 이겨내길 기다리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하나님의 마음일 것이다. 아니, 더 아프실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뒤집을 능력이 있음에도 우리에게 허락하신 자유의지를 보장해주시기 위해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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