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룻기를 읽으면 도대체 여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묵상해야 할지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갑자기 이방여인이 이스라엘 민족인 시어머니를 따라 살다가 친척과 재혼하는 것에서 묵상할게 뭐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사사기를 찬찬히 읽으며 그 맥락 안에서 룻기를 읽으니 느낌이 조금 다르다. 사사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온통 하나님을 떠나는 이야기가 이뤄지고 있다. 거시적인 틀에서 말이다. 그런데 룻기는 갑자기 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 보는데 그 안에서는 하나님의 원리가 잘 지켜지고 있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이스라엘 백성,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준수하고 자신의 욕심을 내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이 드러나 있다.
이는 어쩌면 권력자들, 큰 결정을 내리는 이스라엘의 소위 말하는 리더들이 얼마나 타락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살았는지와 대조해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만약 사사기에 나오는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떠났다면 하나님을 신뢰하고 믿고 따르는 사람이 없는게 차라리 정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사사 몇명이 있다고 해서 그 믿음이 전승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엉망이 된 민족이었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을 유지해 준 것은, 하나님이 그들 옆에 지키고 서 계셨던 것은 이스라엘을 이끈 사람들이 아니라 보아스, 나오미와 룻 같은 사람들 때문이었을 듯하다. 우리는 그들이 별 것 아닌 one of them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작은 영역에서 하나님을 신뢰하고 따르며 율법을 준수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전승이 이어졌을 것이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말살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모든 이들이 미가와 그의 집안 같았다면 하나님이 그들에게 더이상 희망을 두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대에 큰 시사점을 준다. 우리는 큰 리더들을 중시하고, 그래서 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서기를 원한다. 한국교회에서는 고지론적으로 아예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단 것을 엄청나게 강조하기도 한다.
물론, 그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자신의 일을 최선을 다해 사는 삶도 중요하다. 이는 그런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이 땅을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지금 본인의 자리가 보잘 것 없고 본인이 하는 일이 의미가 없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건물을 지을 때 철근 하나만 헐겁게 해도 그 건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작아보이고 큰 그림 안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모하는 그 일은 사실 큰 틀에서도 전혀 의미 없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를 기억하며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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