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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일상생활

돈이 안되는 일을 하는 이유

여기에서 '돈이 안 되는 일'은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것에 비해서 훨씬 돈을 적게 받는 일을 의미한다. 프리랜서들의 기준에서 그런 의미의 '돈이 안 되는 '은 내가 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썼을 때 보통 받을 금액보다 단가가 더 낮은 프로젝트나 건수를 의미하는데, 그건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장당 10만 원이 '돈이 안 되는 일'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장당 5만 원을 받는 일도 '큰돈'일 수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 중에는 내 단가를 기준으로 '돈이 안 되는 일'이 있다. 그 일은 다른 일들보다 받는 금액은 50% 수준인데, 내가 갖고 있는 전문성도 더 많이 투여되고 최근에는 쓰게 되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실 의리와 기회의 차원에서 시작한 일인데, 요즘에는 그와 관련된 일을 하면 부쩍 '돈도 얼마 안 주면서...'라며 그 뒤에 육두문자가 붙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놓지 않는, 내가 붙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기회'이다. 사실 그 계약은 계약서 내용도 애매해서 '내가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라고 해서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해도 일이 안 돌아갈 일은 아니다. 상대는 당황하고, 관련된 사람들은 조금 많이 더 힘들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내가 새로운 영역에 진입하게 해주는 창구일 뿐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그 후에 다른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한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요청만 하지 않는다면 일 자체도 재미는 있으니까.

프리랜서에겐 돈이 꽤나 중요하고, 일이 없을 때는 자신의 통상 단가보다 높게 일이 들어오면 그 일을 하는 게 정상이지만, 일이 이미 넘칠 때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프리랜서로 살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 일을 하고 그게 내 경험, 경력에 쌓여야 하기에 돈은 되지만 그 후에 뭔가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일보다는 장기적으로 본인에게 일이 계속 들어올 수 있는 루트이거나 경력으로 형성될 수 있는 영역의 일을 하는 게 맞다... 고 나는 생각하고, 또는 믿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을 하는 과정이 '또 다른 기회가 열릴 테니까 괜찮아'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는 지치기도 하고, '내가 지금 이걸 이 돈 받고 왜 하는 거지?' 싶을 때도 있으며 본인의 능력으로 돈을 더 받아야 한단 확신이 들 때는 '나를 무시하는 건가?'라는 생각과도 싸워야 한다. 다른 기회가 열릴 수 있으니까. 조금 더 쌓을 시간이니까. 그렇게 쌓다 보면 내 단가가 오르고, 그때는 좀 돈이 될 것이라는 어쩌면 허황될지 모르는 기대와 계산을 갖고. 

이상 돈이 안되는 일을 해서  짜증이 난다는 걸 길고 장황하면서 그럴 듯하게 풀어낸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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