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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풍경

연인들을 보며 한 생각

다정한 연인들을 보며 한 생각

연애다운 연애를 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물론 중간중간 썸도 있었고, 연애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연애도 있긴 했지만 그건 또 엄밀한 의미의 연애와 또 다르기에 연애는 역시 '연애다운 연애'를 기준으로 산정(?)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지하철이든 어디에서든 다정한 연인들을 볼 때면 부러운 마음도 들고, 저 사람들이 계속 잘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또 한 편으로는 '저 사람들은 어떻게 헤어질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겉으로만 보이는 그 다정한 연인들은 어떻게 헤어질지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는 게 저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그들의 모습에서는 달달함 외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그랬던 연인들도 헤어진다. 나라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런 모습으로 연애를 했던 시절이 없었겠나? 그런 연인들을 보면서 그들이 어떻게 헤어질지를 궁금해하는 건 사실 나도 '연애다운 연애'라고 부르는 연애를 할 때면 그런 모습을 하고 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서로 떨어지지 못해서 어쩔 줄 몰랐던 시기가 모든 연애에 언젠가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헤어졌으며 인생의 일정한 기간 동안 내 인생에서 가장 가깝고 소중했던, 특정한 시기에 나의 모습은 우리 가족보다도 더 잘 알았던 관계가 이젠 다시 만날 일도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두 사람을 그렇게까지 끌어당기는 것은 무엇이며, 또 그렇게까지 서로에게 당겨졌던 사람들이 영영 갈라서버리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사실 브런치에서 내가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해 쓴 글들 중에는 그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쓴 글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 내 나름대로 이성적으로 설명이 되는 듯한 부분들을 글로 표현했지만 나도 안다. 연애라는 것, 그리고 이별이라는 것이 그렇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싸우는 연인들을 보며 한 생각

반대로 거리에서 큰 소리를 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싸우거나 옆을 지나치고 있을 뿐인데 냉기가 느껴지는 연인들을 보고 나면 또 그런 생각이 든다. 저들은 어떤 모습으로 사랑했을까? 저들도 분명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못하고 있던 시기가 있겠지? 아니 사실 내가 지나칠 때 그들의 모습이 어떻든지 간에 그들은 그다음 날에 다시 그렇게 서로에게 떨어지지 못해서 안달인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연인이라는 것이, 사랑한다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연인이 싸우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파고들었던 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런 마음들이 실제로는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이나 욕구 또는 욕망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그렇게 객관화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그 사람 개인은 그러한 감정을 사랑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녀 혹은 그는 상대에 대해서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내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한다고 우리가 그 사람과 싸우지는 않는다. 또 처음 본 사람이 날 배려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람한테 토라지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가 누구에게 투정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건 우리 안에 상대에 대한 좋은 감정이 있고, 그 사람이 내 감정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상대가 화를 내고 섭섭해하는 것은 꼭 화를 낼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화를 내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가 상대를 섭섭하게 할 만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무관심한 것이 아닐까? 

이성과 감성의 균형점은 어렵다

사실 연애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결혼은 그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조금 더 필요하긴 하지만, 연애만 놓고 본다면 연애는 분명 이성과 감성 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호감이 있는 감정이 있는 두 사람이 다투게 되는 것도 보통 그러한 이성과 감성 간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발생하며, 연인이 만나고 다투는 과정은 두 사람의 그 균형점을 찾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나의 연애들 중 상당수는 두 사람이 그런 노력을 하지 못했을 때 끝났다. 두 사람이 항상 붙어있던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보통 본격적인 다툼기(?)가 찾아오는데, 나와 상대는 그 시기를 잘 넘기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일차적인 원인은 내게 있었다. 난 지난 몇 년간 누가 봐도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렇다 보니 그러한 다툼기에서 내가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대응하기보다는 너무 지치는 바람에 그 관계에 마침표가 찍히는 경우가 많았다.

다정했던 연인이 헤어지는 것은 사실 어쩌면 두 사람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둘 중 한 사람이 그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지쳐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지침의 수준이 관계를 정리할 정도였는지 여부는 사실 두 사람이 처한 현실에 달려있다. 이는 연애만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사실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우면 사람은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조금 더 빨리 지치게 되어 있고, 조금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는 한쪽이 조금 더 많은 것을 맞춰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별의 이유

사람들은 헤어진 이유를 다양하게, 많이 대지만 연인이 헤어지는 것은 결국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는 편한 균형점을 찾는 과정에 지쳤기 때문은 아닐까? 오랜 기간 동안 연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그 균형점을 빨리 찾았기 때문은 아닐까? 결혼 후 얼마 안 되어서 이혼하는 사람들은 그 균형점을 찾지 못한 상태로 식장에 걸어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거리에서 연인들을 보면, 어떤 모습인지와 무관하게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간다. 그리고 사실 그들의 모습을 보는 시간보다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나와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렇게 돌아보고 생각해보니 내 경우에는 나의 현실적인 상황이 그 관계에 마침표를 찍는데 큰 영향을 미쳤고, 내가 조금 더 어렸을 때 했던 연애들은 내가 마음보다 이성으로 관계를 많이 접근했기 때문이더라. 

누군가 아쉽냐고 물어본다면, '그때가 아니라 지금 만났더라면 조금 달랐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쉬워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는 인생에 있어서 연애도 중요하지만, 그 시기에 나는 또 그만큼 내 인생에 중요한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 덕분에 내가 더 다듬어지고, 다른 영역에서 내 것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때는 모든 게 내 탓 같아서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하나 가득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는 그냥 상황이 그랬던 것일 뿐이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내 탓이었어...'라면서 자책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그래서 모든 연애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때는 그냥 그랬을 뿐이다. 이별은 누구 탓도 아니며, 두 사람이 균형점을 찾기 힘든 성향과 상황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가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과 어떻게 헤어졌느냐가 아니라,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앞으로 만날 사람에게 얼마나 더 잘해줄 수 있느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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