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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혹은 개독/일반적인 신앙에 대하여

한국교회와 동성애

유력 대선 후보의 한 마디

'저는 동성애에 반대합니다'

뭔가를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내 페북 타임라인에서 사람들이 난리인걸 보면 제대로 들은 게 맞는가 보다. '동성결혼'도 아닌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그 후보는 보수적인 교계들, 그리고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망설임 없이, 고민 없이 반사적으로 나간 그의 대답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다르게 표현하는 게 더 지혜롭지 않았을까?

동성애는 비정상인가?

이는 비단 그 후보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교회에서는 동성애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하는 말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긴 한데, 그건 동성애가 소위 말하는 '창조의 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것이 미친 사람임을 의미하는 '정신병'이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동의할 수는 없지만 뭔가 정서적이거나 정신적인 외부적인 요인이 영향을 줘서 생긴 일종의 '정신질환'이라고 한다면 난 그에는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그 뒤에 붙이고 싶은 말은 우리 모두가 사실 어느 정도의 '정신질환'을 안고 간단 것이다. 사실 운동선수들이 갖고 있는 징크스, 완벽주의적인 성향, 돈과 명예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 면접 보기 전에 떠는 것 등. 나 같은 경우에는 분명히 가스밸브를 잠그고 냉장고도 닫았으며 자취방 문도 잠그고 나왔는데도 항상 불안함에 한두 번은 더 확인하게 되는 것. 이 모든 것이 어느 정도의 정신질환이 있는 것 아니겠나? 난 그들을 그냥 그 정도의 다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와 해결책도 연구들이 진행되면, 과학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는 왜 그걸 해결해야 할 것으로 여기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해결책이 나왔으면 하는 것은 내가 학부시절에 수업에서 한국의 동성애에 대한 뉴스클립을 만들면서 알게 된 그들의 삶 때문이다. 그들 중 처음부터 자신의 성향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 자들은 없었다. 그들 중 누구도 처음부터  '이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야'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없었다. 그들은 대부분이 수도 없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이기 위해 몸부림쳤던 이들이다. 그들은 때때로 자신의 성향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 앞에서 호모 포비아적인 발언을 하는 걸 아무 말도 못하고 듣고 있어야 하기도 했다. 

그들의 일상이 그렇게 힘들다. 그렇게 쉽지 않다. 그래서 그들이 그걸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그들이 비정상이어서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을 비정상적이고 퇴폐적인 사람들로 보는 것은 동성애와 성관계 갖는 것을 동일시하기 때문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이성애자들의 사랑과 연애에는 성관계 밖에 없느냐는 것이다.

예수님이라면 어땠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혹은 성적 소수자들을 불편하게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그들이 애정 표현하는 것을 보면 이성 커플들이 애정표현을 하는 것을 보는 것보다 조금은 더 불편함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그런 감정과 마음이 생기는 스스로를 보면서 '참 나도 덜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그러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그러는 것은 나도 어찌할 수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만약 예수님이 이 시대에 계셨다면 어떠셨을까? 예수님은 당시에 세리를 만나고, 창녀들을 만나고 다니셨다. 버림받고 사회에서 손가락질당하는 자들을 말이다. 예수님이 왕을 만나고, 제사장을 만나고 다니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이 시대에 계셨다면 성적 소수자들의 무리와도 만나고 어우러지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예수'를 외치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의 삶은 어떠해야 할까? 답은 나와 있지 않은가...

보론: 성소수자와 관련된 법률들에 대한 생각

사실 동성애라는 주제를 사랑과 엮어서 몇 번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내 입장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는 양쪽에서 다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입장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하지만 누군가가 내게 그들의 사랑도 사랑이냐고 묻는다면 난 당연히 그들의 사랑도 사랑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또 만약 누군가가 동성결혼을 제도화시키는 것을 찬성하냐고 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반대한다'라고 할 것이다. 이는 그들이 성소수자들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라 법은 (1)그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질서를 제도화하거나 (2)그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으로 끌어나가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가족제도는 전자에 속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거하는 이들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차별금지법의 경우는 제정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동성결혼을 용납하지 못할 정도로 폐쇄적이기 때문에 동성결혼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그 폐쇄성으로 인해 차별을 받을 확률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고들 하는데, 그건 헌법재판소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발언이 차별하는 것인지를 판단받으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소수자들에 대한 관심과 의견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성소수자들을 그런 필터 없이 직접 만나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다. 

2008년에 신방과 수업에서 뉴스 클립을 '한국의 동성애'를 주제로 잡고 동성애적인 성향이 바뀌어서 이성애자가 된 사람, 한국의 첫 트랜스젠더셨던 할아버지, 이태원 게이 힐에서 일하는 성소수자를 만났고 사랑학개론 팟캐스트를 녹음할 때 멀쩡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성소수자인 이를 초대해서 녹음도 해봤었다. 그들은 모두 너무 멀쩡한 사람들이었다. 아니 그들은 항상 조심해야 했기에 사람들이 '보통' 혹은 '정상'이라고 하는 사람들보다 더 나이스 한 면도 있었다. 그래서 이 논란이 더 안타깝다.

그리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사실은 성적 지향성 때문에 상담을 받는 이들 중에 교회 청년부 회장, 목사님 등도 상당수 있었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성적 지향성에 대한 정말 극단적인 시각을 가진 입장에서는 그런 분들에 대한 건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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