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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풍경

연인과 부부 간의 다툼에 대하여

연인, 부부의 다툼

연인들이 싸우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래서 그 이유를 하나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때로는 연인 간의 다툼이 정말로 오롯이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경우, 연인들 간의 싸움은 두 사람이 모두 본인 중심적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거나 서로 대화가 거의 없거나 일상을 거의 공유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연인 혹은 부부간의 다툼은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사과하고 화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바람을 피웠거나, 다른 이성이랑 스킨십을 했다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이 일방이 100% 과실이 있는 경우는 제외하고 하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정도 설명이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연인이나 부부는 아이러니하게도 연애기간이나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더 많이 싸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했을 때 더 오래 만나면,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그러면 덜 싸울 것 같은데 왜 연인이나 부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때로는 더 심하게 싸울까? 

왜 싸울까?

그 첫 번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질수록 자주 보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 사람들은 가까울수록 더 많이 싸운다. 모든 사람들이 가정 안에서의 갈등이 일정 수준으로 있지 않나? 그렇게 가까운 사람들끼리 더 많이 싸우게 되는 것은 일상에서 서로의 접점이 많기 때문이다. 즉, 자주 보고 같이 밥을 먹기 때문에 그만큼 부딪힐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많이 생긴단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매일 보는 직장상사나 선후배를 우리는 정말 자주 보지만 우리가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지 않는 것과 달리 우리는 가족이나 연인에게는 그들이 우리의 필요, 상황, 감정을 알아줄 것일 기대한다. 하지만 아무리 가깝더라도 다른 사람의 심리적 상태나 필요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시간이 길수록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는' 알아챌 수 있겠지만 그걸 항상, 전부 아는 것은 불가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관계가 친밀해질수록 그런 것을 기대하기에, 연인과 부부 그리고 가족 사이에는 갈등과 다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이유는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상대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위에서 든 예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사실 직장상사나 선후배의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 물론 본인의 일상이 지루해서 회사에서 어린 직원들의 연애사나 부부생활을 캐는 꼰대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관심'이 아니라 상대를 자신의 심심함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여기는 것에 불과하고 '관심'이 아니다. 여기에서 관심이란 말 그대로 '상대의 마음과 상황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마음이 쓰이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은 바쁘고, 피곤하고, 신경 쓸게 많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가족, 연인과 정말 친한 10명 이내의 사람일 수밖에 없다. 종종 만나서 일상을 나누는 친구들이라고 해서 우리가 그들이 어떤 상황인지, 잘 지내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신경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너무 냉정한 말이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와 현실은 우리가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감정적으로 그렇게 가깝게 느끼는 사람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한데, 즉 감정의 수준과 그에 대한 이해 수준 간의 간극이 벌어지게 되면 두 사람 간에는 다툼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연인이나 부부, 가족관계에는 싸우지 않을 수 있는 기초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 기초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줄 아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뛰어난 사람끼리 만날수록 다툼의 강도나 빈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둘 중에 한 사람만 그 능력이 결여되어 있거나 능력치가 낮다면, 둘 사이에서는 높은 수준의 갈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내 주위에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부부나 커플들이 종종 있는데, 그들이라고 갈등과 의견의 불일치가 없었을까?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 간에도 '일종의' 싸움은 있었지만 그걸 그들은 싸움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의견의 불일치가 있을 때 언성을 높이지 않고 대화를 통해 해결했기 그게 싸움으로 여기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다툼이 일어나는 지점에서는 한걸음 물러나서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물러나기만 한다고 상대의 상황이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삶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당사자만 디테일하게 알 수밖에 없고, 같은 상황도 사람들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사실 '그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그 맥락이 이해가 된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특정한 상황을 왜 그렇게 받아들이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가 그 상황을 왜 특정한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아는 게 쉽겠나? 그래서 (1) 상대방의 인생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 (2) 상대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대화를 최대한 많이 해야 한다. 대화는 두 사람이 자신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통로이기에. 

즉, 연인과의 다툼의 강도와 빈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에서 생각해 보려는 노력과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야 하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런데 자신을 들여다 보길 바란다. 본인에게 영향을 주는게 얼마나 많나? 인간은 어렸을 때부터 만나는 사람들과 환경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디테일하게 받는 섬세한 존재다. 우리가 그걸 하나, 하나 다 느끼지 못할 뿐.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과 같은 말투로 말하고, 선생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친구와 비슷한 옷을 입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인간이 환경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런 존재 둘이 만나서 잘 어우러지기까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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