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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말씀 묵상-2020년

출애굽기 20-23장 묵상(2)_율법 세세히 보기_20장

출애굽기 20-23장의 내용은 특별히 세세하게 입법론적 입장에서, 즉 율법을 만든 목적을 당시 상황을 최대한 상상해 가면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20장

십계명은 지금의 법체계로 따지면 헌법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예외 없이 모두가 지켜야 하는. 그런데 헌법은 다른 법률보다 더 많은 해석을 필요로 한다. 이는 헌법은 대원칙들을 세워놓기 때문에 그 내용 자체만으로는 특정 사안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십계명에는 '살인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뒤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는 00할 때는 쳐 죽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것이 허용되는 것은 그 상황의 전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십계명의 내용은 조금 더 면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나 외에 다른 신들을 두지 말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당시에 유대인들에게 많은 이방신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당시에 신에게 의지하는 것은 거의 샤머니즘적으로 자신의 안위를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그것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구하는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우상을 만들지 말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고, 뭔가 형상을 만들고 믿고 싶어하는데 하나님은 그것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그 죄성으로 인해서 뭔가 눈에 보이면 처음에는 그것 자체를 목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시간이 가면서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을 아셨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이는 '본질을 기억하고 지켜라'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여기에서 본인은 질투하는 하나님이라고 하고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는 자라고 하신 것은 그들이 절대로 하나님을 떠나지 않게 하려는 도구적인 요소라고 이해하는게 맞다. 실제로 20장 18절에서 21절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한 요소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핵심은 그 바로 뒤에 나오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시겠다는 내용에 있다.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는 것도 마찬가지. 그냥 지식 없이 허공에, 실체 없는 하나님, 하나님을 외치지 말라는 것이고 이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냥 막연하게 나는 믿는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것은 당시에는 휴일이 특별히 있지 않고 사람들이 그냥 매일 일을 한 현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내용은 하나님께서 휴식을 주신 것을, 인간에게 휴식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아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일을 쉬라는 것은 또 한편으로는 일 자체에 매몰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조금 더 해석을 해 들어가면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먹이시는 분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그렇게 쉬어가고 물질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을 말씀하시려는 것일테다.그리고 일곱째날 쉬셨다는 말씀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썼을 것으로 예상되는 창세기와 함께 해석되어 당시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해가 되도록 하신 것일 것이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은 인간 간의 관계의 기본이 가정임을 보여주는 내용이고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은 자녀에게 함부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 부모에게 본인이 공경하다 보면 자녀로써 그 과정에서 느끼고 알게 되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관계에서 느꼈던 것을 자녀에게 해주라고 해석해야지 부모와 자녀가 상하의 관계에 있다고 해석하면 안된다.

그 이후 살인, 간음, 도둑질, 거짓 증거,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관계에서 사랑이 어떤 것임을 보여주고 역으로 당시에는 이런 것들이 그렇게 크게 문제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게 문제가 되었다면 따로 십계명으로 빼서 말씀하실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다른 사람이 아무리 싫어도 절대 죽여서는 안되고, 다른 사람과 가족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그 사람이 가진 것을 함부로 내 것으로 가져오지 말라는, 본인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를 생각해주라는 것이 이 내용들의 핵심이며 당시 존재했던 관계들에 있어서의 원칙이 이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제사를 드리는 것은 당시에 하나님께서 도구적으로 본인을 기억하도록 하는 요소였을 것이다. 생각해봐라. 당시에 성경이 있나?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문화가 만들어졌었나?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도구가. 시스템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고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음을 고백하는 뭔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정성을 들여서 제사를 들이는 것은 제사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과정이 목적이다. 어떤 돌로 쌓고, 어떤 제사를 드리라는 것은, 그리고 소중한 것을 드리라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본인의 것이 아님을 고백하고, 내가 이것을 드려도 하나님께서 더 채워주실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기억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