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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말씀 묵상-2020년

전도서 1-3장

작년에 성경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가장 강하게 심겨진 성경을 꼽으라면 그건 전도서였다. 작년에 유난히 그랬다. 모든 것이 헛된 것이라는 솔로몬의 고백은 예전에 너무 시니컬하고 허무주의적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나, 작년에 읽으면서 그 내용들이 공감되고 가슴에 와 닿았다. 어쩌면 작년에서야 비로소 내가 조금씩 내려놓음을 실천하기 시작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성경을 매년 읽는 것은 이런 의미와 묘미가 있다. 성경 뿐 아니라 좋은 책,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도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내가 보는 세상, 나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그 책의 텍스트는 그대로여도 내게 다르게 읽히면서 마치 완전히 다른 텍스트를 접하게 된다. 성경이 그 중에서 가장 정점에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성경은 경험과 지식을 더할수록 그 깊이가 어느 책보다 더 많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그 차이가 가장 큰 것은 전도서일 것이다. 이는 전도서 자체가 솔로몬이 세상의 즐거움과 부귀영화를 누리고 나서 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도서에 공감하고 깊게 묵상하기 위해서는 독자도 세상의 허무함을 머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경험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전도서를 읽으면 '지는 할거 다 해봤으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지'있지라는 생각이 머리 한 켠을 지배하게 된다.

1-3장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되는 것은 '모든 것은 한 에 불과하고 지나가면 그 좋은 것들도 다 허무하다.'는 저자의 시선이다. 다만 이런 내용은 다른 교나 철학에서도 보이는 내용이기에 이것 자체가 '성경의 핵심'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1-3장에서 가장 '성경적인 것' 혹은 '기독교적인 것'은 무엇일까? 그건 제3장이다. '때'라는 것. 이는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의 계획을 전제로 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기독교인이란 그러한 하나님의 때를 믿고, 계획을 믿고 지금 당장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내가 바라는대로 뭔가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과 통제 아래 있음을 받아들이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특출나지 않은 보통의 인간이 그런 마음으로 버티고, 나의 뜻과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 어디 쉽겠나? 사람들이 '종교가 있으니까 의지할 수 있어서 좋겠다'는 무교인 사람들의 말은 그래서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기독교인의 삶은, 하나님 안에 서 있으면 그 말처럼 의지할 곳이 있어서 편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 뜻과 상치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삶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