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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혹은 개독/일반적인 신앙에 대하여

한국교회와 십일조

십일조는 교회에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 교회에서 십일조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다. 일부 교회의 목사님들은 마치 십일조를 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을듯한 설교를 아무 망설임 없이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십일조를 해야만 그들이 말하는 '천국' 혹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를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조금 더 솔직하고, 냉정하게 말하자. 신에게, 절대자에게, 하나님에게 십일조는 중요하지 않다. 십일조는 교회들에게 더 중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교회 운영을 위해서, 그리고 목회자들의 사례비를 위해서 십일조는 매우 중요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성경 속 십일조

사실 성경에서도 십일조는 대부분 제사를 드리는 제사장, 오늘날 교회들을 기준으로 하면 목사님들의 생계를 위해서 드려지는 것이었다. 즉, 십일조는 실제로 하나님께 제사 혹은 예배만 드리는 이들의 생계를 위해서 처음 드려지는 의미가 더 큰 것이었단 말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신학적으로 다른 견해들이 있기는 하나, 정말 말씀의 내용만 보면 그런 의미가 더 컸던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성경에서 십일조가 처음 나오는 것은 아브라함이 제사장인 멜기세덱에게 그의 얻은 것의 십 분의 일을 바친 사례(창세기 14:17-20)인데 이는 십일조의 목적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이외에도 야곱이 하나님께 십 분의 일을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약속한 사례(창세기 28:18-22)가 있고, 이보다도 더 직접적으로 수입의 십 분의 일을 내라는 요구는 레위기(레위기 27:30-33)와 민수기(민수기 18:20-32)에 나온다.

당시에 이와 같이 십일조를 드리는 것은 그 시대적 상황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면 이스라엘 민족이 공동체를 구성하여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공동의 자원이 필요했다는 점, 그리고 제사를 전담하는 이들은 수입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했다는 점 등이 십일조를 드리게 된 원인이지 구약시대만 해도 '십일조=구원'이라는 공식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십일조가 십 분의 일을 드리라는 것인지, 아니면 수입의 일부를 드리라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학적으로 견해를 달리하는 학자들이 존재한다.)

십일조는 꼭 지켜야 하는 율법?

그런데 이러한 것에 대해서 만약 누군가가 '어쨌든 성경에 십일조를 하라고 나오지 않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성경에는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구절들도 있는데 당신은 그러면 삼겹살이나 목살은 전혀 먹지 않느냐?'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다. 

왜 어떤 성경구절은 있는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어떤 구절들은 인위적으로 시대에 맞춰서 해석을 해야 한단 말인가? 한국교회에서 율법적으로 강조하는 행위들 중 상당수는 이러한 반론에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차라리 유대인들처럼 고지식하게 성경에 나와 있는 모든 구절들을 엄격하게 지킨다면 그것이 그 사람의 믿음이라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지만, 말씀 중 일부는 반드시 준수해야 할 것으로, 일부는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임의적인 해석을 하는 것이 불편한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그런 논리를 그대로 가져간다면 구약시대에는 많은 이들이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살았다는 것에 비춰봤을 때 일부일처제는 성경적인 결혼제도가 아닌 것일까?

그리고 신약에서는 오히려 십일조는 드리지만 하나님은 버렸다며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예수님께서 비판하는 내용이 마태복음 23장에 나온다. 이 구절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핵심은 마음이다.

십일조가 나쁘다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 다니며 정기적인 수입이 있을 때 나는 교회에 십일조를 하고 (반강제적으로) 어머니께 십일조를 드리고, 또 일부는 다른 기관에 정기적으로 기부를 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한 것은 내가 물질적인 것이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최상단에 위치하는 것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줬고, 내가 나의 신앙을 주기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십일조를 하는 것이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준 것은 사실이다. (물론 공부를 하고 있어서 수입이 애매모호한 지금은 기관 기부 외에 다른십일조나 부모님께 드리는 것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목회자들의 생계를 위해서 십일조와 같은 어느 정도 이상의 헌금이 교회에 필요한 부분도 부정할 수 없다. 그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내가 일부 한국교회와 십일조 문화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그것을 신앙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십일조를 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지 그러한 문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게 아니다.

국가에서 세금을 걷는 것은, 그 국가공동체가 유지되는데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마찬가지로 교회에서도 어느 정도 이상 규모의 헌금이 있어야 그 교회 공동체가 현실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하지만 세금과 달리 십일조는 그 교회 공동체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그리고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은 내 힘으로만 받은 게 아니라는 신앙고백으로 드려져야 할 것이지 강요되거나 수금할 것이 아니다.

이 땅에 살지도 않는 하나님이 그 돈이 굳이 왜 필요하겠는가? 조금 솔직해지자. 그 돈이 필요한 것은 목회자들과 교회 공동체이지 하나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