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 비전
한국교회에서, 교회 집회들에 가면 가장 자주 들리는 말 중에 하나가 소명과 비전에 대한 것이다. 한국교회들은 유명하게 잘 나가는 이들을 모셔서 얘기를 듣고 그들의 성공담을 들으며 우리도 그들과 같이 성공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고는 한다. 그러면서 너희들도 소명의식을 갖고 비전을 가지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성공하는 사람들 뒤에는 그보다 훨씬 실패한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찌할 것인가? 왜 그들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비전과 소명이 중요하고 추구해야 할 가치라면... 그 뒤에 있는 자들은 신이 버린 자들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들은 모든 사람들이 뭔가 특별한 자신의 인생이 '일'과 '업무'를 갖고 살아야 할 것처럼 강조하고 가르친다.
세상이 그러하듯이.
역사를 돌아보다.
그런데 정말로 '신'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을 만들 때 모든 사람들에게 '일'적으로 그렇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하고 모든 사람이 어디에 있도록 배치해 놨을까? 그렇다면 '자유의지'라는 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한국에서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성경의 인물들을 보면서 그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너무 쉽게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성경에 이름이 나오는 이들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살았던 수많은, 이름이 나오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성경에 이름이 나오는 인물들이 사는 동안 대부분, 아니 당시에 살아있었던 사람들의 99.99%는 성경에 이름 한번 나오지 않는다.
그들의 인생은 실패한 인생인가? 그렇다면 이 세상은 성공하는 0.1%를 위해 존재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세상에서 말하는 한국식 경쟁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그게 교회가 가르치는 것이라면, 성경이 말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그 신을, 그 하나님을 믿을 필요가 있을까? 이미 세상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우리가 사는 이유
인류는 '발전'을 하면서 '진화'해왔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과연 그런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인간은 결국 먹고살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집단을 이루고, 그 집단들이 모여서 더 큰 집단을 이루다가 국가를 만들었을 텐데 어느 순간부턴가 그 안에서 먹고사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 더 많은 '발전'을 추구해 왔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편해진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러면서, 그렇게 편해지면서 역설적으로 인간성은 오히려 상실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물물교환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돈은 이제 인간의 "목적"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식량은 쌓아두면 썩기 때문에 다시 사람들에게 나눠주지만 화폐는 무제한적으로 쌓여서 재화가 특정 소수에게 축적될 수 있다는 생각에 화폐제도를 좋게 보지 않은 존 로크의 생각이 맞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돈이 돈을 먹는 구조가 되면서 그 안에 망가져 가는, 상처받는 '인간'에 대한, 그리고 '생명'에 대한 존중과 시선은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닐까... 너무 편해지다 보니 더 화려하고, 좋아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을 쫓다 보니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은 보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한국교회가 망가지고 있는 것도, 결국은 그와 같은 현상이 아닐까? 너무나도 쉽게 예배드릴 수 있고, 성경을 살 수 있게 되면서 단순히 그 수준에는 뭔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더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을 억지로 비전, 소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우리 대부분은 엄청난 소명 또는 비전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모두가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서로 사랑하며 사랑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아닐까? 그것 자체가 인류의 존재의 이유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래야 이름 없이 이 땅에 왔다가 이름 없이 떠난 사람들의 삶이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아니 한국교회는 이를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전과 소명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에 현혹되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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