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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말씀 묵상-2020년

레위기 26-27장 말씀 묵상

레위기 26장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하나님은 다 알고 계셨다는게 느껴졌다. 우리는 단순히 하나님이 우리 마음을 아실 것을 믿지만, 26장은 하나님께는 그 이상의 것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님은 단순히 우리 마음을 아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만들면서, 우리를 만드시면서도 우리가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하나님보다 하나님이 만든 세상을 더 사랑할 수 있음을, 그런 시간을 보낼 것임을 알고 계신다는 사실이 26장에 보여진다.

이쯤되면 혹자는 '하나님은 변태인가? 그렇다면 이 세상을 왜 창조하셨나?'라고 물을 수 있고 나 역시 그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하겠다. 그 부분을 정확히 아시는 분은 하나님 밖에 없지 않으실까? 이 질문은 사실 30대에 들어서 내가 가장 오래 했단 질문이자, 내가 죽을 때까지 답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긴 질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모든 것을 알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성경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을 어느 정도 수준, 어느 정도 기간 동안에는 떠나 있을 것을 아셨단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은 우리를 그냥 하나님 말을 듣는 로보트로 만들지 않으셨냐고? 그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나님을 떠나 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DNA가 심겨져 있고, 자유를 허락함으로써 스스로 하나님 앞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 그럴 기회를 주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나? 우린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면 그를 신뢰하고 그에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주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고 조정하려 들지 않는다. 

하나님이 헌금을 하도록 하는 것 또한 그러한 방법과 수단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이 내 안에 새겨놓으신 계획을 알아가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임을 하나님께서 아시기 때문에, 하나님을 잊지 않을 수 있게,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임을 기억할 수 있게 [수단]으로 헌금과 물질을 하나님 앞으로 갖고 나오라고 하셨을 것이다. 

이 땅을 넘어서 더 근본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님을, 기독교의 교리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기독교를 종교적으로 접근하지만, 개인적으로 기독교는 이 땅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way of life를 알려주기 위해 그 이면에 있는 원리와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종교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겐 모두 어느 정도 '타고나는 성향'이 있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그 성향을 따라, 그에 맞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사회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에 맞춰서 우리는 그것이 행복을 줄 것이라 믿고 그 길을 간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정답이 주어져 있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죽고, 그 목표를 이룬 사람들도 많은 경우 그 목표지점에 도달했을 때 순간의 기쁨은 느끼지만 그 기쁨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성경은 어쩌면 '생긴대로 살아. 그래도 괜찮아. 내가 너를 지켜주고 함께 걸어갈꺼야. 내가 너희를 내 아들을 줄 만큼 사랑하잖니?'라는 이 땅을 만든 신의 외침인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신이 어디있냐고 하겠지만, 신의 존재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 할 수 있는 진화론도 생물학적인 변화와 인간이 만들어진 과정에 나름의 해석과 설명을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정적으로 인간과 동물의 감정, 지적수준에 대한 답은 제시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지 않나?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그냥 자연스럽게 생겼다는 것이? 그 믿음이야말로 엄청난, 그리고 맹목적인 믿음이 아닐까? 

내가 기독교인으로 남은 것은 그 때문이다. 성경이 인간 본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이 세상의 원리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하나님이 우리를 만들 때부터 우리가 속을 썩일 것을 안다고 생각해보자. 이는 마치 아이를 갖는데 아이가 내게 얼마나 대들고 짜증나고 내 하루, 하루를 고통스럽게 할 지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아이를 안갖겠다고 하지 않나? 

하나님은 그걸 아시면서, 그걸 감당할 각오로 우리를 만들고 이 땅에 보내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수억명이 그렇게 하나님의 계획에 어긋나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견디셔야 한다. 하나님은 그들을 칠 수도 있지만 치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리신다. 그만한 사랑이 또 있을까? 그런 그들이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 앞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헌금을, 제사를 드리라고 한 것이 하나님을 탐욕쟁이로 만들까? 그건 아닐 것 같다. 하나님이 이 모든 것을 주셨다고 정말 믿는다면,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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