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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말씀 묵상-2020년

민수기 34-36장 말씀 묵상

갈렙은 '정통'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가나안에 있는 족속 중 하나인 그니스 (Kenites) 족속에 속했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은 가장 큰 지파인 유다지파를 맞기셨다. 이는 하나님께서 혈통이나 배경을 보고 사람을 선택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도 인종에 따라 차별이 이뤄지고, 다른 인종을 노예로 삼은 역사가 인간에게 있단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모세오경을 경전으로 삼는 유대인들이 다른 민족을 혈통적으로 구분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자신들이 믿는 신의 원리에서도 벗어나는지도 보여준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 그것이 핵심이었다.

하나님은 이처럼 혈통을 중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행위 그 자체로 판단하지도 않으셨다. 도피성 제도를 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누군가를 죽였다 하더라도 거기에 고의가 없었다면 피해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 도피성 제도가 단순히 그들의 목숨을 유지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까? 이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람의 마음을 보게 하고, 하나님께서는 잔혹하신 분이 아니라 자비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보여줬을 것이다. 지금 관점에서, 근대적인 법제도가 형성되어 적용되는 지금의 시선에서 이는 자연스럽고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이는 작지 않은 파격이었을 것이다. 

구약은 수 천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더군다나 모세오경은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책들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 유대인들이 마련한 제도와 원칙은 우리가 '근대'라고 말하는 지금의 법제도보다도 더 평등하고 공정하다. 역사는 과연 발전하는가? 우리는 정말 나아지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인간은 모두 유아기를 거쳐서 성인으로 가는 과정을 겪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인간 본연의 약점들을 극복할 충분한 시간은 없고, 그래서 그 수준에 머무르다 세상을 떠나는 듯하다. 

그것을 극복하려면 과거로부터 배우는 수밖에 없다. 과거에 누가 어떻게 왜 했고 법제도는 어떤게 있었고 어떤 결과를 야기했으며 사람의 본성이 어떠한지에 대해서 우리는 머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다. 본성에, 감성과 감저에 의지하는 삶은 인간을 절대로 진화시키지 않고 사회를 더 civilized하게 만들지 못한다. 역사는 자연스럽게 진화하지 않는다.

현대사회의 기술이 풍부해지고 그로 인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본성, 욕구, 욕망을 바꾼 것은 아니다. 인류는 절대로 과거 그들의 조상들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다. 그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를 기억해야 한다. 매일, 매일이 조금 더 나은 삶이 되기 위한 노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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